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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와의 전쟁] 서울시 "부패환부 도려내겠다"

정부와 여당이 8월 17일 발표한 부패방지종합대책에는 서울시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안이 적지 않게 눈에 띤다. 이중 비리고발자 보호 및 보상, 시민감사청구제, 민원처리인터넷 공개, 6대부조리 취약분야 등은 서울시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정부가 꼽은 건축·건설·세무·경찰·환경·식품위생 등 ‘6대부패취약분야’는 서울시가 지정한 ‘5대부조리 취약부서’를 빼닮았다. 지방정부에는 없는 경찰기능을 빼고는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이른바 물좋은 부서는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5대취약부서 86% 물갈이 인사

서울시는 5대부서의 부조리를 뿌리뽑는 게 시민 뇌리에 깊이 박힌 ‘시청은 복마전(伏魔殿)’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판단, 지난해 하반기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 첫발은 지난해 12월7일 단행된 위생·주택(건축)·세무·소방·건설 등 5대부서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라고 할 수 서울시는 이들 부서의 6급이하 5,083명의 86%인 4,142명에 대한 교류인사를 단행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규모로 기록됐다.

고건 시장은 당시 “토착형 민생부조리의 발생원인을 근원적으로 차단했다”며 “이제 복마전으로 낙인찍혔던 서울시 공무원 사회도 다시 태어나게 됐다”고 선언했다. 고시장은 이후에도 여러번“비리와의 마지막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부조리는 반드시 백벌백계(百罰百戒)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또 올 1월22일 공무원 비리를 뿌리뽑아 깨끗한 시정(市政)을 구현한다는 명분아래 ‘시장이 직접받는 부조리신고엽서’제를 도입했다. 시는 5대부서에서 인·허가를 받은 시민 등에게 매달 평균 1만5,000통의 엽서를 띄우고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이 돈 또는 향응을 요구했거나, 부당하게 처리를 지연시켰을 경우 시장에게 직접 ‘고발’하라는 취지였다. 신고엽서를 보낸 시민중 부조리 척결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면 최고 100만원의 포상금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해 11월7일 시민들의 청구에 따라 국내 행정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주택재개발사업과 관련한 감사에 나서기도 했다.

‘비리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한 서울시의 제도적 압박은 올 4월15일 ‘인터넷 민원처리 공개방’도입으로 절정을 이뤘다. 비리발생 소지가 큰 27개 주요 민원업무 7,100건의 처리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이 제도는 국제투명성위원회(TI)로부터 부패방지를 위한 훌륭한 모델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먹으면 탈난다’ 의식 확산이 1차적 성과

이처럼 공무원 비리를 막기 위한 일련의 제도적 장치가 공무원 비리를 과연 얼마만큼 막았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제도가 틀을 잡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최소 1년은 걸리는데다, “제도가 아무리 완벽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 한 진정한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진리는 공무원이 아닌 일반 시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는 공무원들 사이에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난다’는 의식이 퍼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말하고 김찬곤 시 감사과장은 “검찰 등 사정당국이 과거가 아닌 올해 이후 저질러진 시 공무원 비리를 적발한 예는 드물다”며 “각 구청별 부서별 청렴성 평가가 나오는 연말이면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사방에서 눈을 번득이고 있는데 감히 뇌물을 먹을 만큼 간이 큰 공무원이 있겠느냐”고 말하는 이도

그러나 일부 시민은 물론 시 일각에서조차 서울시의 조치가 ‘한때의 요란함’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우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자리만 바꾼다고 오랜 관행인 부패가 없어지겠느냐”는 회의론이 끊이지 않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공무원에게 뇌물을 받치는 건 엄연한 현실이고, 꼬투리를 잡으면 한이 없는데 어떻게 공무원을 건드리냐”며 부조리신고엽서를 일종의 ‘쇼’로 여기는 냉소적 반응도 엄존하고 지금까지 시장앞으로 전달된 250여건의 신고엽서중 “아무개가 돈을 요구해 얼마만큼 주었다”는 내용은 단 한 건도 없다는 사실도 이같은 시각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종수·사회부 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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