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재벌개혁 '창', 재계 '방패'는?

08/25(수) 21:07

이번주 경제계의 최대이슈는 단연 재벌개혁이다. 김대중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밝힌 ‘5+3’방식의 재벌개혁 기본구상은 이번주중 보다 구체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 지난 한주 숨죽이고 있던 재계는 이같은 정부의 ‘사실상 재벌해체작업’을 그대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과거보다 날을 바짝 세운 정부의 ‘창’과 전과는 전혀 다르게 무장할 재계의 ‘방패’간 치열한 접전은 이번주를 시작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재벌개혁작업은 25일 한차례 고비를 맞는다. 정부는 이날 김대통령 주재로 정재계 간담회를 갖고 신재벌정책의 골격과 내용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날 회의를 위해 정부는 이미 한두차례 사전 모임도 가졌다. 8월18일 아침 김대통령의 관계장관 호출형식으로 강봉균 재경부장관과 이헌재 금감위원장, 정덕구 산자부장관, 전윤철공정거래위원장, 이기호 청와대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모임에서 정부는 8·15경축사 후속조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정권내에 재벌개혁의 분명한 가닥을 잡는다. 재벌내부의 순환출자와 부당내부거래를 억제하고 제2금융권 지배를 차단하며 변칙상속의 고리도 끊는다. 개혁작업 자체를 재계의 자발적 동의아래 추진한다’는 것 등이 이날 논의의 골자로 알려져 있다.

이에따라 재계도 참석하는 25일 회의에서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의 공청회와 금융발전심의회를 통해 나온 재벌개혁안에 숫자와 대상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단식 경영의 종식과 소속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강화, 소수주주들의 권한확대 등 개혁안들이 하나 둘 실천에 옮겨지면 지분 10%도 안되는 개인이 수십개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소위 황제식 경영은 더이상 자리할 수 없다. 현재의 재벌체제는 끝나게 되는 것이다.

정부 신재벌정책에 대한 재계의 반격

재계가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사실 8·15경축사에 관한한 현재까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주 이용근 금감위부원장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재계는 ‘재벌체제의 공적을 너무 가볍게 보지 말아달라’는 정도에 그쳐 불편한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정부나 각종 공공기관등에서 내라는 준조세만 없어도 이처럼 기업이 부실하지는 않았다’는 내용의 자료를 내놔 은근한 외곽때리기 작업도 벌였다. 일부 언론을 통해 재벌개혁의 위험성을 말하기도 했다. 재계는 그러나 국내외 여론과 정부의 의지 등을 감안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제 전혀 달라질 것 같다. 특히 전경련은 지난주 내내 부문별로 나누어 반대논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재계의 첫 목소리는 25일 정부재계 간담회 석상을 통해 나올 전망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재계 총수들이 직접 개혁작업의 속도와 방법 등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뒤이어 그동안 준비해온 각종 반대논리의 포문을 활짝 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물론 재계의 반대논리 수위는 25일 정재계 간담회의 분위기를 통해 조절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을 놓고 정부와 재계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가운데 경제계의 또다른 관심은 주가와 금리등 금융시장에 모아질 것 같다. 이번주중 두자리수 금리와 주가지수의 바닥등이 확인되고, 이로 미루어 대우사태의 조기해결 가능성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주가는 주초반부터 다소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금리의 움직임은 여전히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시중 실세금리의 급등세는 무엇보다 대우사태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과 급속한 경기회복 등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요인이 단기간에 제거되기는 어려운데다 특히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저금리기조 유지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리 한자리수’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시중의 돈을 증시쪽으로 몰아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 또한 여전하다. 따라서 두자리수 금리가 이어지면 이에대한 정부의 대응책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금리대책은 곧 대우사태의 조속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대우대책과 관련, 지금까지 정부는 갈팡질팡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대우해결에 대한 정부의 능력도 이번주중 보다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종재·경제부 차장 j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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