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소리없는 군비경쟁] 커진일본, 키우는 중국

08/05(목) 11:13

8월1일은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72주년 기념일. 창군일을 앞두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에서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랴오왕(瞭望)’ 최근호는 이례적인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중국군이 효율성과 기술면에서‘질적인 도약’을 완성했다”는 격찬이었다.

랴오왕은 “중국군이 첨단 기술전 수행과 신속전개군 확립에 노력해 온 결과, 현재 모든 형태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포괄적인 장비 시스템을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또 “중국군은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핵미사일 시스템을 완성했으며 이들 미사일을 해상과 육상 이동발사대, 잠수함으로 부터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특히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은 ‘심해’에서도 발사가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랴오왕의 이같은 보도는 지금까지 중국 당국의 군사관련 발표와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과거 중국은 자국의 군사력 증강이 대외적인 위협요소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군사력을 스스로 평가절하해 왔다. 서방의 ‘중국 위협론’ 주장에 김을 빼기 위해서였다. 중국 위협론은 ‘중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헤게모니를 장악, 지역 불안정을 초래하게 된다’는 미국 보수파의 이론이다.

미·일 의식한 ‘전략적 제스처’

이번 랴오왕의 보도는 최근 대만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의 ‘양국론’ 발언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시위성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이례성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중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추진해 온 군사력 현대화, 전략변화, 95년 갱신된 미·일 안보조약에 대한 대응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전략적 제스처’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이 78년 집권 후 제창한 ‘4개 현대화’ 노선에 따라 군의 소수 정예화에 박차를 가했다. 100만명 이상의 병력을 감축하는 대신 질적인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 점은 중국군의 전략변화를 보면 명확해 진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전략은 구소련과의 대규모 전쟁을 염두에 둔 ‘인민전쟁’이었다. 소련군이 침공할 경우, 방대한 영토와 수적 우위를 이용해 적을 끌어들여 지치게 한 다음 격퇴한다는 ‘전략적 후퇴_전략적 교착_전략적 공세’의 공식에 의거한 것이다.

그러나 덩샤오핑은 중·소 화해와 국제 데탕트 분위기에 따라 10~20년 이내에 대규모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인민전쟁을 대폭 수정했다. 중·저강도 제한전쟁이 대세가 될 것이란 전제하에 군의 소수 정예화, 기동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90년대 들어와 정착된 중국군의 전략 개념은 ‘첨단기술 조건하의 제한전쟁(高技術條件下局部戰爭)’이다.

중국이 공수능력 확대와 신속전개군 강화, 해군력 증강에 힘을 쏟은 것은 이같은 전략의 논리적 귀결이다. 중국은 현재 7대 군구의 군구당 1개 사단씩 신속 전개군을 두고 수송기(주로 러시아의 TU계열)를 대량 확보하고 있다.

중·일, 군비경쟁 ‘가속화’가능성

중국의 신전략 개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핵전략이다. 24기에 지나지 않는 대륙간탄도 핵미사일로 6,000기 이상의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제한적 핵억지 전략’이다. 미국과 무제한 핵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적이나마 보복공격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미국의 선제 핵공격을 억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절대적 과제인 경제건설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은 현재 약 2,00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92년에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에도 성공했다.

최근 중국은 중성자탄 개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88년 중성자탄 실험을 행한 사실이 미국 첩보기관에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노 코멘트’로 일관하다 돌연 공개한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군사 기술을 절취했다고 주장하는 미국 의회의 ‘콕스 보고서’를 반박하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이같은 목적과 함께 미국과 일본에 보내는 메시지 성격도 강하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미일 양국이 신안보조약을 배경으로 중국에 대한 봉쇄를 획책하거나 대만문제에 개입할 경우 맞대응할 능력이 있음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중국 군부에서는 일본이 ‘주변지역 유사사태’를 빌미로 대만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 전략문제 싱크탱크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의 해군력 증강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우려를 갖고 있다고 한다.

동아시아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안보 딜레마(Securit Dillema)’로 인한 군비경쟁이 촉발될 개연성이 높다고 말한다. 안보 딜레마는 ‘상대의 군사력 수준에 맞추기 위해 일방이 군사력을 강화할 경우, 상대방이 또다시 군사력을 보강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군비경쟁이 촉발된다’는 개념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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