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까닭은?

07/16(금) 09:59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조금이라도 철학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한번쯤은 품어 보았을 세가지 의문점이다.

소설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의 천재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 세가지중 마지막 의문점에 도전했다. ‘아버지들의 아버지(Le Pere de nos Pere)’라는 제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 소위 ‘미싱 링크(Missing Link)’로 불리는 최초의 인류를 찾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그는 역자인 이세욱씨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인류가 왜 지구상에 나타났는가라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지상에는 도구나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의복도 없는 동물로만 존재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하필 인간이 나타났던 것일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내가 존재하고 독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라며 지구상 최초로 자기를 자각한 존재에 대한 작가적 호기심을 드러냈다.

‘자신을 깨달은 최초의 존재’에 대한 베르베르의 호기심 만큼 그의 소설은 긴장감있게 시작된다. 최초의 인간에 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한 고생물학자(아제미앙 교수)가 휘갈겨 쓴 메모. “됐다. 마침내 나는 발견했다. 인류가 왜, 그리고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나는 알고 있다. 이건 무시무시한 비밀이다. 내가 이것을 누설하게 되면 온 세상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 그리고 그의 돌연한 변사.

의문의 변사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미모의 주간지 여기자와 전직기자, 미싱 링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학계의 갈등, 이상한 원숭이의 출현과 돼지고기 가공업체 여사장의 납치 사건…. 주인공인 발랄한 여기자 뤼크레스와 괴짜로 알려진 전직 기자 이지도르는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과학자들을 차례로 만나고, 범인을 찾아 인류의 근원지로 알려진 아프리카(탄자니아 리프트밸리)로 떠난다.

이 소설은 두개의 플롯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두 기자가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부분이 한 편이라면, 다른 한 편은 370만년전 우리의 가장 직접적인 조상 즉 미싱 링크에 해당하는 존재의 일상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이밖에도 인류의 외래기원설, 돌연변이설(다윈설), 용불용설(라마르크설) 등 인류 진화에 대한 제 이론에 대한 탄탄한 이해도 소설을 읽은뒤 남게 되는 또다른 소득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아무리 베르베르의 역작이라고 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아쉬움은 초반과 달리 후반부, 특히 결말부분이 엉성하다는 점이다. 인류의 반쪽 조상으로 밝혀진 돼지. 도살장에서 콘베이어벨트에 올라 무리를 지어 죽음을 기다리는 돼지떼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가면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구해주는 부분에서는 웬지 속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정작 작가인 베르베르는 인류의 조상이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돼지가 인류의 반쪽 조상’이라는 소설의 결론과 달리 ‘인류의 조상은 외계에서 왔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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