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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화교들] 움직이는 '달러박스' 해외화교

화교는 흔히 ‘보이지 않는 또하나의 중화제국’으로 불린다. 중국본토를 떠나 해외에 살고 있는 6,000만명의 화교들이 96년 생산한 재화의 가치만 4,500억달러 가량.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화교는 중국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자 잠재적인 정치적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후 유입된 외자의 80% 이상이 화교를 통한 것이다. 반면 20세기 초 청나라를 붕괴시킨 것도 화교들의 자금력이었다.

21세기를 앞두고 화교는 중화(中華)의 깃발아래 다시 뭉쳤다. 아시아와 미주, 유럽지역에 흩어져 있는 화교들이 ‘화교 네트워크’를 형성, 화교자본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신호탄은 97년 싱가포르가 올렸다. 당시 홍콩의 중국반환을 앞두고 홍콩이 해온 아시아 금융중심지 역할을 싱가포르가 대신해 보겠다는 계획에서 ‘세계 화상(華商)회의’를 개최했다. 뒤이어 97년 한 해에만 세계적 규모의 화상회의가 16건이나 열렸다.

화교자본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는 세력은 해외 화교기업인인 화상이다. 무일푼으로 중국을 떠나 수백년간 해외에서 잡초처럼 몸을 일으킨 화교들이다. 화상도 조그만 중국집에서 부터 초대규모 기업을 거느린 총수까지 다양하다. 물론 화교자본의 세계화를 외치는 화상은 대규모 화상들이다. 이들의 영향력은 이미 아시아 경제를 주무르는 수준에 와 있다.

아시아 1,000대 기업 중 517개가 중국계 기업이라는 통계가 화상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이들 517개 기업의 총 추정자산은 5,500억 달러. 대표적인 화상은 올해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부호인 홍콩 창장(長江)실업의 회장 리카싱(李嘉誠). 이밖에도 홍콩의 로빈 찬(陳有慶), 대만의 왕용칭(王永慶), 말레이시아의 로버트 (郭鶴年), 싱가포르의 홍펑(郭芳楓), 태국의 다닌 체라바논(謝國民), 인도네시아의 소에도노 살림(林紹良), 필리핀의 루치오 탄(陳永栽) 등이 어깨를 겨루고 있다.

이들 화상들의 기반은 각국의 화교들이다. 화상들이 20세기 초 부동산과 무역, 상업 등에서 출발해 20세기 후반 대규모 근대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넓은 화교저변은 자양분 역할을 했다. 화교 내부에 존재하는 공통의 언어와 문화·역사적 배경, 혈연, 지연 등의 꾸안시(關係·관계)가 현지사회의 장애를 딛고 일어서도록 한 것이다.

화교와 비슷한 개념으로 화인(華人)이 있다. 화교가 재외교포를 말하는 반면, 화인은 국적에 관계없이 중국인의 피를 물려 받은 모든 사람을 가리킨다. 동남아 지역의 중국계는 거주지의 국적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라 엄격히 말하면 화교가 아니라 화인이다.

6,000만명에 달하는 화인의 89%는 아시아, 특히 동남아 지역에 살고 있으며 이밖에 미주지역에 8%, 유럽에 2%가 살고 있다. 중요한 점은 분명히 소수집단인 이들 화인들이 각국 경제력의 50~80%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인들은 심지어 남태평양의 휴양지 타히티 섬에서도 재래 상권을 쥐고 있다.

화상들은 중국인 특유의 끈끈한 꾸안시를 이용해 전세계적인 사업협력을 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아웃소싱, 즉 자원의 외부조달에 능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바로 화교 네트워크 덕분이다.

한국 화교들도 최근 각종 화교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한국화교의 경제력이 너무 약해 여기서도 주목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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