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총리 해임건의안 '격돌'

08/10(화) 16:38

이번 주 여야대결의 주 전선은 총리 해임건의안이다. 한나라당은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총리가 대선공약으로 내건 ‘99년내 내각제개헌’ 대국민약속을 지키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동여당 및 DJP 연대의 균열을 겨냥하면서 김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로까지 연결해 가기 위한 강공이다. 한나라당은 자민련이 내각제개헌 연기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고 국민회의내에서는 김영배 전총재대행의 경질 등과 관련해 JP에 대한 반발기류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어서 일단 국회 표결이라는 판을 벌이면 여권의 내부갈등을 유인해 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여권은 “말도 안되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한다. “대통령제를 고수, 내각제개헌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 한나라당이 내각제 개헌연기를 이유로 총리해임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기만 행위“(국민회의 박상천총무)라는 것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같은 논리 아래 총리해임 건의안 회오리바람의 차단에 나섰다. 여권은 한나라당을 압박해 발의단계에서 막거나, 국회 본회의에 회부되지 않도록 박준규의장의 협조를 구하는 등 사전 봉쇄노력을 해 보다가 안되면 표결에 불참, 또는 기권을 통해 건의안을 자동폐기시킨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이 총리 해임건의안 처리를 거부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이부영총무)라며 추경처리 등 이번 임시국회의 의사일정과 연계 투쟁할 기세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인 13일까지 추경 등 시급한 현안들의 국회처리 절차를 마쳐야 하는 여권의 사정을 이용하는 전략으로 여야간 한바탕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수해복구비 지원 등 민생현안을 볼모로 잡는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대부분의 정쟁사안들이 그렇듯이 이번 해임건의안 건도 결국 어느 쪽이 대국민 선전전을 잘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정치적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정치시험에 든 이회창총재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9일 기자회견이후 민주산악회 재건 및 YS신당창당문제를 둘러싼 이회창_YS간 갈등, 이총재가 공을 들이고 있는 ‘3김청산론’ 쟁점화 등이 어떤 풍향을 탈지도 관심사다. 이총재가 3김청산론을 회심의 기획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YS를 포함한 3김씨와의 대결각을 예리하게 이끌어 가야 한다. 이 경우 YS와의 관계악화, 나아가 한나라당의 분당사태까지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이총재의 딜레마다. 이총재가 기자회견에 앞서 이부영총무를 상도동에 보내 YS에게 자신의 진의를 전달한 것은 이를 의식한 제스처다. 3김청산론의 명분을 살려나가면서도 YS와의 관계를 일정수준에서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이같은 태도는 지역감정 편승정치, 대안제시보다 정쟁에 치중하는 정치 등 구시대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총재의 ‘3김청산론’의 허구성을 드러낸다는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김영삼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사면문제도 이번 주 정가의 뜨거운 이슈. 당초 김대중대통령은 현철씨를 8·15특사에 포함시킬 생각이었다. 그에 대한 사면은 김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부부모임에서 이심전심으로 사실상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론의 반대가 워낙 심해 현철씨의 사면복권을 밀어 붙이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현철씨의 사면을 강행할 경우, DJ-YS의 밀거래설이 제기될 수 있고 야당분열을 노린 정치공작이라는 비난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현철씨를 이번 8·15 사면대상에서 제외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당장 김영삼전대통령의 격렬한 비난이 예상되고 나아가 부산·경남권의 민심을 한층 더 악화시킬 수 있어 국민대화합과 화해를 꿈꾸는 김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자민련의 내각제 강경파들의 독자정치세력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내각제 강경파의 리더격인 김용환의원은 유럽여행중이지만 자민련 충청권의원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의 일부 세력까지를 아우르는 중부권 보수신당 창당론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통합보다는 분열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이계성·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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