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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세상이 다가온다] 더 높은 도약의 문턱 앞에서

브라질 캄피나스에서는 FIRA 로봇월드컵이 한창일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문산에 수재가 또다시 나서 우울할 즈음이었다. 문산에서의 물난리는 큰 비만 오면 매년 겪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해임에 틀림없는데, 항상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하늘만 믿고 일단 잘 되겠지하는 무사안일주의 때문일 것이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듯이 2002년에는 FIFA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이런 세계적인 축제를 눈앞에 두고, 우리 나라 과학기술계 또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세계인들이 우리를 주목하고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우린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하고, 그로부터 우리 국가이미지를 제고하여야 하는 것이다.

88년 서울올림픽 때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을 세계인들에게 맘껏 선보인 바 있다. 그때 과학기술계는 세계적인 도핑테스트기술로 벤 존슨의 기록을 무효화한 적이 있으며, 완벽한 전산정보시스템을 개발하여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바 있다. 이제 2002년 또 하나의 지구촌 축제를 앞두고, 더욱 개선된 첨단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과학적인 월드컵 축구대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젠 이러한 무대 뒤에서 보조자의 역할 뿐만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 무대 전면에서 세계인에게 선보일 과학 기술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 역시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FIRA 로봇월드컵은 2002년 월드컵 코리아 대회에 걸 맞는 절묘한 아이템으로 국가 이미지 향상에 일조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물론 FIRA 로봇월드컵 대회는 2002년 FIFA 월드컵 코리아 행사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종주국으로서 매년 성장하고 있는 FIRA대회의 여러가지 효과와 성장가능성을 우리는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21세기는 과학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사실 이를 위하여는 과학 기술의 대중화 및 저변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끔 유도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소재마련 및 동기부여를 해 주어야한다. 과학기술이 친숙한 소재로 다가가야 저변확대가 되어 우리도 빌 게이츠와 같은 이를 배출해 낼 수 있는 기본 토양이 마련되는 것이다.

사실 95년 10월 마이크로 로봇 월드컵 축구대회(MiroSot)를 창안하였을 때는 월드컵 유치 열기가 뜨거워지기 이전이었던 만큼, 월드컵축구의 인기와는 별개로 순수하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우선하는 목표로서는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의 젊은이들과 과학기술을 통하여 경쟁도 하고 우정도 쌓을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세계화에 대한 구호가 한창이었고, 배낭 여행만 떠나면 세계화가 저절로 되는 줄 알고 많은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해외 여행에 나서는등 사회 전반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던 때였다.

과학기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진정한 세계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과학기술을 가지고 세계의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또한, 로봇축구를 일반인들이 보고 즐길 수 있을 때 과학 기술을 전공한 학생들도 스포츠 스타 못지 않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훌륭한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혹시라도 2002년 월드컵유치가 확정이 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러면서 또한 마이크로 로봇 축구대회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마이크로 로봇처럼 작지만 강한 나라로 굳혀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이런 생각으로 첨단 과학기술과 대중과의 멋진 만남을 위해, 95년 경기 규칙을 만들고, 국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MiroSot'96, '97대회를 KAIST에서 성황리에 개최하게 되었다. 이어 세계 35개국 회원들과 함께 세계로봇축구연맹(FIRA)을 97년 6월5일 창설하였고, 98년에는 FIFA 월드컵이 열렸던에서 파리에서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로봇 축구 종주국으로서의 한국의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며 FIRA 프랑스 '98이 열렸다.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남미, 유럽 등 지역예선을 거쳐 8월4일에서 8일까지 브라질 캄피나스시에서 FIRA 브라질 '99가 개최되었다.

금년 대회는 이 지역인사들과 기업체, 대회 조직위원회측의 철저한 대회준비와 운영, 그리고 참가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우러져 흥겨운 과학축제 마당을 이루었다. 대회기간에 남미지역의 CNN 방송 및 브라질 TV 방송, 케이블 TV‘디스커버리’에 보도되는 것을 비롯하여 브라질 신문에 매일 대서 특필되었으며, AP기자는 사진과 함께 인터뷰기사를 세계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귀국 후, 정작 이 대회의 모국인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는 한마디, 단 한 줄의 소개가 없었음을 알고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우리는 물난리에 온 나라가 정신이 팔려 외신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못했던 것이다.

브라질 대회를 마치고, 8월12일 출근하니 과기부에서 공문이 하나 와 있었다. 2001년 봄·가을에 일본 과기청 주최로 로봇 경연대회가 일본 로봇 축구대회를 비롯하여 각종 학술대회가 열린다고 우리 주일 대사관에서 과기부에 공문으로 알려 온 것이다. 사실 일본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 맞춰 로봇축구대회도 일본으로 유치하려고 FIRA의 뒤를 계속해서 추적해 오고 있었다. FIRA 보다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과기청과 세계적인 대기업 소니사를 앞세워 대규모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FIRA 로봇 월드컵축구대회는 과기부나 관련 부처의 무관심 속에 일본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늦었다고 하는 때가 가장 좋은 때라는 말처럼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도 FIRA 로봇 월드컵 축구 대회를 외교적인 차원에서 각국에 알려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로봇하면 ‘로봇태권 V’처럼 훨훨 나르는 것을 생각하는데, 그건 만화 영화 일 뿐 사실은 제대로 걷는 로봇도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로봇은 복합적인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연구에 여러 가지 난점이 많다. 그러나 현재 기술력이 못 미쳐서 그렇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전자공학이 발전해 나간다면, 과학영화 속의 로봇의 모습도 아주 먼 이야기는 아니다. 두발로 공을 차는 로봇을 만들 수 있으며, 사람의 행동을 모사하는 로봇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연구와 도전의 장이 있어야 하며, 이런 면에서 FIRA 로봇월드컵의 중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료 및 주위의 교수들도 당장 “축구로봇을 갖고 뭘하겠느냐”고 물어보곤 한다. 이에 대한 답으로서 앞에서 말한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의의는 우선 제쳐두고서라도, FIRA 로봇월드컵 축구대회는 그 자체로 상품이 될 수 있는 오락(Entertainment)사업인 것이다.

정부도 그렇고 우리 FIRA를 후원해 줄 만한 기업들도 무얼 망설이는지 모르겠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뉴사이언티스 매거진(New Scientist Magazine)’도 97년 4월26일자에서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 Deep Blue’와 카스파로프의 체스경기보다 이 로봇축구대회가 더욱 더 도전적인 문제라고 예측한 바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일본에 밀려 국가이미지가 퇴색되는 ‘물난리’가 나야만 그같은 사실을 깨달을 것인가?

‘과학기술발전’과 ‘과학기술 대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지금 FIRA 로봇월드컵은 2002년을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2000년에는 올림픽이 열리는 호주의 3개 지역에서 분산 개최될 예정이며, 2001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대회가 열린다. 그리고 2002년에는 FIRA 최대의 행사로서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각 지방 대도시에서 분산 개최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아직 늦지 않았다. 2002년을 앞두고, 바로 지금이 FIRA 로봇월드컵의 도약을 위해 종주국으로서 우리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김종환 한국과학기술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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