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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왜 나만 갖고 그래"

김종필 총리가 지난 14일 자민련의원들에게 500만원씩 2억1,500만원을 나눠준 사실이 사흘만에 알려진 뒤 지금까지 김총리가 보인 반응은 노(怒)한 여론이 허탈해 하기에 충분하다. 들끓는 여론에 아랑곳 없이 김총리와 자민련 주변은 오히려 “관행이 새삼 문제가 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불쾌하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당과 총리실 어느 쪽에서도 정부의 부패척결운동에 맞춰 ‘오리발’이라는 정치권의 묵은 관행을 없애겠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공동여당의 축인 국민회의조차 “야당이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정치권의 관행을 새삼 문제삼고 있다”며 봉합에 급급해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 총재도 다 그렇게 한다.” 김총리의 이 한 마디는 ‘정계보스면 누구나 다 하는 일인데 자신만을 문제삼는 여론을 이해할 수 없다’는 강한 불만이 담겨있다.

JP,언론.공개의원에 불만

김총리는 한 발 더 나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나를)훼손하고 있다”는 불만까지 토로했다. 오리발을 받은 사실을 ‘고의로’ 공개한 자민련의원을 겨냥해서는 아예 “누가 그랬는지 모르지만 ‘분간’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일침했다. 자민련 주변에서는 김총리가 작심하고 언론에 오리발을 공개한 ‘주인공’을 찾고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측근들도 이에 동조,“김총리가 ‘기자들에게 얘기하지말라’며 신신당부까지 하며 나눠줬는데 누군가가 그 얘기까지 언론에 공개했다”며 정치적 복선을 지적했다. 최근 내각제 개헌 유보와 관련해 김총리에게 불만을 품은 측이 김총리에게 ‘상처’를 주기위해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의심이다.

‘오리발’을 준 사실과 돈의 출처보다는 ‘누가 어떤 이유로 공개했는지’가 더 의심스럽고 여론몰이를 하는 언론이 불만이라는 지적이다. 과연 그럴까.

김총리나 측근들의 불만은 민심과는 분명 상당한 거리가 있다. 오리발 관행에 자유로울 수 없는 한나라당이 때를 만난 양 “검은 돈의 실체를 밝혀라’며 몰아세우는 것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여론까지 ‘정치현실을 모르는 편견’이라고 외면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응이다.

김총리의 오리발사건은 공교롭게도 정부의 부패방지 종합대책 발표일인 17일에 동시에 돌출됐다. 부패방지대책준비를 총괄해온 총리실은 이날 공무원행동강령제정, 부패방지기본법 제정 등을 발표하며 “관행으로 여겨져온 작은 부패까지 모두 일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비쳤었다.

JP로서는 운이 없다고 생각했을 지 모르지만 파장은 컸다. 당장 시민단체들은 “부패척결운동을 ‘JP오리발’자금출처 조사에서 시작하라”며 연이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같은 여론이 19일 고양시장 보선에서 여당이 패배한데도 다소간 영향을 미쳤으리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분석이다. 내각제 개헌유보로 낭패를 본 김총리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해명불구,돈출처 의문 가시지않아

오리발이 불거진 17일 하루종일 침묵하던 김총리는 ‘구태정치의 전형’등 여론이 심상찮은 쪽으로 움직이자 1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직접 진화에 나섰다. 내심 오리발을 준 것보다는 불거진 이면이 더 궁금했던 김총리의 해명은 은 의외로 간단했다. “당후원회에서 명예총재(김총리)가 당을 위해 썼으면 하는 취지로 1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1원씩 돈을 줬다. 언젠가 당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 국회도 끝났고 의원들이 귀향보고도 해야할 것 같아 이번에 주었다. 나머지 1,500만원은 차용했다.” 김총리는 당후원회는 어떻게 2억원을 마련했는지, 무슨 명분으로 줬는지 등 자세한 얘기는 “그쪽(당)에 가 물어라”며 공을 당으로 넘겼다.

김총리의 짤막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하다. 우선 김총리가 돈을 준 시기이다. 김총리는 지난 14일 삼청동 총리공관 만찬에 참석한 자민련 의원 43명에게 500만원씩 든 돈봉투를 건넸다. 하지만 이 때는 오비이락격으로 내각제 개헌유보로 당이 전에 없이 시끄러울 때이다. 야당이 “김총리의 오리발이 당내분을 진정시키기위한 무마용”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도 이때문이다.

다음은 자금출처. 당시 김총리는 “나의 작은 성의”라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 ‘사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표현이다. 이에 대해 김총리는 “후원회에서 준 돈이라고 해서 내가 그런(나의 작은 성의)말을 해서 안될 일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왜 말바꾸나"야당 집중포화

당후원금이란 해명을 뒤집을 얘기는 나오지않았지만 당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당후원회의 예금잔고는 김총리에게 1억원씩 건네졌다던 1월과 6월 당시 그다지 넉넉하지못했다. 실제로 자민련의 재정상황은 지난해 한 때 전화비를 못내 팩시밀리가 끊길 정도로 최악이었으며 자민련 재정관계자들은 사무처 요원들의 임금을 주기위해 고리의 사채를 끌어다 쓴 뒤 국고보조금으로 갚는 처지였음을 여러차례 고백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당관계자는 “아무리 어려워도 쓸데는 써야하는 것 아니냐”며 김총리에게 전달된 돈과 당의 재정상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사건이 터진 초기 제기된 사비라는 주장도 “총리실 예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는 설명이 와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장광근 부대변인은 “김총리 측이 당초 사비라고 했다가 당후원회에서 보낸 것이라고 말바꾸기를 하고있다”며“당 명예총재라고 해서 당 후원금을 마음대로 갖다 쓸 수 있느냐. 당후원금이 의원들에게 촌지를 주기위해 모으는 돈이냐”고 집중포화를 멈추지않고 있다.

JP오리발파동도 여느 현안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진정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정치권 어디에서도 “차제에 오리발 등의 관행을 없애자”는 뒷마무리의 움직임은 보이지않는다. 오리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권은 그저 한차례 해프닝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이 와중에 당사자인 JP는 또 한 번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이동국·정치부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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