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셔츠는 꼭 입어야 하는 속옷인가, 단지 옷 입는 습관일 뿐인가.

땀을 흡수하고 체온을 유지해주는 등 위생상의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는 러닝셔츠. 냉난방의 발달, 실내환경의 변화, 샤워를 자주 하는 현대인의 습성때문에 요즘은 러닝셔츠를 입는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의업체 쌍방울이 매년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 따르면 94년 75%의 사람이 입었지만 올해(6월조사)는 60%만이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변화를 들어 러닝셔츠를 꼭 입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펴는 측은 러닝셔츠입는 습관때문에 국내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는 순면을 수입하느라 막대한 외화가 지출된다는 점까지 지적한다. 대한방직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 해 원면수입은 30만톤에 달하며 6억달러의 외화가 미국 호주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흘러나간다.

습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원면이 주로 쓰이는 용도가 내의류, 청바지 등이니 러닝셔츠입는 습관만 고쳐도 엄청난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주장까지 편다.

사실 이런 주장이 나올 만 한 것이 러닝셔츠를 보급한 서양사람들은 이제 이를 거의 입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드레스셔츠를 속옷으로 여기며 따로 내의류를 입지 않는다. 캘빈 클라인, 트라이엄프 등 유명의류회사에서 만들어지는 러닝셔츠는 우리처럼 드레스셔츠안에 입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간단히 입는 웃옷개념이다.

이들이 러닝셔츠를 따로 입지 않게 된 것은 50년대 인기배우 클라크 케이블이 주연한 영화 ‘어느날 밤에 생긴 일’ 에서의 장면이 계기가 됐다. 샤워를 끝낸 클라크 케이블이 주섬주섬 내의를 입는 대신 셔츠만 걸치는 것을 보고 근육질의 섹시한 그를 선망한 사람들이 따라 하게 됐다는 것.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 러닝셔츠를 입지 않는다’ 는 위의 쌍방울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외모에 관심이 많은 18~29세의 연령층이 40~45%로 러닝셔츠를 가장 적게 입었다. 또 남자의 70%가 입는 반면 여자는 45%만이 입는다.

그렇다면 정말 입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70년대 한 연구에 따르면 여름에 러닝셔츠를 입은 사람이 안 입은 사람보다 체온이 3도 정도 낮게 나왔다. 면섬유가 땀을 흡수하고 통기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 의류학과 이순원 교수는 “89년 면섬유내의와 합성섬유를 혼방한 면내의를 비교검사한 결과 체온변화 흡습상태 쾌적감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 말한다. 그는 “요즘 합성섬유도 천연섬유 못지 않게 우수한 제품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타월에까지 면 100%를 사용할 정도로 천연섬유 선호가 높다” 고 덧붙인다.

면이건 모건 실크건간에 수입에 거의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러닝셔츠를 꼭 입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만하다.

김동선·문화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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