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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세상이 다가온다] 생활의 한부분은 '이미 로봇 몫'

‘로봇’이란 말은 본래 ‘노동자’를 뜻하는 슬라브어다. 이 말은 1921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사용되면서 대중 사이에서 쓰여지기 시작했다.

18세기말 공장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은 기존 가내 수공업을 무너뜨리고 자본과 노동 관계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근대 산업혁명의 촉매가 됐다. 여기서 한계단 진보한 공장 자동화는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더욱 해방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기계’라는 기본 원리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 덕에 로봇의 개념은 단순 반복작업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닌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창조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더구나 현대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로봇과 기계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최근에는 ‘자율적 통제가 가능한 자동화 기계가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경지’라는 표현이 로봇에 대한 정의로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로봇은 이제 인류와는 뗄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 사회 전분야에서 알게 모르게 로봇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은 거의 찾아 볼수 없을 정도다. 과연 현대 사회에서 로봇이 우리의 어느 곳까지 왔는지 각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의료/생명연장의 손

인간 생명에 관련된 의료용 로봇 개발은 그 어느 것보다 시급하면서도 절실한 분야다. 프랑스 파리 피티 살페트리에 병원의 흉부외과 과장 이라드 그란드바크치박사는 지난달 로봇을 이용한 원격 수술 분야에 새장을 열었다. 그란드바크치박사는 예순살의 한 여자 심장병환자의 유방동맥 일부를 마이크로 카메라와 수술용 핀셋, 가위가 달린 로봇를 통해 관상동맥에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오지나 무인도에서도 첨단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의료계에서 내시경 끝에 달린 센서 로봇과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장기내 환부를 도려내는 기술은 이미 수년전에 보편화된 것. 최근에는 마치 잠수함처럼 혈관속을 돌아다니며 종양 부위에 투약하거나 막힌 동맥을 넓혀주고 혈당량도 조절하는 마이크로 캡슐도 개발 단계에 있다. 한편 미국과 독일은 수년내에 바이러스 크기의 분자로봇을 개발, 이 로봇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 원하는 부위에 직접 약을 투약하거나 환부를 잘라내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극한 작업/한계를 넘어 불가능에 도전

지난달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존 F 케네디 2세는 로봇이 없었다면 심연의 바닷속에서 영원히 떠돌뻔했다. 추락 당시 목격자는 물론 무선 접촉마저 없어 수색작업은 사막에서 바늘찾기에 비유될 만큼 힘들었다. 미 해안경비대는 레이더와 수중음파탐지기 소나를 통해 마서스 비녀드 부근 추락 예상지점을 2만3,000여㎢에서 수천㎢로 좁혔다. 그리고 잠수대원이 접근할 수 없는 심해에 조명과 카메라가 장착된 수중 원격조정 로봇(ROV)을 투입, 단 4일만에 시신을 찾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사람이 손댈 수 없는 원자로내에도 로봇들은 용감하게 들어간다. 일본은 지난달 길이 10㎜, 무게 0.5g에 불과한 마이크로 로봇을 원자로나 화력발전소나 파이프라인 틈새에 침투시켜 고장난 부위를 수리하고 있다. 로봇이 워낙 작아 발전소를 정지시킬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방식은 대규모 댐이나 고층건물의 균열 부위를 찾는데도 사용되고 있다.

산업/보다 효율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기초적이지만 가장 긴 역사를 지닌 분야다. 단순한 자동차 용접에서 벗어나 현재는 공정별로 동선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의 선을 그어 놓고 로봇이 이 색을 인식해가며 모든 작업을 처리하는 시스템이 많이 이용된다. 반도체에서도 로봇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 작업자다. 인간의 육관으론 식별이 불가능한 절삭이나 먼지 등 미세한 결함을 찾아내는데 일등공신이다. KAIST가 개발중인 빌딩용 도우미 로봇,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수직철골구조 용접로봇도 2~3년내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또 농촌진흥청이 최근 개발한 ‘머슴로봇’은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수확할 때 머슴처럼 충실하게 작업을 수행해 농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군사, 우주항공/미래를 향한 상상의 세계

우주·항공분야에 있어 로봇의 활용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과 카네기멜론대학은 수년전에 달이나 화성을 탐사하면서 3차원 지형도와 기후도를 제공하는 ‘단테’를 개발, 실용화했다. ‘단테’는 7개의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를 탑재한 높이 3㎙의 거대 로봇. 다리를 8개나 갖고 있어 거미로봇이라고도 불리며 우주탐사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또 최근 화성탐사에 쓰인 ‘소주르너’도 다리형이면서도 느린 속도를 보완한 진보된 형태의 탐사 로봇이다. 군사분야에서도 조종사 없이 혼자 적진에 들어가 상대 진지를 타격하는 무인 장갑차, 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요격미사일, 적의 상공에서 군사 움직임을 감시하는 무인 정찰기, 위험한 지뢰를 찾아내 없애는 지뢰 제거 로봇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생활·오락/엄청난 부가가치 미래 산업

가장 먼저 실용화될 수 있는 분야.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비용이 적게 드는데 비해 부가가치가 엄청나 벤처기업들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 인텔리전트 토이(장난감 로봇)는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갔다. 일본의 생각할줄 아는 애완견 로봇 ‘아이보’가 이미 대히트를 쳤고 국내에 벤처기업에서도 장난감 로봇 개발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그리고 국내 대기업에서 몇차례 시도했다 어린이들에게 상해를 입힐수 있다는 소비자보호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청소 로봇같은 가전 로봇도 기능을 향상시킨 제품들이 수년내에 나올 전망이다.

이와함께 KAIST의 김종환교수가 창설했고 현재 세계최고의 기술과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로봇축구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로봇분야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보건·복지/보다 윤택하게 보다 여유롭게

장애인들에게 로봇은 또 다른 차원이다. 수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IST의 정명진 박사팀은 장애인의 의도를 파악해 휠체어나 로봇팔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마우스 시스템 개발을 거의 마친 상태다. 한국원자력연구소 김승호박사팀도 보행장애인의 재활을 위한 훈련사 로봇 조작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히다치는 침대나 의자에서 앉아있는 사람이 일어설 때 안아서 도와주는 로봇을 만들어 시판중이다. 또 후지와 야스카와전기가 공동 개발한 ‘후쿠’로봇은 병원식당에서 병실까지 식사를 날라주고 식사후에는 그릇을 가져가는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노인들에게도 로봇은 말벗이 되거나 힘든 몸을 지탱케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노인들은 구매력을 갖춘 경우가 많아 실버 로봇은 시장성이 큰 분야로 각광 받고 있다.

송영웅·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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