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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분열, 야권단일화, 그리고 북풍

‘량치엔 니엔 쫑통 쉬엔쥐!(兩千年總統選擧·2000년 총통선거).’

2000년 3월 치러질 대만 총통선거에 거는 대만인의 기대는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높다. 21세기 첫 총통선거라는 밀레니엄 의식도 의식이지만 정권교체가 드디어 현실성있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 니엔 라오 디엔(百年老店)’으로 불리는 국민당 장기집권의 대단원을 가져 올 모델로 기대되는 것은 한국. 여당 분열과 야당 후보 단일화가 가져 온 반세기만의 한국 정권교체가 대만에서도 재현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대만 제1야당 민진당 대표단은 97년 12월 한국 대선 당시 서울에 머물며 역사적 드라마를 직접 지켜 보았다. 대표단으로 서울에 왔던 민진당 총재 쉬신량(許信良)은 DJ에게 야당 후보 단일화를 조언한 것으로 대만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쉬신량 자신도 귀국 후 “정치인으로서 나의 모델은 DJ다”라며 김대중 대통령처럼 끝내는 총통에 당선되고 말 것이라는 신념을 드러냈다고 한다.

국민당의 ‘이인제’는 이미 고개를 내밀었다. 주인공은 쑹추위(宋楚瑜·57) 전 대만성장. 쑹은 7월16일 차기 총통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총통선거 후보를 결정하는 국민당 중앙위원회가 아직 소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독자노선을 발표한 것이다.

쑹은 국민당 비서장과 대만성 주석, 사상 최초의 직선 대만성장을 지낸 거물. 대만성장 당선 당시 600여만표를 얻어 정상급 정치인으로 자리를 굳혔다. 대만성은 수도 타이베이(臺北)와 제2도시 까오슝(高雄)을 제외한 대만 전체를 관할하는 행정구역. 따라서 그가 얻은 600만표는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이 96년 총통선거 때 얻었던 800만표 이상의 역량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쑹은 성장 재직시에도 대만내의 모든 마을 단위까지 빼놓지 않고 세차례나 순회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다지는 열정을 보인 기록을 갖고 있다.

그와 맞설 국민당의 ‘이회창’은 리엔짠(連戰·63) 부총통. 그는 리 총통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막강한 금력을 바탕으로 국민당내 유력자들을 포섭해 놓고 있다. 조만간 소집되는 중앙위원회에서 그가 예상대로 후보로 지명될 경우 본선거에서 쑹과의 싸움은 불가피하다. 대만판 ‘이회창과 이인제의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대만의‘DJ’는 전 타이베이 시장 천수이비엔(陳水扁·48). 초등학교부터 국립 대만대학 법대를 졸업할 때까지 수석을 뺏겨 본 적이 없는 수재형 정치인이다. 사법고시 합격 후 변호사로 일하다 민진당에 몸담았다. 94년 초대 민선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되면서 전국적 정치인으로 발돋음했다. 지난해 12월 국민당후보에 패해 시장 재선에 실패했지만 오히려 국민적 인기는 급상승하고 있다. 올 초 총통후보로 지명돼 일찌감치 선거전에 돌입했다.

7월15일 대만 연합보 여론조사에 의하면 세사람 중 쑹이 40%의 지지를 얻어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천이 25%, 리엔 부총통이 14%로 추격하고 있다. 쑹의 지지율은 올해 초에 기록했던 70%대에 비하면 현저히 낮아진 수치다. 그러나 지방의 고정 지지층이 두터워 앞으로 하향곡선이 가파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야권에서도 군소 후보들이 천을 추격하고 있지만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2여 1야’의 3파전이다. 관건은 국민당의 조직력과 자금력이 얼마나 리엔 부총통의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리 총통이 최근 ‘양국론’발언을 통해 양안긴장을 조성한 의도를 의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만독립을 주장해 온 야당의 선명성을 약화시키면서 군사적 긴장을 통해 안정희구 세력을 국민당으로 끌어 들이려 한다는 ‘북풍유도론’이다.

여권분열과 야권 단일화, 북풍…. 비슷한 시나리오로 전개되는 대만 총통선거가 과연 ‘대만판 한국 정권교체’를 창출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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