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와의 전쟁] "부패방지법이 반부패 출발점"

08/24(화) 16:51

이은영 교수(참여연대‘맑은 사회 만들기 본부’본부장)

정부의 부패방지종합대책 수립 과정에는 참여연대의 ‘맑은 사회 만들기 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맑은 사회 만들기 본부의 이은영 본부장(외국어대 법학과 교수)을 만나 정부대책의 의의와 문제점을 들어 보았다.

-정부가 발표한 부패방지종합대책의 의의는.

“정부가 나서서 종합적 부패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부패척결 의지를 보인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행정적인 측면에서 반부패특별위원회가 발족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핵심적인 반부패특위의 위상이 대통령 자문기구에 그쳐 유명무실하게 된 것은 문제다. 따라서 이번 종합대책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부패방지종합대책의 문제점은.

“부패방지 정책과 반부패특위 설치는 근본적으로 부패방지법에 기반을 두고 성립돼야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이같은 법적 토대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반부패특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한 것도 문제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특위가 대통령과 국회의 중간, 즉 독립적인 기구로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위가 대통령 직속이 될 경우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비리조사는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패방지법이 제정되고 이에 따라 특위에 강력한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정치권이 깨끗해지지 않으면 사회 전반적인 부패추방도 어려울텐데.

“정치개혁과 부패문제는 다른 사안으로 취급돼야 한다. 정치자금법과 같은 별도의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부패방지법을 통해 정치개혁을 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깨끗한 정치없이 행정, 경제, 사회분야의 정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치인들이 개혁에 미온적인 것은 더욱 문제다.”

-정경유착이 부패의 핵심고리라는 지적이 있는데.

“부에 수반되는 책임의식이나 윤리없이 성장만 추구하다 보니 정경유착이 심화했다. 이로 인해 상층부에서 사회 밑바닥까지 이르는 부패의 먹이사슬이 형성됐다. 우리나라에서 정경유착이 심해진 것은 88올림픽을 전후한 시기다. 그 이전에는 국민적 부패문화는 심하지 않았다. 정경유착은 성장의 과실독점, 즉 분배의 불균형을 가져와 부패문화를 정착시키고 말았다. 정경유착 척결없이 부패를 추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나친 규제가 부패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 정부의 규제완화 성과는 어느정도로 보나.

“규제는 공직비리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현 정부들어 규제완화 건수는 많았지만 아직 국민생활 속까지 스며들지는 못했다. 체감적인 규제완화는 아직 멀었다.”

-내부고발자 보호와 보상제도에 따른 부작용은.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허위정보 제공자에 대해서는 형법상의 무고죄 등으로 처벌하면 된다. 대체로 공직비리와 기업비리는 외부에서 인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내부고발자 보호와 보상제도는 이같은 비리에 대한 내부증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이다. 이같은 제도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고 있다. 고발이 두려워 동료들을 비리에 가담시키기도 어렵게 된다. 이 제도는 공직사회와 기업문화 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민의 정부의 개혁의지와 성과는.

“정권출범 초기의 개혁선언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의 개혁의지는 크게 약화했다. 공동여당의 색깔차이로 입법능력도 약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들을 교체하고, 8·15광복절 축사에서도 개혁의지를 재천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선언이 어느정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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