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신용카드회사 '돈방석'에 앉다

08/25(수) 20:58

“IMF가 우리를 살렸다.”

99년 여름이후 한국의 신용 카드회사들이 너무 좋아서 저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 회원들의 카드사용 실적이 98년에 비해 20%가까이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신용카드를 사용하고도 제때에 돈을 내지 않아 카드회사의 골치를 썩이는 ‘연체회원’은 오히려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드회사들의 올 상반기 흑자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4~7배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7월말까지 BC, 국민, 외환, 삼성, LG카드 등 주요 카드회사의 취급고는 41조3,2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조801억원)에 비해 17.8%나 증가했다. 회사별로는 BC카드의 경우 취급고가 14조7,380억원에서 16조8,755억원으로, 삼성카드는 5조1,890억원에서 7조6,213억원으로, LG카드는 5조1,894억원에서 6조3,463억원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카드회사를 괴롭히던 연체율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제때에 카드대금을 납부하는 비율인 정상입금률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부실채권 비율(연체율)이 98년 6월에는 24.2%에 달했으나 99년 6월말에는 10.8%로, 정상입금률은 72.9%에서 90.3%로 각각 개선됐다. 이는 다른 카드회사도 마찬가지이다. 외환카드는 정상입금률이 80.1%에서 91.7%로 개선됐으며 국민카드 역시 85%대에 머물던 것이 92.4%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회사의 순익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 국민카드의 경우 지난해 6월까지 20억원에 불과했던 흑자규모가 올해 6월말까지는 150억원으로 650% 증가했고, 14억9,000만원이던 BC카드는 160억원으로, 삼성카드는 87억원(세전이익)이 400억원으로 359% 늘었다. 규모에서 다른 카드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지는 동양카드(아멕스카드)도 지난해 상반기 43억원이던 순익규모가 115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그야말로 신용카드 회사들의 카드회원들이 돈을 거둬들이고 있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드회사가 불과 1년만에 그야말로 돈방석에 올라선 이유는 뭘까.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하듯이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따른 자연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전문가들은 IMF체제 이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신용이 없으면 살 수 없다’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정부에서 반 강제적으로 카드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등 구조적으로 카드업계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앞세운 정부의 강력한 카드사용 권장대책에서도 뚜렷이 알 수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8월18일 신용카드 가맹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계 대형 할인매장인 월마트(Wal-Mart)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와 과표 현실화를 위해 현금수입업소의 신용카드 가맹을 적극 권장해왔으나 월마트의 경우 지금까지 가맹을 거부하고 있어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월마트는 일단 “신용카드를 취급할 경우 카드수수료가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신용카드 취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으나 카드업계와 유통업계에서는 결국 정부의 뜻이 관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세청은 또 올 상반기 3만4,000개에 달하는 병의원, 현금 수입업소에 대해 일정기간 신용카드 가맹을 권장하고, 가입하지 않는 업소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신고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 때문인지 그동안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사실상 거부하던 대부분의 대형 병원들이 겉으로는 카드결제 허용으로 돌아섰다.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일반 유통업체와 레스토랑 등에서 회원관리를 위해 카드를 발급하는 등 ‘카드 마케팅’이 일반화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성인 고객들에게 구매기능이 있는 백화점카드를 발급하는 것은 물론 관련 규정상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 카드’를 발급해 유인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98년 6월15일부터 현금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청소년에게 1,000원당 1점씩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쿨 플러스(Cool+)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12만5,000명과 20만명에 달하는 청소년 고객에게 ‘네오-X 카드’와 ‘빨강카드’라는 이름의 회원카드를 내어주고 있다. 또 여성 단골고객 위주로 운영되는 일부 미용실과 의상실, 패밀리 레스토랑 등도 고객관리 차원에서 개당 100~1,000원 가량의 비용을 부담해 자체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요컨대 지갑에 3~4개의 신용카드나 회원카드가 없으면 ‘뭔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까지 가능한 시대인 것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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