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리 경제가 내년 3~4월에 ‘경기저점’ 을 맞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과 기업들의 체감경기지수는 날씨가 쌀쌀해지는 정도와 비슷하게 더욱 위축되고 있어 대비된다.

재정경제부는 11월3일 ‘9~10월 경제동향’ 이라는 공식자료에서는 각종 경제지표들을 분석한 결과, 내년 1·4분기와 2·4분기 사이에 경기저점이 올 것이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이 자료는 지난해말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경기저점과 회복시기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전망을 한 것이어서 최근의 경기흐름과 관련, 주목되고 있다.

이날 현오석(玄旿錫)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의 발언은 더욱 낙관적이다. 현국장은 “저점을 치고도 침체가 장기화하는 L자형 구도에서 벗어나 단기간 저점을 지난 후 상승하는 U자형 경기사이클이 예상된다” 고 말해 일부 경제학자들이 한국경제의 흐름이 장기적인 불황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예상이었다.

재경부는 또 내년 1·4분기의 성장률이 최소한 전분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선행지표로 최근 기업들의 재고가 바닥에 있으나 국내의 유효수요가 늘어나 6개월 이후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수의 움직임이 나아져 내년도 초에는 경기저점을 그리며 급작 상승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우리만이 아니라 외국기관들의 전망도 좋아지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모건스탠리,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전문기관과 기구들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또한 우리경제의 사활이 걸린 수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일축하고 있다. 내년도 대외여건과 관련, 미국과 유럽지역의 수출증가세는 다소 둔화하더라도 동남아 일본 등 아시아권에 대한 감소폭은 줄어들면서 내년 수출은 올해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에 힘입어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의 발언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 장관은 요즘 가는 곳마다 “아직은 긴 터널 안에 갇혀있지만 이제는 터널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며 ‘터널끝 론’ (論)을 되뇌이고 있다. 경제회생에 대해 뭔가 자심감을 회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의 말대로 우리경제는 이제 거의 바닥에 근접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아직도 재계와 일반 시중의 의견은 다르다. 여러 여론조사를 봐서도 경제회복시기를 ‘빨라야 2-3년’ ‘늦으면 4-5년’ 이라는 관측이 일반론이다. 실제로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아직 속시원한 대답은 어느곳에서도 찾기 어렵다.

정부의 낙관론과 일반의 시기상조론의 근거를 대비해본다.

■정부의 낙관론 _ U자형 경기저점 임박

정부는 지난 9월중 생산 소비 등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매우 긍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서고, 수출전선에도 회복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이르면 올 연말부터 경기가 활성화돼 내년초께 경기가 저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10월중 수출실적이 추석연휴에 따른 수출액감소에도 불구하고 9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월초 정부관계자들은 흡족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경제회생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수출부문이 기대밖으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9월중 생산실적이 올들어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하고 소비는 감소폭이 줄면서 재고량은 감소폭이 커져 경기저점에 근접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돼 앞으로는 경기는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산업활동동향을 분석하고 있는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의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국내경기는 이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L자형에서 저점통과후 단기간내에 경기가 상승하는 U자형으로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라고까지 말한다. 이 관계자는 재정경제부보다 더 빠른 회복세로 보고 있다. 그는 “6개월 이후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로 판단한다면 연말 전후에 벌써 저점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 고 전망했다.

정부관계자 사이에서는 이에 더해 엔강세가 당분간 지속되고 미국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공산이 클 뿐 아니라, 금강산특수와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아져 경기저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시기상조론 _ 금융경색 못풀면 경기저점도 지연

정부의 ‘저점임박론’ 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 라며 고개를 내젓는 쪽도 적지 않다. 주로 대기업간부, 경제학자들과 연구기관에서의 반응이다. 중소기업 등 업계와 시중의 분위기는 훨씬 비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경(金俊經) 박사는 “올들어 기업부채는 오히려 늘어났고 내수도 여전히 부진한 상황” 이라며 “게다가 돈흐름은 여전히 정체돼 있고 세계경제도 하강국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빠른 경기저점을 섣불리 점치기는 어렵다” 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미국의 와튼경제연구소(WEFA) 등 권위있는 연구기관들은 앞다투어 미국을 비롯한 내년도 세계경제성장률이 올해 수준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수출은 아시아시장에 이어 선진국시장에서도 기대수준에 못미치고, 이에따라 기업들은 부채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해 경제회생은 지연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또 1차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된 후에도 금융경색이 풀리지 않아 경기저점에 재를 뿌리고 있는 상황이다.

11월, 12월중 연말의 ‘막바지’ 수출동향과 금융정상화로 인한 중소기업의 활성화와 더불어 생산·소비동향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경기저점의 완급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동영·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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