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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감정', 판치는 '뒷거래'

싯가로 1,000억원대가 넘는다고 소유주가 주장하는 피카소 마티스 달리 등 유명 서양 현대화가들의 그림들, 8억원대가 넘는 오원 장승업의 잡화병풍과 겸재 정선의 산수화.

최근 우리나라에서 고가 미술품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운보 김기창화백의 그림 수백점을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거액을 주고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미술품 파문’이 고미술과 서양화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위작시비’

서민들에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지만 유명화가의 그림은 상상을 초월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위작여부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이 고미술 위조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위조전문가 권모(52·구속중)씨가 91년 위작여부로 문제가 됐던 천경자화백의 미인도를 “내가 그린 가짜”라고 진술하면서 미술계에 또 한차례 진위파문이 일고 있다.

미술품의 위작논란은 우리나라의 감정에 대한 낮은 신뢰성뿐만 아니라 미술품 거래의 후진성 등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천경자화백의 미인도 위작여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한국고미술협회 전 회장이 허위감정혐의로 기소되면서 미술품감정과 거래행태에 일대 변혁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미술품 감정을 하는 기관은 한국화랑협회와 한국고미술협회 등 두 곳 뿐이다. 감정기관이 근대미술과 고미술로 나뉘어 각 1개밖에 없어 판정에 의심이 가도 검증기구가 없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청전 이상범의 춘경산수를 두고 양측이 각각 진품과 가짜라는 상반된 감정결과를 내놓아 말썽을 빚기도 했다.

82년 설립된 한국화랑협회의 감정위원회는 서양화 10명, 동양화 8명의 위원을 두고 있다. 생존작가 작품을 감정할 때는 작가가 직접 참여하고 작가가 작고했을 경우 유족이 참여하기도 한다.

71년 설치된 고미술 감정위원회는 ▲도자기 금속 토기 ▲서화 서예 ▲목기 등 3개분야로 나뉘어 감정위원을 15명씩 두고 감정이 어려울 경우 별도로 자문위원들을 위촉하기도 한다.

이들 기관은 감정위원이 로비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고 다만 “학계 평론가 작가 협회관계자중 경륜있는 인물을 위촉한다”고만 밝혔다.

미술품거래 ‘햇볕’으로 나와야

미술계 관계자는 “감정위원중에 업계인사가 얼마나 참여하는냐가 관건”이라며 “오랜 현업생활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감정능력도 뛰어나겠지만 공정성시비가 일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감정의 형태는 대부분 육안감정. 특정작가가 즐겨썼던 재료나 캔버스의 종류, 그림에 덧칠한 흔적 등을 살피고 고미술품의 경우 시대별로 나타나는 대표적이고 특징적인 양식이나 필선, 색의 농담, 낙관이나 글씨를 분석한다.

X선이나 자외선 현미경검사 등 과학적인 조사를 벌일 수 있지만 두 감정위원회는 장비를 구비하지 못한 상태이고 특히 고미술품의 경우 과거 시대별, 미술품별 축적자료가 없어 비교분석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미술계에서는 감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감정기구를 더 늘려 상호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고 감정사를 공인하는 프랑스처럼 제도적으로 감정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술적 가치가 있는 미술품이 부정적인 재산축적이나 상속의 수단으로 전락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경매제도를 활성화하고 정부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해 지하에서 거래되는 예술품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희 주간한국부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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