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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윌리엄 사파이어의 새 정치적 사전

윌리엄 사파이어는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다. 그는 이 신문의 일요잡지인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언어에 대해’라는 칼럼도 쓰고 있다. 어느 정치인이 어떤 말을 어떻게 썼느냐는 정치용어의 변화는 ‘새 정치적 사전’으로 68년에 초판되어 93년에 제4판 증보판이 나와있다.

이 ‘사전’에는 한국에 관한 두 항목이 있다. ‘한국에 가겠다’(go to Korea)가 첫번재. 이 말은 1952년 10월 아이젠하워 공화당 후보가 디트로이트 첫 유세에서 한국전쟁 정전회담이 진척이 없고 확전으로 갈 기미가 있자 유권자에게 한 말이다. “I shall go to korea”라는 네 마디 말은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그는 당선자로서 한국전선에 왔다.

그후 ‘한국에 가겠다’는 짧은 말은 정치인이 난국을 직접 타결에 나서는 결단의 대용어가 됐다.

클린턴 대통령도 92년 대선에서 비록 “I shall go to korea”를 “I will go to korea”로 바꾸었지만 이 말을 썼다. “아이젠하워는 ‘나에게 투표하십시오. 나는 한국에 갈 것입니다’고 했다. 비록 한국문제가 그가 인계받은 골치아픈 문제였지만…” 클린턴은 그에게 투표하면 비록 ‘골치아픈 현안’들을 직접 타결하는 용단을 내리겠다고 “go to korea”를 사용한 것이다.

사파이어의 ‘사전’에는 한국사람으로는 박동선이 나와있다. 사파이어는 미국의 언론들은 스캔들이 터지면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문짝 만들기’에 나선다고 한다. ‘워터게이트’후 프랑스 포도주 가짜 파동이 일자 ‘와인게이트’란 말이 생겼다.

76년 박동선과 KCIA의 의회 로비가 법무부 수사대상이 되자 사파이어는 이를 ‘코리아 게이트’라고 이름 지었다.

사파이어는 클린턴의 등장후 각종 스캔들이 터질때마다 ‘문짝’을 달아주며 그를 비판했다. 그의 촛점은 클린턴과 그의 부인, 그의 참모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원점으로 그들의 실체를 드러내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의 단골독자는 클린턴의 제3인자였던 조지 스테파노플러스, 클린턴, 힐러리, 백악관 대변인 마이크 맥커리 등이다.

클린턴은 아내 힐러리가 화이트워터 사건에서 변호사로서의 탁월성(?)을 비꼰 그의 칼럼을 읽었다. 클린턴은 “당신의 코를 이 권투장갑으로 뭉그려 트리고 싶다”며 복싱 그로브를 그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런 그는 한때 닉슨의 연설문 작성자 노릇을 백아관에서 했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그는 워싱턴에서 ‘허드슨 웰리버 소사이어티’라는 사교모임의 좌장이다.

이 모임은 백악관에서 대통령을 위해 연설문, 대변인, 공보활동을 한 이들의 클럽이다. 케네디의 정책고문 테드 소렌슨, 닉슨의 잭 브캐넌, 데이빗 거건(클린턴, 포드, 닉슨, 레이건의 공보관계자) 등이 회원이다.

사파이어는 정치지도자들에게서 ‘말’은 ‘연설’은 ‘코멘트’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그의 칼럼이나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파이어는 클린턴이 거짓말의 명수, ‘말 바꾸는 선수’라는 점에서 최고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민주당인 클린턴은 ‘거대정부’(의료보장제도, 사회보장제도를 정부가 주도하는)를 지향하면서 이 문자를 쓰기를 꺼려한다.

오히려 재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결과 ‘거대 정부는 끝났다’가 80%대 지지를 얻었다. 그건 공화당의 정강이었다.

클린턴은 자유주의자인 스테파노플러스의 의견이 좋아 이 문구를 ‘그러나 모든 사람의 개개인의 시대는 결코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로 고쳤다. 그러자 ‘모든 사람’(everyman for himself)이 성차별 용어라는 지적으로 이 말은 다시 바뀌어야만 했다. (man, himself는 남자를 뜻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시민들이 혼자의 힘으로(for themselves) 꾸려나가기로 했던 그 시대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가 96년 연두교서 최종 문구였다. ‘거대정부는 끝났다’가 이렇게 길어진 것이다. 미국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대목에서 유의할 점은 우리의 전·현직 대통령, 정치지도자들이 얼마나 말을 함부로 하고 있냐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말끔히 씻겼다”, “절대로…” “한점의 의혹도 없이…” “유리속 보듯이…”는 DJ 대통령이 잘쓰는 말이다.

YS 전대통령이 7월의 월간지에 올려놓은 일본에서의 발언들은 ‘냉수 한잔을 마신후’의 발언 치곤 너무했다.

한 문구를 쓰는 것, 한 용어를 내뱉는 것, 그걸 지켜보고 듣는 이들은 너무 많다. “정치에서 ‘절대’라는 말은 ‘절대’없다”에만 쓰여야 한다. 흥분이 가라 앉지 않을 때는 여러 잔의 물을 마시던가 적합한 말을 찾을 때까지 침묵해야 한다.

박용배·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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