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프리 존스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장

08/10(화) 21:33

주한 외국기관중 주한 미 상공회의소(AMCHAM)만큼 한국민에게 이미지가 부정적 곳도 드물 것이다. 미국정부에 한국시장의 폐쇄성을 일일이 ‘고자질’하고 내정간섭에 가까운 고압적 요구를 한다는 인식을 줘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 상공회의소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한국의 개혁정책을 조언하고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을 홍보하는 등 상당한 변신노력을 하고 있다. 제프리 존스(47)씨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생긴 변화다. 취임 1년을 맞은 존스씨를 그가 근무하는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만났다.

-대우사태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대우사태가 1년반전에 터졌다면 엄청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경제가 대우사태를 소화할 힘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대우사태는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빌려서 생긴 것이다. 따라서 계열사 등 자산을 빨리 매각해서 빚을 갚으면 됩니다. 자산매각으로도 남는 빚이 있다면 채권단들이 손해를 봐야합니다. 상당수 대우 계열사들은 매각가치가 충분하고 외국에서도 매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다만 너무 높은 가격으로 팔려한다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입니다.”

-외국계 은행들이 대우채권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는데.

“앞으로 추가대출이나 만기연장 등의 요구가 있을 때는 정부의 지급보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대출금은 채권단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한 것으로 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요구는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존스씨는 외국계 은행의 상당수가 주한 미 상의 회원들인데다 조만간 회장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도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해 그의 성격을 알게했다.

-최근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을 둘러싸고 헐값에 넘겨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어떻게 봅니까.

“제일은행과 서울은행 매각은 단순히 돈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올초 미국에 갔을 때 미국의 기업인들이나 언론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을 들면서 한국의 개혁정책의지에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더라고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매각은 따라서 한국의 개혁정책의지를 확인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에서 헐값매각에 따른 비난여론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협상을 하고 있는 금감위도 나중에 청문회에 나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에 지나치게 완벽을 기하려 하고 있고, 한국적 상황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100원의 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을 99원에 팔았다고 욕하면 안됩니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주한 미 상의가 스크린쿼터폐지요구를 철회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아는데.

“미국 영화협회 회장에게 스크린쿼터폐지 요구를 철회해달라고 편지를 보냈으나 거절당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시 편지를 보냈고 미국으로 가서 직접 설득도 할 계획입니다. 한국 현실상 당장 스크린쿼터를 폐지하기는 힘듭니다. 스크린쿼터문제는 한국 국민의 정서와 직결돼 있고 한국정부로서도 정치적 부담이 큰게 현실아닙니까. 미국영화협회가 미국정부에 강력히 로비를 해서 한미투자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폐지를 걸어 놓았습니다. 미국영화협회가 로비를 한 것이 미국정치의 현실이라면 한국 국민의 정서도 현실이다. 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한국사람 빰칠만큼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존스회장은 상대방에게 솔직하다는 인상과 함께 한국에 대해 강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주한 미 상의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데 회원사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한때 회장직에서 물러나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회원들도 많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 상의는 한국경제의 파트너이어야지 책상을 주먹으로 치면서 강요하는 기관이어서는 안됩니다. 한국경제가 발전해야 우리 회원들에게도 이익입니다. 그래서 올해 ‘무역장벽 최종보고서’에서 요구사항을 건의 또는 추천사항으로 용어부터 바꾸었습니다. 한국정부와 기업과 협력하면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20년가까이 살고 최근 한국여성과 결혼도 했는데 한국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난해 IMF위기 극복을 위해 금모으기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외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한국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은 부러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동시에 약점이기도 합니다. 외국기업들도 우려하고 있어요. 지금은 외국인 투자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언제 여론이 한꺼번에 바뀔지 모르거든요. 또 제가 변호사업무를 하면서 느낀건데 한국 국민들이 너무 성격이 급합니다. 특히 협상에 너무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신혼재미가 어떻습니까. 아이소식은 없습니까.

“지금 ‘작업’ 중입니다"(웃음)

한국사람 뺨칠만큼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존스회장은 상대방에게 솔직하다는 인상과 함께 한국에 대해 강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소주에 삼겹살.. 한국문화에 익숙한 '반한국인'

‘벽안(碧眼)의 한국인’

왠만한 장관보다 영향력이 있다는 주한 미 상공회의소(AMCHAM)회장 제프리 존스(47)씨는 한국말을 ‘징그럽게’잘할 뿐만 아니라 양주와 스테이크보다는 삼겹살에 소주를 즐길정도로 한국문화에 익숙하다. 지난해 8월 존스씨가 취임한후 주한 미상의와 한국정부및 한국기업의 관계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평이다. 그를 잘아는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한국이 우선협상대상국에서 한단계 떨어진데는 제프(존스씨의 애칭)의 공이 컸다. 공적 업무에서는 냉정하지만 한국에 대해서 그만큼 잘아는 외국인도 드물다”고 말했다.

주한 미 상의가 전경련 회원으로 가입하고 올해 초 ‘연례 무역장벽보고서’와 관련해 창립 46년만에 첫 기자회견을 갖는 등 변신하는 것도 존스씨의 노력때문이다.

존스씨는 71년 모르몬교 선교사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고 마산에서 2년간 생활하면서 한국말을 대부분 익혔다. 75년 미국 브리검영대를 나와 미국내 최고의 법률회사인‘베이커 앤드 매킨지’들어갔다가 80년 ‘김&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기업인수합병(M&A)전문변호사로 20년가까이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존스씨는 올해 2월말에는 컴퓨터학원 강사로 일하던 이인숙씨(28)씨와 결혼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한국 처녀까지 데려가 한국 총각들에게 고통을 안겨줘 미안하다“고 너스레를 늘어놓기도 했다.

존스씨는 주한 미상의 회장으로, 변호사로 신혼의 재미를 찾을 시간도 없이만 틈날 때마다 “살을 빼야 한다”(185㎝, 115kg)며 아내와 함께 헬스를 찾는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김명원·사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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