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국민은 다 압니다

08/05(목) 07:43

요즘처럼 사회 각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일들이 연이어 터지면 주간지 편집책임자들은 기사를 중요도를 결정하는데 심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지난주에는 정치권이 각 당마다 새인물 영입등 세확대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풍사건이 다시 불거져 나와 파문을 일어났고 대우문제의 처리는 국가경제위기의 재발과 직결될 만큼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또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와 구속, 퇴출된 경기은행 로비의혹 수사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중대 사안이었습니다. 폭우가 남부와 경기 북부지방을 돌아다니며 쏟아져 인명피해도 적지 않고 관계당국의 재난방지대책에도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이같은 대형뉴스의 홍수속에서 대부분의 언론과 국민들이 지나친 발표가 하나가 있었습니다. 노동부가 분석한 지난해 임금구조 실태자료입니다. 자료의 주요골자는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겪으면서 빈부의 격차가 한층 심화됐다는 것입니다. 전체임금 근로자중 월 50만원 미만의 저임금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95년 7.1%에서 97년 2.5%로 급격히 줄어들다 지난해에는 2.7%로 높아진 반면 월 200만원 이상 고임금 근로자의 비율은 97년 20.4%에서 지난해 21.2로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IMF위기가 빈부의 양극화를 촉진시켰다는 뉴스는 어제 오늘 나온 것이 아닙니다. 뉴스의 ‘신선도’는 크게 떨어집니다. 주간한국도 1782호(8월5일자)에서 경제회복의 산업·지역별 격차뿐만 아니라 계층별 불균형을 심도 있게 다루었습니다. 특히 빈부의 양극화가 앞으로 우리사회에 미칠 악영향은 무엇보다 크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국전쟁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IMF가 닥쳤을 때 서민들은 위기극복에 앞장섰습니다. 장롱 깊숙히 놓아두었던 금가락지까지 내놓았지요. 그런 그들이 이제는 “속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家長)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집안이 풍비박산났을 때 부유층들은 오히려 소득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입니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실의에 빠지면 사회는 기초부터 흔들리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은 서민들을 더욱 절망스럽게 합니다. 서민들의 세금을 깎아준다, 농어민 생계지원자금을 더 늘린다 호들갑을 떨지만 대부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일회성 ‘선심’이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그나마 국회가 공전되면서 제도적 뒷받침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재도입 방침도 대우사태로 쏙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민주주의는 원래 비효율적인 제도이지만 우리나라의 정치는 국민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의식도 높아져 더이상 정치인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고 그 속셈이 무엇인지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정치인이나 정부가 9급이라면 국민들은 9단’이라는 우스게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빈부격차가 확대되서는 안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미봉책이나 얼치기 정책도 더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후손들에게 신명나는 나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넘겨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대통령이 광복절에 발표하기 위해 준비중인 서민복지대책에 기대를 가져봅니다.

정재룡 주간한국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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