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복잡해진 대우, 가닥 잡힐까

08/05(목) 07:24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는데도 수해에, 태풍에 어수선하다. 개혁의 큰 고비를 맞고 있는 경제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우, 삼성차, 대생, 제일·서울은행매각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처리를 위한 기본방향을 잡아 놓고도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나씩 매듭을 풀어나갈만도 한데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8월이 시작되는 이번주 역시 이들 현안들이 복잡하게 얽혀 경제계는 부산할 것 같다. 가장 우선적인 관심은 다시 복잡해지고 있는 대우문제다. 국내 증시만 보면 대우쇼크를 그런대로 잘 넘긴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거의 진전이 없으며 일부 사안은 더 꼬이고 있다. 물론 거함이 출렁이니 그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 수야 없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국면이다.

대우의 궁극적인 해결은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외자를 유치해 빚을 갚고 대우가 무역과 자동차 전문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각 분야의 움직임이 지난 10여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됐다. 채권단 구조조정 전담팀이 구성되고 해외채권단에 대해 협조도 요청됐다. 특히 대우그룹의 자구계획은 처절할 정도로 이어졌다. 전 계열사의 출장비와 접대비 등이 절반으로 줄었고 자동차는 임원의 30%를 감축했다. 이번주에도 각 분야의 이같은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주에는 그동안 대우그룹 처리방향에 대한 각 분야별 점검이 보다 무게를 더할 것 같다. 특히 오락가락,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같은 정부의 분명한 입장정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우 처리과정서 실수 연발

사실 정부는 7월25일 긴급회의를 열어 ‘정부돈의 사실상 무제한 방출’을 골자로 한 대우쇼크대책을 마련, 급속히 경색되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조치는 상반된 평가속에 고비를 넘기는데 기여했으나 정부는 이후 몇가지 현안을 놓고 결정적인 실수를 연발했다.

당초 정부는 대우처리와 관련,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에 대우와 김우중회장을 배제한다는 입장을 가졌다. 특히 “김우중회장은 사실상 완전히 2선에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고 “대우의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맡아서 추진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못박았다. 그러면서 “대우의 해외부채는 전적으로 대우가 알아서 할일”이라고 했다. ‘정리는 정부와 채권단이 맡을 것이니 대우는 해외부채나 처리하라’는 것이다. 진원지는 하나같이 책임있는 당국자들이었으며 심지어 일부 발언은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에게서 직접 나왔다.

이후 상황은 꼬였다. 물론 100% 정부가 이를 초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빌미는 제공했고 일부 사안에서는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일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우선 외국 채권단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정부발언의 진의를 밝히고 대우의 해외부채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지였다. 모임을 만들어 앞으로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하기도했다. 외국 언론들은 ‘정부가 대출을 좌지우지하며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던 섬뜩한 기억이 되살아난다’(뉴욕타임스 7월30일자)고 했다. 국내 채권금융단은 대우구조조정 전담팀을 발족하면서 “대우 구조조정은 대우가 맡고 채권단은 감독한다”고 결정했다. 사흘만에 방침을 바꾼 것이지만 일요일 정부는 다시 채권단 주도방침을 확인했다.

이같은 상황은 고스란히 이번주로 넘어와 ‘대우해결의 결정적변수’로 자리할 것같다. 대우가 해결의 가닥을 잡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치밀한 지원과 협조, 투신권의 환매자제, 외국 채권단과의 원만한 해결’등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미 해외쪽 시각이 예사롭지 않고 은행권은 대우 협력사 지원에 제한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관심은 본질과는 다른 쪽에 가있는 듯하다. 이번주에는 따라서 이들 현안이 얼마나 더 불거지고 어떤 해결책이 나오는지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부의 대응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여름휴가를 마친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부문에 어떤 주문을 할 것인지도 이번주에 분명해질 전망이다. 사실 각종 현안을 놓고 말만 무성했지 어느것 하나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경제팀으로서는 이번주 청와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전례없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종재·경제부 차장 jjlee@hk.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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