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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벗은 김회장, 풀리는 대우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마음을 비우면서 대우사태가 본격적인 수습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한때 경영권에 연연해하던 모습을 보이던 김회장이 그야말로 ‘백의종군’의 자세로 나서자 꼬여있던 대우전자의 매각협상이 타결되고 주요 계열사의 매각성사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채권금융 기관과의 앙금이 가라앉는 등 대우사태가 해결쪽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 회장은 8월12일 오후 일부 채권은행에서 ‘김회장이 미국으로 도피한 것 아니냐’라는 소문까지 나올만큼 미수금 회수협상을 위해 리비아로 전격 출국,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본사를 찾아가 자동차부문 전략적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리비아는 79년 국내 건설업계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우가 첫발을 내디딘 곳으로서 김회장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시장이다.

리비아·미국으로의 비장한 출장

지난 20년간 사업을 통해 대우가 리비아에서 받지 못한 돈은 5억6,000만달러. ㈜대우 관계자는 “김회장은 리비아 국가원수인 카다피와도 자주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카다피와의 만남을 시도해 20년간의 사업을 통해 발생한 미수금의 상환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미국 뉴욕의 GM 본사를 찾아가서는 경영권 양도를 비롯한 전략적 제휴 협상의 윤곽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우 관계자는 “김회장이 귀국 일자를 정하지 않고 출국했을 정도로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회장은 이에 앞서 채권단의 대우 구조조정 방안 확정 예정일이었던 11일을 전후해서도 대우 본사 25층 집무실에 앉아 보고만 받았다. 앉아있기를 싫어하고 사업과 관련된 곳이라면 한밤중이라도 찾아갔던 김회장의 평소 스타일로는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는 게 재계의 반응이었다.

대우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김회장이 계열사의 정상적인 영업이 계속되고 종업원들의 고용이 안정되는게 우선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의 외형을 지키고 단 1개의 계열사라도 더 남기겠다는 자세에서 탈피했다는 얘기다.

7월19일 10조원의 담보를 내놓되 자동차, 무역, 중공업 기계, 건설부문 등을 끌고 가겠다던 대우의 입장이 최근 대세에 따르겠다는 방향으로 후퇴한 것도 김회장의 입장 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회장이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약속대로 벌여놓은 일을 해결한 뒤 명예로운 퇴진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편 김회장이 마음을 비우면서 대우전자가 미국의 투자기업인 왈리드 앨로마에 32억달러에 매각되고, 대우에 강경자세를 보이던 채권금융기관이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자 매각, 채권단도 유화적

대우전자는 8월13일 왈리드 앨로마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총 32억달러에 자산 및 사업매각에 합의했으며, 왈리드 앨로마의 이사회 승인이 이뤄지는 9월9일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왈리드 앨로마가 인수하는 대우전자 자산은 한국내 사업장을 포함해 미주 전체, 서유럽, 일본 및 오세아니아에 산재해 있는 것이다.

양측간에 합의된 32억달러 가운데 12억달러는 자본금 형식으로, 나머지 20억달러는 차입금 형식으로 조달돼 고금리 단기여신 상환에 충당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 양재열 사장은 “왈리드 앨로마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투자기업으로 대우전자의 자산 및 사업인수를 위해 8월6일 미국에 뉴덱(New DEC)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며 “이번 매각을 계기로 대우사태가 본격적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과 대우의 쌓였던 앙금도 김회장이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면서 8월16일 ‘수정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대우그룹은 재무약정이 체결될 경우 ‘세계경영’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에서 6개 계열사로 이뤄진 소기업군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 막판까지‘기회를 달라’며 전방위 로비를 펼쳤지만 ‘더 이상은 안된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대세를 따르자며 백기를 들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대우그룹은 대우자동차, 대우자동차판매, 대우캐피탈, 대우통신 자동차부품부문 등 자동차관련 4개사와 해외 자동차법인 관리를 맡을 ㈜대우 무역부문과 대우중공업 기계부문 등 6개사로 이뤄진 자동차전문 기업군으로 축소, 재편된다.

매각 본격화 등 해결가닥 잡혀

또 당초 대우측이 존속을 희망했던 대우증권과 서울투신은 연내 매각쪽으로, ㈜대우 건설부문도 대우측 의사와 달리 분리·매각으로 결정됐다. 당초 출자전환대상으로 거론됐던 대우중공업 조선부문은 채권단의 출자전환없이 분리·매각하기로 했으며 대신 채권단은 대우중공업 기계부문에 대해 부채를 출자전환해준뒤 정상화를 모색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결국 매각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이번 약정체결후 계열사별 주거래은행들이 업체별 구조조정계획과 이행실적 점검 등을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이행이 부진할 경우 채권단이 강제적으로 담보주식처분이나 출자전환후 지분매각 등을 통해 매각작업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김회장의 ‘마음 비우기’가 강요된 것이지 ‘스스로의 깨달음’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대우사태 해결의 큰 장애가 없어진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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