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정상을 향한 뜨거운 몸부림

07/29(목) 09:47

성하의 바둑계가 연일 뜨거운 뉴스로 화제다. 이창호가 춘란배 준우승을 계기로 약간 주춤하는 사이 예네위, 서봉수, 조훈현, 김만수 등 정상에서 약간 거리를 두었던 기사들이 연일 상한가를 치며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창호가 세계 최고수로 공인된 이즘 바둑계에서 국내 타이틀을 따는 것은 세계타이틀을 따내는 것보다 사실상 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세계타이틀은 혹시 이창호가 다른 외국기사에게 패해 불의의 탈락을 맞을 수도 있는 일이므로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전은 오직 자신의 힘으로 그를 꺾어야하므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시절임에도 국내 타이틀을 노크하는 이가 있다. 중국인 여류 최강 기사 예네위가 단연 눈에 띈다. 그녀는 지난주에 있었던 여류타이틀이지만 첫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이미 그녀의 우승은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 남자기사 못지 않은 실력파로 이창호와 만날 날도 머지 않았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예네위는 이미 그런 가능성을 상당히 열어놓았다. 그녀가 남편 강주구와 함계 동반 본선진출한 국수전에서, 유창혁 최규병을 격파한 데 이어 최강신예로 꼽히는 최명훈마저 대마를 잡고 눌러서 본선에 의기양양 진출한 경험이 있다. 그녀가 꺾은 상대의 면면은 이창호에 다음가는 멤버라 할 정도의 실력파. 따라서 그녀는 하반기 국내바둑계의 최대화두가 될 전망이다.

서봉수의 소리없는 분전도 놀랍다.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는 혹평에 시달리는 그는 최근 8할에 가까운 승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지난주 박카스배에서 결승에 진출해 무려 3년만에 타이틀을 놓고 한판승부를 결하게 되어있다. 아직 상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창호와 유창혁의 승자로 알려졌다. 유창혁과의 승부라면 반반의 확률일 것이고 이창호와의 승부라면 4:6으로 밀린다고 하겠다.

최근 국내기전중 가장 불을 뿜는 기전은 왕위전 도전자결정전이다. 현재 유창혁과 조훈현이 자웅을 겨루게 되어 있는데, 조훈현이 유창혁과의 마지막대국에서 그를 이김으로써 똑같이 6승1패를 기록, 동률재대국을 치르게 됐다. 동률대국의 승자는 이창호와 상당히 박진감 넘치는 바둑을 보여줄 것으로 벌써부터 흥미를 돋군다.

일단 조훈현은 춘란배에서 이창호를 꺾고 우승한 저력을 살려 흐름이 좋을 것이고 유창혁은 꾸준히 자기성적을 내고 있던 터이므로 역시 이창호에게 좋은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창혁의 경우 왕위전이 자신의 잔뼈가 굵은 기전이어서 상당한 애착을 보인다.

신예중에는 단연 김만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신인왕진에서 전승으로 우승하여 이미 될성 부른 떡잎임을 과시한 그는 이어서 벌어진 한중신인왕전에서도 우승하여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나머지 기전에서도 그는 승률 8할대의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현재 테크론배에서 4강에, 배달왕전에서 8강에 진출해 있어 ‘올해의 신인’으로 꼽힌다. 다만 승률에 비해 아직 굵직한 면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이 단점인데, 곧 닥칠 정상급과의 승부가 일차 관건으로 보인다. 만일 반타작 정도만 할 수 있다면 그도 엄연한 정상급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은 어차피 이창호뿐인 바둑계. 그러나 그가 주춤하는 사이 이렇게 다음 타자들이 곧장 들이미는 걸로 보아 이창호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단계다. 예네위와 조훈현을 특히 조심해야할 후반기가 될 것이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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