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농심배. 흥창컵 출범, 바둑계 '단비'

07/08(목) 11:00

세계대회가 줄지어 출범해 바둑계가 오랜만에 즐거운 비명이다. (주)농심에서 세계바둑최강전을 그리고 (주)흥창에서는 세계여자바둑선수권 대회인 흥창컵을 연내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바둑계는 경제한파 이전의 규모로 복원되어 아연 활기를 찾게 됐다.

먼저 ‘농심배’는 특이한 대국방식으로 흥미를 배가시켰던 과거의 진로배를 그대로 이어가는 방식을 취했다. 이름도 가칭 ‘세계바둑최강전’으로 결정했는데, 한국 중국 일본 등 3강의 대표선수를 한데 모아 국가대항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총규모는 6억원, 우승상금은 1억2,000만원.

익히 알다시피, 과거의 진로배는 다섯차례의 대회에서 한국이 모조리 종합우승을 차지하여 최강국의 위상을 드높혔을 뿐 아니라, 서봉수가 파죽의 9연승 행진을 하여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연승전 형식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속개될 농심배는 지지부지한 바둑계에 메가톤급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되어 벌써부터 바둑팬들의 흥미를 잔뜩 끌어모으고 있다.

한편, 위성통신장비 등 첨단 정보통신기기 전문업체인 흥창이 주최할 예정인 흥창컵은 작년까지 이어졌던 보해컵 여자선수권의 대를 잇는 기전이 될 것같다.

세계유일의 여자 프로선수권이라는 특수성을 띤 기전인만큼 한국 중국 일본뿐 아니라 유럽 대만 미국 싱가폴 등 여류바둑이 의외로 강한 국가까지 총 망라하여 벌어질 예정이어서 규모면에서 오히려 과거 보해컵보다 더 크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총규모 3억원, 우승상금 3,000만원.

두 신흥기전은 7월2일 공식적인 조인식을 갖고 정식출범을 향한 닻을 올렸는데, 이로써 한국은 기존의 삼성화재배 LG배 등 3대 메이저 대회와 함께 두 신흥기전까지 합쳐 모두 5개의 세계대회를 주최하는 명실공히 바둑강국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지게 된다.

한편 농심배는 연내에 개최한다는 것만 확정적이고 아직 정확한 개막일자는 잡히지 않았고, 흥창배는 7월중에 막을 올린다는 소식이다.

경제한파 이전의 수준을 거의 회복한 세계기전의 양상은 분명 바둑계로서는 즐거운 일이나 일각에서는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한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유명기사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굵직한 대회만 줄을 잇고 실제로 많은 기사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지는 국내기전의 부흥엔 아직도 많은 난제들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IMF 위기를 맞으면서 바둑계도 기전이 축소 또는 폐지되는 등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국수전 기성전 등은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동양증권배 국기전 패왕전은 1년에 한번 개최하는 대원칙이 수시로 무너지기 일쑤였다. 대왕전은 여류기전으로 전환했고 최고위전은 아직도 기전이 이어지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고 있다. 이러한 차제에 기전의 증가도 좋지만 바둑계의 존립기반을 형성하는 국내전부터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바두계의 발전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꺼져가던 불길을 다시 잡듯이 초대형 기전이 자꾸 생겨나는 자체가 바둑계의 융성한 저변의 상징이라고 보면, 국내전도 곧 제 위치를 찾으로라는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일례로 흥창같은 벤처기업이 바둑계로 뛰어든다는 건 상당히 주목받을 일이다. 기존의 대기업 위주의 스폰서 선택권이 한층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어쨌던 바둑계의 융성함이 국가경제의 회복으로 믿고 싶어지는 바둑계의 요즘이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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