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스스로 풀어보는 철학적 의문

07/23(금) 14:28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에 사는 평범한 소녀 소피는 어느날 발신인 없는 의문의 편지를 받는다. 내용은 단 한 줄. “너는 누구니?”

그 후 철학이 왜 중요한가를 묻는 편지를 다시 받은 소피는 천진난만한 일상에서 벗어나 정체불명의 철학 선생에게 편지를 통해 철학의 역사에 대한 강의를 받기 시작한다. 이어서 정체를 드러내는 철학 선생 알베르토 크녹스는 소피에게 자연철학자들, 소피스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철학자들의 철학 구상과 사상에 이어 중세, 근세, 현대로 철학 강의를 계속한다.

1권에서는 생생한 현실로 그려지던 소피의 세계가, 실은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노르웨이 유엔 평화유지군의 알베르크 크낙 소령이 딸에게 줄 생일선물로 쓴 창작 소설속의 허구적 현실이라는 ‘메타 픽션(metafiction)’ 구조가 밝혀지면서 독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자신들이 허구속의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한 소피와 알베르크 선생은 자신들을 창작한 크낙 소령에게 반발, ‘소설의 세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모종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독일 슈피겔지로부터 ‘철학을 소설로 풀어 써 철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책은 노르웨이의 요슈타인 가아더가 열네살의 사춘기 소녀 소피를 통해 인생과 우주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쓴 서양철학 입문소설이다.

철학에 관한 소설이지만, 단순히 철학소개를 위한 교양 소설이나 흥미위주의 소설만은 아니며 딱딱한 철학에 관한 책만도 아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현대의 실존주의까지 3,000여년에 걸친 방대한 서양철학의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거장들의 사상을 연대기순으로 풀어가면서 신비감을 깨뜨려 나가는 미스테리 형식을 갖추고 있다. 주입식으로 철학을 익히게 하지 않고 많은 예화와 문제제기를 통해 독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철학적 의문을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게 하면서 빈자리를 맞춰 나가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논리도 주입식으로 암기해야 하는 우리의 청소년과 대학생, 나아가 성인들에게도 철학의 재미있음을 알게 해주며 사고하는 즐거움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이 책은 93년 8월 독일에서 번역판이 출간된 이래 ‘슈피겔’지 등 5대 시사주간지로부터 베스트셀러 1위에 선정됐으며 전세계 47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2,000만부 이상이 판매된 초베스트셀러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 자녀들에게 줄 마땅한 선물을 찾지 못했다면 한번쯤 손길이 갈만한 책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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