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링위에서 제가 하는 말 들으셨죠. 그것이 저의 진심입니다.” 김일선수는 레슬링 부흥이 여생의 유일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왕년의 박치기 왕 답게 이마에는 흉터들로 금이 가 있었다. “이마를 꿰맨 바늘 수는 셀 수 없을 지경입니다.”

93년 일본에서 귀국 후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70세라고는 하지만 다리를 약간 저는 것 외에는 건강해 보였다. 체중을 묻자 “옛날에는 130㎏나갔는데 요즘은 100㎏밖에 안돼요”라며 할아버지 같은 미소를 짓는다. 운동은 가벼운 산책과 아령이 전부. 관전 중 휴대용 혈압측정기로 혈압을 재며 “옛날에는 150㎏짜리 역기를 들었는데 요즘은 안돼요”라고 말한다.

김 선수의 주소는 서울 노원구 노원 을지병원 특별병실. 을지병원 이사장 박준영 박사의 배려로 편히 지내고 있다는 것이 김 선수의 이야기다. 왼쪽 대퇴부에 정맥류가 많아 혈액순환이 좋지 못한데다 목디스크와 각종 성인병이 김 선수의 증세다.

후계자로 지명한 이왕표선수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원이 60~70년대 만큼 못해 어렵다는 것이 그가 보는 한국 프로레슬링의 현주소다. 팬들의 사인공세를 차근차근 받아 주며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아직 위엄과 힘이 서려있었다. 그가 정의하는 프로레슬링은 “각종 스포츠를 종합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제자 자랑을 잊지 않는다. “이왕표는 세계가 인정하는 대단한 선수다. 외국이라면 훨씬 더 클 수 있는데 안타깝다.” 그는 외국 프로레슬링계에 관심도 많은 듯했다. 최근 미 대선 예비선거 후보로 나선 프로레슬러 출신의 미네소타 주지사 벤추라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나라에서도 프로레슬링이 다시 인기를 되찾을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박스 2> 은행 지점장 현역 레슬러 백종호씨 “10월엔 이기고 은퇴”

백종호(50)씨. 한빛은행 일원동 지점장으로 은행계의 유일한 현역 프로 레슬러다. 73년 김일 문하에 들어가 200회 가까이 출전한 경력을 갖고 있다. 백선수의 희망은 1승을 올려 명예은퇴를 하고 싶다는 것. 나이가 나인지라 지난 5년간 한번도 이기지 못해 은퇴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도 출전하려 했지만 연습중 부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입문전 씨름과 태권도선수였던 그의 특기는 키 178㎝, 체중 98㎏의 체격조건을 이용한 드롭킥. 공중으로 도약해 두발로 상대를 가격하는 기술이다. 은행근무를 끝내면 곧바로 링으로 향한다는 백종호씨의 결의는 강했다. “올해 10월 수도권에서 열릴 경기에서는 외국선수를 제물로 반드시 1승을 거둘 겁니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배연해·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