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김' 사이에 뭔가 특별한게 있다?

08/10(화) 21:06

DJ와 YS사이에 뭔가 특별한게 있나?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김영삼전대통령측에 대해 우호적인 제스쳐를 보내자 정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문이다.

최근의 정치상황만 놓고 보면 현재 김대통령은 김전대통령에 대해 ‘이를 갈고’있어야 마땅하다. 김전대통령이 사실상 정치일선에 복귀, 김대통령을 독재자로 몰아세우며 김대통령을 공격하는데 열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전대통령은 “DJP가 장기집권 음모를 꾀하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과거 자신의 집권 기반이었던 민주산악회를 재건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혀놓고 있는 상태다.

‘YS의 자식들’인 한나라당내 민주계 의원들도 DJ진영이 보기에는 마땅치 않은 정치적 행보만 걷고 있다. YS정부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박관용의원이 한나라당의 대여투쟁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고 YS가 직접 공천한 정형근의원은 갖가지 정보를 동원, 여권을 골탕먹이고 있다. 여당 인사들이 이름만 들어도 불쾌한 표정을 짓는 이신범의원도 상도동출신이다.

김대통령, YS에 ‘지나친’ 친절

그런데도 김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김전대통령측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김전대통령 차남인 현철씨의 사면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는 것. 또 김전대통령측이 최근 정부에 요청한 별도 사무실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중 현철씨 사면 문제는 김대통령이 자칫 ‘제2의 김태정 파문’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현정부로선 큰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사안. 언론, 시민단체 등 국민 여론이 일제히 강한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옷로비사건이 터진 뒤 김태정 당시 법무장관에 대한 여론의 사퇴요구가 빗발치는데도 “법대로 하겠다”며 버티다 민심이반을 가속화시킨 뼈아픈 경험을 안고 있다.

현철씨 사면을 둘러싼 논란은 김전장관 사퇴 문제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을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청와대는 사면쪽으로 기울어 있는 반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90% 가깝게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김대통령이 총재로 있는 국민회의 내부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철씨 사면은 여론과 너무 동떨어진 처사로 강행했을 경우 그 부담을 어떻게 하려고 하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급기야 국민회의 지도부는 6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여론을 감안해 신중히 처리해 달라”며 사실상의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의중이 비교적 뚜렷이 드러나 있는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가 그것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국민회의의 상황인식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두사람간의 ‘인간적인 약속’ 해석

김전대통령측의 사무실 설치 요구도 현 여권에겐 곤혹스러운 부분. 이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나라를 망친 전직 대통령에게 왜 국민 세금으로 사무실을 만들어줘야 하느냐”는 비판론이 비등했다. 특히 최근 김전대통령의 정치재개를 겨냥, “전직대통령이 집권 경험을 살려 국가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 모를까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 정치활동이나 하려고 사무실을 열려 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등의 반대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국민회의 안에서도 “YS가 DJ를 일부러 골탕먹이기 위해 곤란한 요구만 하고 있다”며 “상도동이 사무실을 청와대와 인접한 광화문 근처에 내겠다고 한 것도 청와대의 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주조를 이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측은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에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아연케 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청와대의 의중이 전해지자 ‘설마’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김전대통령에 대한 국고지원 내용을 공개하며 YS를 공격하는 논평을 준비하다 부랴부랴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이같은 DJ의 ‘이해하기 어려운’행보에 대해 정치권은 크게 두 갈래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째가 DJ YS 두 사람간의 인간적인 약속설이다. 정가에 떠돌고 있는 소문의 골자는 이렇다. “김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당시 김영삼대통령과 만나 집권후 정부 운영에 대해 여려가지 협의를 했다. 이 과정서 김전대통령은 감옥에 있었던 현철씨 문제를 김대통령이 취임후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고 김대통령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김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현철씨 사면이 이뤄지지 않자 김전대통령은 이에 불만을 품고 반DJ 행보에 나서게 됐다.

김대통령은 김전대통령의 최근 행태는 밉지만 인간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했던 약속은 지켜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아들 잘못은 아버지가 잘못한 탓’이라는 인식아래 현철씨 사면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는 것.

두 사람의 부인들과 관련된 또다른 소문도 있다. 역시 김대통령이 당선자시절 얘기다. “DJ와 YS가 만나고 있을 때 부인들이 따로 만났다. 이 때 김전대통령 부인 손명순씨가 눈물을 흘리며 감옥에 있는 아들 걱정을 하자 김대통령 부인 이희호여사도 같이 눈시울을 적시며 동병상련의 정을 표시했고 이심전심으로 DJ정부 출범후 현철씨 사면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DJ 고도의 정치적 계산일 수도

다음은 정치적 복선을 더듬어 보는 견해이다. 먼저 “김현철씨를 사면하지 않고 재수감했을 때 부산·경남 정서가 더욱 나빠질 것을 우려해 여론의 비난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현철씨 문제의 부담을 떨쳐 버리려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현철씨를 아무리 미워하다가도 그가 포승줄에 묶여 감옥에 끌려가고 수의를 입고 검찰에 불려다니는 모습이 TV에 나오면 곧바로 ‘DJ는 독한 사람’이라는 여론이 나오는게 우리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현정부를 욕하고 있는 YS에게 ‘원수를 은혜로 갚음으로써’정치적인 부담을 주려는 DJ의 고도의 계산이 엿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DJ와 YS는 그릇이 다르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적인 포용 제스쳐”라는 것이다. 이밖에 이회창총재와 민주계가 부닥치고 있는 야당의 복잡한 내부 사정을 의식, 민주계에게 ‘미소작전’을 폄으로써 야당의 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음모론적 해석도 나온다.

신효섭·정치부 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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