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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JP 신당, 깃발 오르나

“나도 정이 있는 사람이다. 김용환 부총재를 데려오도록 했다. 서로 오해하지 말자.”

8월14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 총리해임건의안 자동 폐기로 모처럼 여유를 찾은 김종필총리는 자민련의원들을 초청, 만찬모임을 갖고 연내 내각제 개헌 유보에 반발하며 당직 사퇴서를 제출한 김용환수석부총재 등을 껴안겠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김총리는 이어 “조그만 감정을 가지고 단결을 해치는 언행은 곤란하다”며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충청권 신당설’에 대해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김총리는 또 “때가 되면 당에 돌아갈 것이다. 두 여당간의 공조기반은 총리자리이므로 당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자리는 자민련이 이어받도록 하겠다”고 당복귀설을 흘리며 의원들을 다독거렸다.

이에앞서 김부총재가 유럽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날인 5일 밤 김용채 총리비서실장은 한남동의 김부총재 자택으로 찾아가 “오해를 풀고 JP와 화해해서 새출발하자”고 호소했으나 김부총재는 “이제는 JP가 삼고초려를 할지라도 함께할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는 후문이다. ‘실과 바늘’ 사이였던 JP와 김부총재가 다시 한배를 타기가 어려울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히려 김부총재측은 탈당한 뒤 신당을 만드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하는 실정이다.

김용환 부총재 중심 충청권신당 가능할까

이에따라 요즘 자민련에선 “과연 반(反) JP 깃발을 내건 충청권 신당이 탄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최대 화두가 됐다. 우선 JP지지자들은 “내각제 유보이후 JP가 상처를 많이 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년 총선은 ‘3김 브랜드’선거이다. 김부총재는 대중적 기반이 약해 당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 JP성향의 인사들은 “JP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대전에서 들끓는 것으로 보아 충청권 전역으로 번질 것이다. YH(김부총재 지칭)는 다른 명망가들을 당의 얼굴로 내세우는 한이 있더라도 ‘꼬마 자민련’정도는 만들어낼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부총재, 이인구부총재 등 일부 강경파들은 요즘 중부권 보수 신당 창당 밑그림을 분주히 그리고 있다. 이들은 당초 당지도부가 조기에 ‘공동여당 합당’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당 간판 사수투쟁에 주력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합당론이 주춤하자 진로를 수정하고 있다. 우선 김부총재와 이부총재가 9월초쯤 서울 여의도에 연구소를 개설키로 한 것은 딴 살림을 차리기 위한 예비동작으로 비쳐진다. 이들은 연구소를 내각제 강경파들의 ‘사랑방’으로 쓰려 하고있다. 이부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늦어도 9월초까지 연구소를 내기 위해 사무실을 물색하고 있다”며 “연구소는 3김청산과 햇볕정책 반대, 온건보수 등의 기치를 내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창당 준비 사무실이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부총재는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않고 무엇때문에 사무실을 만드느냐”고 대답해 연구소가 신당창당의 모태가 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연구소설립, ‘당중당’으로 출발

김부총재 등은 우선 당내 충청권의원들을 대거 연구소 멤버로 가입시켜 ‘당중당(黨中黨)’을 만든다는 입장이다. 김부총재와 이부총재는 최근 내각제 유보 공식추인을 계기로 총무직을 사퇴한 강창희의원과의 결속을 강화, ‘충청권 3각축’을 형성한 뒤 내각제 강경파 의원 10여명을 재결집한다는 복안이다. 김부총재가 “3김정치 시각으로 강전총무와 나 사이를 위아래 관계로 보면 안된다. 강전총무는 꿈을 갖고있는 사람”이라며 강의원을 추켜세운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또 기업인, 언론인, 법조인 등 각계 전문가들을 영입하기위해 김부총재는 이미 16대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과 물밑접촉에 착수했다. 이와관련 김부총재가 최근 두차례 김우중 대우그룹회장과 만난 것도 눈길을 끈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두 사람이 대우그룹 부채 처리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만났다는 얘기도 있지만 새로운 정치결사체 구성문제도 상의했을 것이란 소문도 있다.

한나라당 중부권 출신 민정계 인사들과 연대하는 방안도 검토됐는데, 이 문제는 신중히 접근하기로 정리됐다. 경우에 따라 내년 총선때 제휴할 수도 있는 한나라당을 자칫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부총재측은 신당을 창당할 경우에는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과 연합공천을 추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신당의 지도체제는 집단지도체제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부총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새천년을 맞으며 정당 운영에서도 ‘3김정치’식의 수직적 위계질서의 사고를 탈피해 원형적 리더십, 집성적(集成的) 리더십, 컬렉티브 리더십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이같은 독자세력화 추진에 동조하는 충청권 의원들은 그리 많지않다. 강창희 전원내총무는 김총리, 박총재중심의 신주류에 불만을 갖고있으면서도 김부총재측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총무직을 사퇴한 뒤 김총리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온 강 전총무는 “인간적으로 예의를 갖추는 것과 진로를 결정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JP와 결별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강총무는 이어 “만일 자민련이 국민회의와 합당한다면 절대로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충청권 신당이 쉽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전총무는 무소속 출마등 ‘제3의 독자 노선’을 검토하고 있다.

내각제 강경파들 아직은 ‘관망자세’

따라서 현재 충청권의원중에 김부총재, 이부총재와 같은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갖고있는 인사는 대전의 김칠환의원 정도밖에 없다. 내각제 강경파인 이원범 이재선 조영재 이상만의원 등은 김부총재측과 가깝지만 정치적 진로에선 여전히 관망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반면 정석모 김종호 김현욱 이긍규 김범명 이양희 김선길 어준선 변웅전 김학원 김고성의원 등은 ‘뉴 JP그룹’으로 분류된다. 오용운 정우택 함석재 이완구 오장섭의원 등은 관망파 또는 중도파이다.

지난 8월2일 공교롭게도 김총리와 김용환부총재가 각각 따로 소속의원·당무위원 초청 오찬간담회와 충청권의원 초청 만찬 모임을 추진하면서 ‘세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쳐지자 충청권의원들은 “어느 쪽으로 가지…”라고 말하며 속앓이를 했었다. 결국 김부총재가 만찬모임을 전격 취소함으로써 양측의 신경전은 싱겁게 끝났다. JP 주최 오찬모임에는 김부총재와 이인구부총재를 제외한 대다수 의원이 참석했다. 한편 김부총재가 유럽 5개국 순방 외유를 위해 6일 출국할 때 김포공항에는 자민련 충청권의원 12명을 포함 현역의원 19명이 모습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한때 JP 복심(腹心)으로 통하며 치밀한 ‘참모형 정치인’으로 통했던 김부총재가 JP그늘을 벗어나 새 둥지를 틀기 위해서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지나가야 할 것 같다. 충청권 매파들의 ‘새로운 길’모색이 성공할지 여부는 당내 현역의원들의 가세 규모, 충청권 민심등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정치부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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