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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1945년 8월 6일 유감

1945년 8월6일 오전 8시15분께. 원자폭탄은 그 때까지 인류가 볼 수 없던 빛을 내며 히로시마에서 폭발했다.

그로부터 54년. 원자폭탄 투하기념일에는 세계대전을 막는 최고의 무기라는 면과 인류와 그 문명을 말살할 수 있는 최악의 무기라는 양면의 칼인 핵무기에 대해 늘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올해에는 한반도가 기념식의 화제였다. 일본의 반핵단체인 겐수이교는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국립원자폭탄 박물관이 히로시마와 나가시키에 투하한 원자폭탄 모형을 귀걸이로 만들어 팔 수 있냐고 항의했다. 미국 박물관은 항의 하룻만에 이 박물관의 가장 인기품목인 히로시마에 투하한 ‘리틀 보이’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팻맨’귀거리(한쌍 20달러)를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1995년 원폭투하 50주년때 있은 큰 파동에 비해 잔 물결도 아니다. 그때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 최대의 박물관인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원폭의 모든 것을 전시하려 했다. ‘리틀 보이’‘팻맨’, 이를 투하한 ‘에노라 게이’라는 이름이 붙어진 B-29기. 황폐화된 히로시마, 원폭피해자의 참상 등. 무엇보다 ‘과연 원폭을 꼭 투하했어야만 하는가’를 주제로 한 400여쪽에 이르는 학자들의 논문모음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의회와 재향군인회는 이런 기획을 한 스미소니언에 대해 정부의 지원금보조중지를 요구했고 마침내 박물관장은 사임해야 했다. 스미소니언은 겨우 ‘에노라 게이’만 전시하는 것으로 기획전을 끝내야 했다.

그후 미국 외교사학계는 96년 내내 기관지 ‘외교사학지’등을 통해 ‘원폭투하는 꼭 필요했나’의 논쟁을 벌였다.

냉전논리의 수정주의에 속하는 미국 매릴랜드대 연구교수 갈 알페로비츠와 캐나다 오타와대 외교사 교수인 존 보네트교수의 논쟁이었다.

알페로비츠교수는 “트루먼대통령과 국무장관 바이언스가 일본의 패배를 알고서도 소련의 일본분점을 막기 위해 원폭을 투하했다”고 주장했다.

보네트교수는 “역사를 ‘이랬으면’하는 가정을 전제로 자료를 찾고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알교수의 추정은 가정위에 사실을 끼어맞춘 것이다. 일본상륙으로 일어날 미국의 희생과 황실의 보전을 전제로 한 일본의 항복은 진주만을 기습당한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고 했다.

어느 신문은 클린턴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했다. “당신이 그때 대통령이었다면 어떻게 했겠소.” 클린턴은 스스럼없이 답변했다. “나는 원폭투하쪽이었을 겁니다.”

이번 54주년 기념일에 한반도가 화제가 된 것은 다름이 아니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한국동포는 2,558명, 일본인은 14만명이 희생됐다. 1970년 5㎙높이의 한국인 희생자 위령탑이 세워졌으나 매년 기념식이 열리는 평화공원밖 강건너편이었다. 이번에 이 위령탑이 평화공원으로 옮겨지고 오부치총리가 헌화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세계의 안보상황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핵무기철폐는 아직도 먼거리에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은 높다. 아시아의 안보를 위해 심각히 생각할 때다. 미국과 한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의외로 핵무기 철폐나 동결보다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책이 강조된 기념사다.

북한은 이를 “재침략을 위한 전주곡이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주곡을 울리게 한 것은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수정주의 학자들이 한창 미국의 원폭투하를 비난할 때 조선 중앙통신을 통해 기이한 기사를 실었다. 96년 8월26일자 노동신문은 “2차대전말에 일본은 흥남비료공장에서 핵무기를 만들려고 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핵무기를 가지려 했다. 그들이 핵무기 해제, 비핵구가임을 주장하는 것은 사기다”고 보도했다.

과연 그럴까. 북한은 그들의 속마음을 그들이 사기치고 있는지 모른다. 45년 8월6일의 교훈은 비록 주권이 불가침이라도 국제사회에서는 힘의 논리에 따라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배 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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