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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신재벌정책, 재계 '한파'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8·15경축사를 통해 밝힌 김대중대통령의 이 한마디가 경제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50년 압축성장의 상징으로 한국 경쟁력의 시작이자 전부로 인식돼온 재벌체제를 사실상 해체한다는 이 말이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이에따라 이번주를 시작으로 올해말까지 재벌체제를 바꾸기위해 정부가 제시하는 각종 안과 기존체제를 고수하기위해 재계가 내놓는 대응논리간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우그룹 문제나 삼성차와 대한생명 처리,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매각 등 커다란 현안들을 앞에놓고 있는 우리 경제가 재벌체제에 대한 정부 재계간 공방전으로 또다른 국면을 맞게된 것이다.

정부쪽의 포문은 이미 활짝 열렸다. 16일 정부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세제개혁안과 함께 재벌개혁방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재정경제부를 축으로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소위 ‘힘있는 부처’가 모두 가세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은 재벌해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나섰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재벌개혁방향은 크게 세가지, 계열사간 연결고리를 끊고 재벌의 금융지배를 차단하며 경영권의 세습을 없앤다는 것이다. 특히 재벌체제의 자금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계열사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취지에서 추진될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차단은 재벌개혁의 가장 첫 작업이 될 것 같다. 16일부터 시작된 삼성그룹 7개 금융계열사에 대한 금감원의 전면적인 특검이나 과징금 부과절차만 남겨놓고 있는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조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정부의 재벌 금융계열사 때리기는 올해 내내 간단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능력없는 총수는 물러나라”

계열사간 연결고리의 차단작업은 상호지보해소나 투명성제고등 기존 5대원칙(김대중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이 맺은 98년 12월7일 합의내용)과는 별도로 재벌 계열사를 독립적인 기업으로 바꾸는데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을 비롯해 각종 보완대책들이 마련될 전망이다.

이번에 김대통령이 밝힌 신재벌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실 경영권에 대한 문제다. 부의 대물림을 차단한다는 외형을 하고있으나 ‘능력없는 총수의 2선퇴진’이 재벌개혁의 실질적인 종착점이다. “재벌개혁이 아직 멀었다”는 국제적인 지적이 바로 재벌의 세습적인 경영체제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진정한 재벌개혁이 아니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16일 KDI주관 공청회에서 일부 현실로 구체화했다. ‘자격없는 오너의 소유지분 청산’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재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재계는 우선 “기업인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정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전경련이나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등을 통한 체계적인 논리대응이 곧 이어질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한 움직임이나 국내외 여론등을 감안해 재벌총수가 스스로 경영일선 퇴진을 선언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주에는 또 금융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 금융기관과 일반 고객들의 수익증권 환매사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금융시장 전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초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예상보다는 다소 안정적으로 움직여 다행스런 모습을 하고있으나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는 대우처리에 대한 정부의 신뢰감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우문제의 또다른 고비는 해외채권이다. 대우는 18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외국 채권기관을 대상으로 여신 만기연장을 요청하는 설명회를 연다. 외국채권단들이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우측의 요구를 들어줄 지 미지수이지만 자칫 경색된 반응을 보일 경우 우리 경제는 전혀 바람직스럽지 못한 방향으로 내달을 수밖에 없다.

삼성차 처리도 이번주가 고비다. 정부가 측면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이 삼성에 대한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이번주들어 채권단이 구체적인 제재에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고 삼성도 이건희회장 출연사재의 부족분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있어 무리없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워낙 상황변화에 민감한 삼성이어서 또다른 돌출변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종재·경제부 차장 j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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