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탤런트'보다는 '배우'로 불러다오

영화 전업 배우가 늘어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는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등 극소수 연기자들이 영화 전업 배우를 선언했으나 최근에는 이들외 한석규 최민수 박신양 정우성 이정재 전도연 고소영등이 TV를 외면한채 스크린 중심의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

▲한석규는 95년 ‘닥터봉’ 이후 올해 ‘쉬리’까지 5년간 영화 7편을 촬영하면서 드라마는 한편도 출연하지 않았다. 성우 출신의 그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김희애와 공연했던 MBC TV ‘아들과 딸’, 주말극 ‘서울의 달’등 드라마를 통해서였지만 영화 배우로서의 외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심은하와 공연하는 스릴러 영화 ‘텔 미 썸딩’ 촬영중이다.

▲최민수도 마찬가지. MBC TV ‘사랑이 뭐길래’로 일약 스타가 되고 ‘모래시계’에서 인상적인 눈빛을 선보였던 그는 드라마를 철저히 외면하며 ‘미스터 맘마’ ‘테러리스트’ ‘나에게 오라’ ‘피아노맨’등 영화를 찍었다. 잠수함 영화 ‘유령’의 7월말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결혼이야기’의 후편격인 영화 ‘아내의 낭만’에 캐스팅되어 있다. 그는 영화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드라마는 지난해 영화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예고했던 SBS TV 미니시리즈 ‘백야’ 한편에 출연했을 뿐이다.

▲전도연은 최근 2년간 ‘접속’‘약속’ ‘내 마음의 풍금’등 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드라마는 철저히 외면한 케이스. 드라마 출연 자체를 고려안한다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배역을 못 만나서라는 것이 이유다.

▲고소영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연풍연가’에 이어 정우성과 함께 ‘러브’를 미국에서 찍고 있다. MBC TV ‘엄마의 바다’ ‘숙희’ ‘별’등 왕성한 드라마 활동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방향을 전환, 스크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구도영화 ‘유리’로 데뷔한 박신양은 이후 TV로 무대를 옮겨 96년 MBC TV ‘사과꽃향기’와 ‘사랑한다면’등으로 헌신적인 이미지를 굳혔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편지’ ‘약속’등 멜로영화에서 흥행배우로 발돋움했다. 올해 ‘화이트 발렌타인’의 흥행부진으로 미국에서 재충전중인 그는 다음 작품도 영화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SBS 드라마 ‘내마음을 뺏어봐’에 잠깐 얼굴을 비친 외에는 역시 영화에만 주력하고 있다.

▲‘태양은 없다’에서 공연한 청춘스타 정우성과 이정재도 올해 스크린 사랑에 빠진 케이스. 정우성은 ‘유령’에 이어 미국 LA 로케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 ‘러브’를 촬영하고 있다. 이정재는 박광수감독의 ‘이재수의 난’에서 열연했고 변혁감독의 ‘인터뷰’ 크랭크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비해 심은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주가를 올리는 경우다. 올해 ‘미술관 옆 동물원’을 흥행 성공시킨 뒤 곧바로 SBS TV ‘청춘의 덫’에서 헌신과 분노의 두가지 눈빛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스크린 쪽에 더욱 쏠려있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 현재 한석규와 함께 ‘텔 미 썸딩’을 촬영중이다.

영화전업배우들은 영화라는 장르와 배우에 대한 매력, 연기 몰입도등을 이유로 드라마에 비해 영화를 선호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는 집약적인 종합예술로 잘만 만들면 영원히 팬들의 기억속에 남는다. 하지만 TV드라마는 전파를 매개수단으로 하는 것이어서 본질적으로 일과성일 수 밖에 없다. 말하자면 영화는 ‘예술’이고 드라마는 ‘인기’라는 인식이 대부분 연기자들에게 뿌리박혀 있다.

완성된 작품을 관객 앞에 내놓고 심판을 받는 영화에 비해 TV드라마는 촬영하면서 방영하고 또 다시 촬영하는 제작 과정에서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따라서 작품의 완성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밀도에서도 두 매체는 큰 차이가 난다. 영화는 시나리오 기획과 촬영 콘티, 장소 헌팅을 바탕으로 큰 구도를 그려놓고 한장면 한장면 심혈을 쏟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주어진다. 반면 ‘초치기’ 하듯 찍는 드라마는 연기자들 스스로도 대충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촬영 당일 현장에서 방송 대본을 받는 예도 허다해 깊이있게 생각하는 연기는 커녕 대사 외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스크린은 연기력의 검증 무대이기도 하다. 브라운관에서 큰 무리없이 연기를 해낸 이들도 스크린에서는 미세한 얼굴 표정까지 클로즈업되기 때문에 미흡한 부분이 그대로 노출된다.

드라마를 통한 폭발적인 인기를 발판으로 스크린에 진출했지만 연기력이 문제되거나 흥행에 실패해 충무로에서 퇴출되는 연기자들도 허다하다.

또한 영화전업배우들은 여러차례 검증을 받은 흥행배우들이 대부분이어서 영화 출연 섭외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촬영 도중 차기 작품을 결정하는 이른바 ‘입도선매식’캐스팅이 된다. 드라마 출연을 고려할 시간 조차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 영화제작 편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이럴수록 영화의 스타 의존도는 심해진다. 영화제작사와 감독들이 흥행의 안전판으로 스타를 잡으려 하기 때문에 소수 정상급 배우들에게 더욱 몰리는 것이다.

또 촬영장 분위기도 한몫한다. 영화 현장에서는 주연급 연기자들을 배려하기위해 감독, 촬영감독, 조명감독의 의자외 남녀주인공의 의자까지 마련하고 있는 추세다. 각각의 이름이 적힌 이 의자에는 아무나 앉을 수가 없다. 이런 스타대접은 드라마 현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 고참 탤런트들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크린은 배우의 신비한 이미지를 유지해준다는 점도 연기자들이 스크린에 탐닉하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자주 노출되는 일은 친근감을 주기는 하지만 팬들에게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시키지 않는다.

수입은 영화와 드라마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정상급 배우들은 편당 영화 출연료 1억5,000만~2억원을 받는다. 한해에 2편의 영화에만 출연해도 3억~4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드라마도 톱클래스 경우에는 편당 300만~4,000만원을 받고 28부작 미니시리즈에 출연하면 9,400만~1억1,200만원을 받는다. 그리고 드라마 방영기간내 노출 빈도가 높아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주기때문에 CF등 부대 수입을 올릴 기회가 많아진다.

영화는 분명히 단순 인기를 떠나 연기로 승부를 거는 연기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장르다. 현재의 영화 전업들도 TV 드라마를 통해 연예계 데뷔하거나 인기를 얻었던 스타들이다. ‘탤런트’보다 ‘배우’라는 호칭을 선호하는 연기자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덕기·일간스포츠 연예부기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6월 제2830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6월 제2830호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