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가 새고 있다] '눈덩이' 나라 빚, 허리띠는 국민이

08/05(목) 09:04

2000년을 코앞에 둔 1999년 여름.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30대 중반이후 기성 세대들은 후손들에게 떤 평가를 받게 될까. 지수 1,000선을 회복한 종합주가지수, 한자릿수로 안정된 시중금리, 호전되고 있는 경제상황만을 생각한다면 ‘한국전쟁이래 최악의 위기라는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훌륭했던 조상’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같지만 실상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후손들에게 영원히 갚을 수 없는 빚더미를 남겨준 조상’이라는 원망을 뒤집어 쓸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부채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64조원이 투입된데다 극도로 가라앉은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나라 빚’이 그야말로 눈덩이 불어나듯 급증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만해도 ‘재정부문에서는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공공부문 부채가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96년말 기준으로 정부부채는 국채 및 차입금이 33조7,000억원으로 경상 국내총생산(GDP)의 8.6%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는 미국(48%), 일본(75%) 등에 비해서도 월등히 양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사정은 불과 2년만에 완전히 돌변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로부터 도입한 외자(17조원)와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서 정부부채가 38조7,000억원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98년말 현재 정부부채는 GDP의 16.8%인 72조4,000억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16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도 정부부채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정부가 22조4,000억원의 적자예산을 편성하고 있고 구조조정용 채권으로 23조4,000억원을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지급보증을 한 민간부문 부채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96년만 하더라도 정부가 보증한 민간채무는 산업은행이 발행한 산업금융채권에 대한 보증이 대부분으로 7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5개 은행을 퇴출시키고 제일·서울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데 필요한 6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98년 한해동안 40조6,000억원의 채권이 정부보증을 받아 발행되었고, 지난해 초 시중은행들이 217억달러(26조원)의 단기외채를 중장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지급보증을 선 것까지 포함하면 98년말 현재 정부부채는 GDP의 43%인 184조6,000억원에 달한다.

어느모로 보아도 과거 국내외에서 받았던 ‘재정부문의 우등생’이라는 칭송을 찾기는 어려워 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부채는 정말로 후손들을 영원한 빚더미에 올려놓을 만큼 심각한 수준인가. 정부 당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예산처는 4월 내놓은 자료에서 “2005년까지는 직접적인 국가채무가 171조원까지 팽창하지만 재정적자 축소, 공공차관 상환, 공공기금 융자회수 등으로 2006년(168조1,000억원)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획예산처는 또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20.2%)는 일본(75%), 미국(48%), 프랑스(46%), 이탈리아(181%)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이에 따라 빚으로 빚을 갚는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도 “정부부채의 누증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정부부채 심각한 수준인가’라는 연구보고서에서 “IMF와 도이치방크 등이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까지 포함시켜 정부부채가 99년중 GDP의 70%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으며 금융·기업구조조정에서 추가로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도 있지만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기획예산처와 달리 정부부채에 대해 신중히 대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가채무 누적의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지급보증한 64조원중 41조원 가량이 회수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며, 이를 국가채무에 포함하면 2002년에는 직접적인 국가채무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정부부채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국가채무는 일단 누적되기 시작하면 이자부담때문에 계속 불어나는 속성이 있다”며“금융 구조조정비용, 실업대책비 등 불가피한 재정지출을 제외하고는 기구축소, 공기업 매각확대 등으로 재정적자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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