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황제를 키운다] 아이는 '왕따', 엄마는 '치맛바람'

08/10(화) 14:48

황제 모시듯이 떠받들어 키운 아이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공동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곳은 유치원. 이곳에서도 ‘소황제’의 생활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현장 교사들의 체험담을 통해 본 유치원에서의 ‘소황제 증후군’은 대개 3가지로 요약된다.

의지 약하고 매사에 피동적

첫째, 자율성보다는 피동성이 소황제들의 특성이다. 소황제들은 가정에서 받는 것과 똑같은 대우를 유치원 교사로 부터도 받기를 기대한다. 이런 아이들은 교사가 지시하는 것을 피동적으로 수행할 뿐 스스로 자기 일을 찾아서 하려는 의지가 비교적 약하다. 장난감도 손에 집어 주어야 하고 하교시간에는 옷과 신발까지 입혀 주기를 원한다. 교사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토라지고 화를 낸다. 소황제들은 대부분 유치원 이외에도 과외를 하는 경우가 많아 유치원을 단지 쉬는 곳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교사의 말을 귀찮아 하고 내버려 두기를 원할 뿐 아니라 매사에 좀처럼 흥미를 갖지 않는다.

둘째, 다른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수가 많다. 항상 특별한 대우를 바라기 때문에 급우들로부터 시기를 받게 된다. 놀이기구도 유치원에 비치된 공동용품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가져온 특별한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경우가 많아 다른 아이들의 질투를 불러 오게 된다. 싸움이 자주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신기한 물건이나 장난감을 갖고 오면 다른 급우들이 주위로 몰려 들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장난감 등을 통해 주위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으면 곧 외톨이가 돼 버린다는 이야기다.

자기 아이에게 ‘특별대우’ 요구하기도

마지막은 엄마들의 치맛바람. 유치원측이 자기 아이에게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탓에 유치원을 드나드는 횟수가 늘어난다. 담당 교사에게 자기 아이를 ‘특별대우’해 주도록 요구하고 때로는 유치원 원장를 직접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사립기관인 유치원의 특성상 학부모의 이야기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담당 교사의 자율성은 침해되고 나아가 교육현장의 물은 흐려지게 된다.

학부모의 치맛바람은 ‘전염효과’를 갖는 특성이 있다. 한 부모가 나서면 다른 부모들도 덩달아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현장 교사들은 말한다.

‘내 아이만은 특별하게 키우고 싶다’는 부모들의 소박한 열정이 결국 아이를 ‘특별한 문제아’로 만드는 결과를 낳고 만다. 현장 교사들은 그러나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모두 소황제 증후군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부모의 자녀교육 태도에 따라 아이들의 태도와 행동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따라서 가정에 전적인 책임을 지우는 현재의 유치원 교육체제가 변화되지 않으면 소황제 증후군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유아교육은 사설학원과 유치원, 놀이방 등 사영기관이 80%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에 따르면 유치원생 한명에 들어가는 한해 사교육비는 124만원 가량. 3세 이하 취학전 아동의 77%가 유아원과 놀이방 등에 다니고 있고 매달 평균 12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반면 정부의 유아교육 예산은 전체 교육예산의 1% 남짓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평균 교육예산의 7%를 유아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소황제 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유아교육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는 공교육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치원 공교육은 나아가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효율 향상에도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공교육이 유아들에게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의 출발선상에 있는 유아의 인지발달 편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