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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주인공, 드라마가 뜬다

“주인공이 뛰면 드라마가 성공한다.”

드라마의 인기는 극중 주인공의 심장박동 횟수와 비례한다. 걷는 것 보다는 뛰는 것이 낫고 뛰어도, 열심히, 자주, 보는 이가 다 숨이 찰 정도로 뛰어다녀야 그 효과가 나타난다.

6월6일 막을 내린 SBS TV 월화드라마 <은실이>. 60년대 서울 외곽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우리네 이웃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린 <은실이>는 조용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방영초부터 높은 인기를 끌어 급기야 시청률 1위의 고지를 차지했다.

‘빨간양말’ 성동일을 비롯한 여러명의 주연급 조연들을 탄생시키기도 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아역배우 전혜진은 그야말로 ‘달려라 달려 은실이’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들길을 전력으로 질주하는가 하면 국밥집 사진관 극장이 늘어선 골목 골목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뛰어다녀야 했다. 행방불명이 된 동생 은철이를 찾으러, 혹은 엄마(김원희)를 만나러, 그리고 아빠(이경영)에게 엄마의 위독을 알리러. 모두 너무나도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은실이가 뛰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애를 태울 수 밖에 없었다. 은실이의 이러한 몸을 내던진 열연(?)으로 드라마는 성공리에 막을 내리게 됐다.

같은 6일에 막을 내린 MBC TV 특별기획 <왕초>도 뛰어다니는 것에 있어 두번째가라면 서럽다. 일단 배경 자체가 해방을 전후로 한 격동의 시대인지라 주인공 거지들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던 것. 징용이나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도망다녀야 했고, 넝마를 주우러 다니다가, 혹은 거리에서 사람들을 상대로 돈 놓고 돈 먹기 등의 사기를 치다가 순사를 피해 꽁지빠지게 달아나야 했다. 이어 6·25 때는 여기저기서 터지는 수류탄과 날아다니는 총알을 피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왕초>도 역시나 주연급 조연들의 개성있는 연기가 돋보였는데, 맨발의 윤태영과 날파리의 홍경인, 도끼의 윤용현 등은 유달리 많이 뛰어다녔다. 이들간의 서로 쫓고 쫓기는 뜀박질은 코믹한 상황을 연출했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주인공들이 뛰어다니는데야 드라마의 전개가 어찌 처지겠으며, 보는 이가 졸릴 수가 있겠는가. 말하자면 주인공이 뛰는 속도와 비례한 스피디한 전개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

지난 6월 막을 내린 SBS TV 수목 드라마 <토마토> 역시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기획할 때부터 지난해 SBS의 최고 히트작 <미스터 Q>의 판박이라느니, 주인공들의 연기력이 떨어진다느니 하는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톱스타 김희선의 매력과 뛰어난 뜀박질 솜씨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성공한 케이스. 방영 내내 40%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마지막회에는 53.5%의 기록을 세우기도.

극중 제화회사 디자이너 이한이로 출연한 김희선은 사장이 내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 바쁘게도 뛰어다녔다. 그것도 늘 짐을 잔뜩 든 상태에서 뛰어야했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시간 조차 없어 계단을 뛰어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스터 Q>가 김민종과 김희선의 ‘더블’ 뜀박질로 시청률을 잡은 것처럼, <토마토> 역시 주인공의 땀을 한솥이나 받아냈기에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7월 7일 현재 방영 4주째를 맞은 SBS TV 수목 드라마 <해피투게더>를 보면 2군에서도 짤린 날샌 야구선수 이병헌이 죽어라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 드라마는 이병헌이 뛰는 것 못지 않게 스토리 전개도 매우 빨라 젊은층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

그동안 맡아왔던 역과는 달리 돈도 없고 실력도 없고 부모도 없는 ‘폼 안나는’젊은이 서태풍역을 맡은 이병헌은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뛰고 또 뛴다. 심지어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은 상태에서도 절뚝절뚝 뛰어다녔는데 입대를 앞둔 시점에서 투혼(?)을 불사르기로 작심한 듯. 그 열성 때문인지 <해피투게더>의 초반 시청률이 27.2%를 기록해 <토마토>의 방영 초반 시청률을 앞질렀다 하니 이병헌은 앞으로도 계속 뛰어다닐 것 같다.

작년 12월에 막을 내린 MBC TV 미니시리즈 <해바라기>는 출연진 모두가 뛰어다닌 대표적 케이스. 배경이 종합병원 신경정신과라면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장면 장면이 어땠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안재욱과 김희선을 비롯해 의사역을 맡았던 배우들은 물론이고, 환자역을 맡은 배우들도 생명이 달린 상황에서 느긋하게 걸어다닐 수는 없는 법. 발바닥에 불이 난 배우들 덕에 <해바라기>가 시청률에서 상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이밖에도 주인공의 뜀박질 덕을 본 드라마로는 최수종이 산으로 들로 뛰어다닌 KBS2 TV <야망의 전설>, 이혜영이 커리어 우먼으로서 동분서주했던 MBC TV <예감>, 유오성이 틈만 나면 뛰어다니던 MBC TV <내일을 향해 쏴라> 등을 들 수 있다.

주인공의 뜀박질과 시청률간에 무시못할 관련이 있음을 역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요즘의 KBS TV 드라마들. 근작에 히트한 드라마중 KBS TV의 드라마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드라마의 전개가 느려지면,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청자들은 조바심을 내며 이내 마음이 떠나게 되는 법.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축축 처지는 대사가 나올리 만무하고 숨가쁜 상황이 아닌데 뜀박질할 이유도 없다. 즉 주인공이 바쁘게 뛰어다니면 다닐수록 덩달아 드라마의 템포도 느려지지 않고 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이 무작정 뛰어다닌다고 해서 드라마의 시청률이 올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의 스피디한 진행이 젊은 시청자들의 감성에 부합하고, 그 결과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윤고은·일간스포츠 연예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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