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얄궂은 태풍, 예측불허 진로

08/10(화) 15:14

태풍의 진로는 대개 포물선 형태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지그재그나 고리모양을 띠기도 하고 ‘S’형태나 ‘갈 지자(之)’로 비틀거리며 예상을 어렵게 해 기상예보관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한다. 심할 경우 ‘후진기어’를 넣고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예측을 불허한 것으로 유명한 녀석은 94년의 ‘더그’.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북반구로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더그’는 목포 앞 해상에서 ‘후진기어’를 넣고 중국 하남지방으로 후퇴했다. 가장 심술이 궂은 놈은 89년의 ‘주디’였다. 갈 지자(之) 걸음으로 예보관들의 속을 무던히도 태웠다. 68년의 ‘폴리’는 진로를 과감하게 변신, 일본 오키나와섬 인근 해상에서 갑자기 방향을 튼 ‘꺽음쇠’형. ‘S’형으로는 89년의 ‘주디’를 들 수 있다.

태풍의 이동경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태풍의 유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태풍은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열대저압부(TD) 가운데 중심부근의 최대풍속이 초속 17㎙이상의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것을 말한다. 중심최대풍속을 기준으로 17~24㎙는 열대폭풍(TR), 25~32㎙는 강한 열대폭풍(STS), 33㎙이상일 경우를 태풍(TY·Typhoon)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열대폭풍 이상을 통상 태풍이라고 한다.

태풍은 초기에는 약한 열대저압부로 적도 부근의 동풍에 밀려 시속 약 20㎞ 속도로 서쪽으로 진행하다가 점차 열대폭풍으로 발달한다. 열대폭풍은 이후 북위 25~30도 사이에서 더욱 커져 태풍으로 발달하면 대개 북쪽으로 향하게 된다. 말기에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때는 속도가 시속 40㎞에서 심할 경우 80㎞로 질주한 경우도 있다.

월별로도 이동경로가 조금씩 다른다. 6월에 발생하는 태풍은 계속 서진하다남지나해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7월 태풍은 대만 부근에서 중국 연안을 따라 북상, 서해를 거쳐 우리나라 쪽으로 진행한다. 동지나해로부터 우리나라를 가로질러 동해로 빠지는 것은 8월 태풍의 일반적인 코스다. 9월에는 오키나와섬 동쪽해상을 지나 일본 열도쪽으로 진행한다. 10월 태풍은 일본 남쪽해상을 멀리 비껴가기 때문에 별 피해가 없다.

8월 중순에서 9월 초까지 태풍경로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고기압이 확장하고 있으면 태풍은 중국대륙 쪽으로 진행하지만, 대개 이때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조금씩 약화되어 일본 열도 부근까지 움츠러들게 되므로 한반도를 내습하는 경우가 잦다.

올 8월초 한반도를 내습한 제7호 태풍 ‘올가’는 서해안을 따라 올라오다 황해도 옹진반도에 상륙한 케이스. ‘올가’와 비슷한 경로의 태풍은 73년의 ‘아이리스’와 85년의 ‘리’, 94년 ‘브렌단’ 등을 들 수 있다. 태풍 ‘올가’는 옹진반도에 상륙할 당시 속도가 시속 46㎞에서 35㎞로 뚝 떨어졌는데 이는 태풍의 전면이 지면과 마찰하면서 저항을 받았기 때문이다. 평지(해안)를 달릴때 보다 자갈밭(내륙)을 달리기가 훨씬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정정화·사회부 기자 jeong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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