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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와의 전쟁] 부패감시장치"구멍은 어떻게 막나"

부패방지종합대책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응은 ‘환영 반’으로 요약된다.

상명하달식 관료행정과 계몽주의적 의식개혁운동에 그쳤던 종전의 한계를 넘어 반부패 시민운동의 제도적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제도적 장치들을 하나 하나 뜯어 볼 때 여전히 허점이 많다며 실효성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우선 반부패정책의 핵심 역할을 할 반부패특별위원회가 유명무실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격하된 점을 들고 있다. 반부패를 총괄할 독립적인 사정기구를 신설하겠다던 대선공약을 폐기함으로써 반부패 정책의 실질적 강제수단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반부패특위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시도됐던 감사원 산하 부정방지대책위와 다름없는 민간자문기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구실 못할 반부패특위

정부 발표에 따르면 반부패특위의 기능은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개선과 정책제안, 교육·홍보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머리는 있되 실천을 보장할 손발이 없다는 것. 비록 검찰 산하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의 정치적 한계를 감안하면 실효성은 회의적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반부패특위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검사 기능을 가진 독립적인 자체 사정기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독립적 사정기구의 필요성은 강력한 반부패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싱가포르(부패행위방지국)와 홍콩(염정공서)의 예를 보아도 자명하다.

내부고발자 보호와 보상금 지급 제도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정부는 내부고발자에 대해서는 비밀을 보장해 주고 인사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비리고발로 인해 정부가 얻게 되는 이익의 5~15%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내부 고발은 정부와 민간기업간의 사업과 관련된 비리가 주요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정부가 비리를 파악하고도 부당이익을 국고로 환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고발자가 보상금을 받을 방법이 없다. 비리를 인지한 내부고발자나 일반인이 해당 기업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장치가 구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부정 주장법’을 두어 내부인을 포함한 일반시민들이 예산 사용상의 비리를 인지했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승소할 경우 고발자나 제소자는 국고환수액에서 일정액을 당연히 보상받게 된다.

내부고발에 대해서는 법조계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내부고발의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음해성이나 금전적 이익을 노린 투서나 진정, 고소·고발을 차단할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검의 심사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소사건 수는 전체 형사사건의 27.1%인 25만8,3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8% 늘었다. 그러나 이중 32.7%인 7만5,153건이 무혐의 처분돼 결국 고소사건 3건당 1건이 잘못된 고소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무혐의 처분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20.8% 늘어난 것으로 이중 714건이 무고였다.

내부고발 문제점 등 보완대책 필요

법조계의 한 인사는 “공직자 부패척결을 위해 내부고발이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문제는 근거없는 해코지나 한건주의식 고소·고발 문화”라고 지적했다.

내부고발자 보호에 이어 풀뿌리식 부패감시를 위한 대표적인 대책인 시민감사청구제와 시민감사관 제도도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시민감시가 효율성을 갖기 위한 전제조건인 행정정보에 대한 접근이 너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의 조사에 따르면 40개 정부부처의 주요 문서목록 공개수준은 100점 만점에 평균 32.7점. 1위 통계청을 비롯해 50점 이상 부처는 9개에 불과했다. 꼴찌 국가정보원과 국세청, 국방부가 하위그룹을 형성했으며 정보공개 주무관청인 행정자치부조차 30점을 얻어 평균이하에 랭크됐다. 지난해 1월 정보공개법 시행령이 발표된 후 1년이 훨씬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는 셈이다.

참여연대는 따라서 정보공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보공개 청구를 위한 독립된 창구와 전담직원, 전산화한 문서목록과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장비, 시민들을 위한 열람석, 각종 정보공개편람과 기본적인 백서, 출력된 문서목록이 구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패방지는 성격상 강제성있는 전담기관과 구체적인 세부 실행절차가 수반되지 않으면 단순한 선언이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이번 정부도 용두사미로 끝난 역대정권의 부패추방운동을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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