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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불안하다] 먹기도 어려운데 살기마저 힘들다니...

7월이후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돈없고, 집없는 서민들의 삶이 최소 ‘3분의 1’이상 흔들리고 있다. 샐러리맨들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궁극적 이유가 윤택하게 ‘먹고(食), 입고(衣), 살기(住)’위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폭등하는 전세가격은 서민 가계의 안정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8월2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전세를 구하러 온 주부 김모(35)씨는 인근 현대아파트의 32평형 전세금이 1억6,000만원이란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불과 석달 전에 자신의 친구가 1억3,000만원을 주고 같은 아파트에 전세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개업자는 “전세로 나온 물건은 하나밖에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3,000만원이나 오른 값에 계약을 끝낼 것을 주문했다.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 세입자 쏟아져

이같은 사정은 강남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양천구 목동 9, 10단지 38평형도 올해 초 1억3,000만원이던 전세금이 8월말 현재 1억6,000만원을 웃돌고 있으며 구로구 영등포구 강서구 등의 전세가격도 2~3개월전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정도 올랐다. 또 노원구 상계동 주공 1단지 17평형이 3,500만~4,000만원선에, 4단지 17평형은 4,500만~5,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한달동안 300만~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이처럼 전세값이 급등하는 이유는 뭘까.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가을 이사철을 앞둔 ‘계절적 요인’과 함께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체체에 따른 경기불황으로 결혼을 미뤘던 청춘남녀들의 결혼이 급증하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세값이 급등하는 원인의 일부를 수요측면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전세값의 이상 폭등은 잘못된 정부 정책과 부동산 업자들의 농간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전세값의 폭등을 잘못된 정부정책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은 지난 7월 서울시가 사전준비없이 ‘저밀도지구 재건축일정’을 한꺼번에 발표한 것을 직접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즉 서울시 발표대로 5개지역의 저밀도 아파트가 한꺼번에 재건축에 들어가면, 5만가구 이상의 세입자가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한데도 무리하게 진행한 것이 전세값 폭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8월24일 정부가 내놓은 전세가격안정의 주요 대책중의 하나가 ‘서울 5개지구 재건축 사업의 시기를 최대한 분산시키는 것’이었다는 점은 서울시의 당초 정책이 전세가격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잘못된 것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잘못된 정책, 부동산업자 농간도 한몫

전세값 폭등이 실제 수요의 폭발보다는 부동산 업자들의 농간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부동산 업자들은 속성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전세값 파동도 부동산 업자들의 농간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 엄청난 프리미엄을 주고 거래가 이뤄진다는 구리 토평지구에 대해 실제 조사를 벌인 결과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기관들이 “전세대란은 일시적인 현상일뿐이며 추석이후에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는 근거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택공사와 국토연구원은 “신규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10월 중순 이후부터 부동산 비수기로 접어드는 11월께를 전후해 보합세로 돌아서며, 이 경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IMF체제 이전 수준이거나 약간 오른 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안정’을 내세운 김대중 대통령의 약속이 앞으로 얼마나 지켜질 수 있는가의 시험대가 이번 전세파동임에 틀림없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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