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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협 통합] "표 잃을라" 정치인들 전전긍긍

‘침묵은 금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정쟁으로 비화시키는데 남다른 재주를 보여왔던 국회의원들. 그러나 예외없는 규칙은 없는 걸까. 국회의원들이 유독 농·축협 통합과 관련해서는 3개월 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정치적인 이해를 맞추어 협동조합 통합법안을 통과시켰다.

입심좋은 국회의원들, 특히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농·축협 통합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농협과 축협이 단위 조합장들을 앞세워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확실한 태도표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자신의 편을 들지 않는 정당과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국회의원들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입장표명 요구에 어정쩡한 정치인들

이같은 국회의원들의 속앓이는 지역특성상 농협과 축협의 세력이 비슷할 수록 더욱 심한데 경남지역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경남지역 현역 국회의원과 정당들은 협동조합 통합과 관련해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린 농·축협의 눈치를 보느라 곤욕을 치뤘다. 이같은 곤욕은 법안이 통과됐지만 계속될 상황이다.

경남 국회의원과 각 정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7월초 이후 협동조합 통합과 관련, 장외투쟁이 벌어지면서 도내 농협과 축협측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지지입장과 함께 각종 집회참여 등을 요구받았다.

한국농업 경영인연합 등을 주축으로 하는 농협쪽에서는 최근 모 정당소속 의원들이 협동조합 통합법에 반대하자 이에 강력 반발, 통합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반면 함안과 김해 등 비교적 축협세가 강한 곳은 축협 조합장들이 해당 지역 의원들에게 “농·축협간의 단순한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통합법안의 강력한 반대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입법저지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의원은 “특정단체의 입장만을 고려해 줄서기를 할 수도 없어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여있다”며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섣불리 행동하다가는 큰 어려움이 예상돼 아예 농·축협 관계자들을 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국회의원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동안 농·축협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치열한 로비를 전개하는 한편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기 위한 각종 집회를 개최했다. 또 필요하다면 상대방에 대한 저질스러운 인신공격도 마다않는 등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로비와 함께 세과시 집회 잇따라

7월이후 먼저 기세를 장악한 것은 농협. 농협은 7월9일 서울 여의도에서 ‘협동조합 통합촉구 전국 농민결의대회’를 갖고 “협동조합 개혁입법에 반대하는 정당 및 국회의원들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을 결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협은 이에 맞서 전 사업장에서 20일부터 2~3일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7월9일 당선된 신구범 축협중앙회장은 이날 “축협인은 나를 믿고 따르라. 몸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비장한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8월에 접어들면서 농·축협 갈등은 인신공격성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축협은 수차례의 신문광고를 통해 통합법안 통과를 진두에서 지휘하는 김성훈 농림부장관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축협은 “원철희 전 농협중앙회장의 뇌물수수 리스트에 올라 정치적인 약점이 잡혀 협동조합 개혁을 왜곡시킨 김성훈 농림부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협은 또 김장관 아들의 이중국적과 병역기피 의혹, 고관집 절도사건 등 각종 의혹들을 거론하며 김장관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졌다.

결국 8월12일 오후 9시18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401호 회의실에서 벌어진 신구범 축협회장의 극단적인 자해소동은 이미 수개월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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