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진위원장] "대통령께 현안 수시로 보고할 터"

08/05(목) 12:48

김호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60)은 반평생을 학교에서만 있었던 교수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행동이나 말투 등도 아직 학자티를 벗지 못했다. 그런 그가 김대중대통령의 야심작인 노사정위의 재건임무를 부여받아 3기 노사정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주위에서는 모두 의아해 했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맡았을 때도 노·사의 첨예한 이해대립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7개월여 뇌사상태에 빠진 노사정위를 회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김위원장을 7월30일 서울 여의도 하나빌딩 6층 노사정위원장실에서 만났다.

_취임한지 보름 남짓됐는데 노동계와 재계인사들은 많이 만났습니까.

“많이 만났습니다. 7월20일에는 서울구치소을 찾아 단병호씨 등 노동계인사들을 면회하기도 했습니다. 재계나 노동계 인사들도 우려했던 것만큼 노사정위원회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더군요. 다만 요구사항이 기대만큼 충족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이 불신으로 이어져 노사정위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같아요.”

_반년이 넘도록 노사정위가 개점휴업상태이고 특히 민주노총의 복귀전망은 불투명한데 복안은 있습니까.

“노사정위는 노동계가 정부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입니다. 6월25일 노동계와 정부와 합의에 따라 제도개선위원회가 29일 첫회의를 가졌습니다. 이는 노사정위원회 정상화의 전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민주노총이 문제인데 솔직히 말해 당분간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이번 광복절 특사조치가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구속자나 수배된 노동계 인사가 다수 포함될 거고 그에 따라 민노총도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_노사정위원회가 최근 법적 기구로 승격됐지만 노사간 마찰을 조정하는데 무력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노사정위원회의 탄생 자체가 굉장한 것입니다.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대결에서 민주적 논의체계로 바꾼 것이지요. 노사정위는 IMF위기 상황에서 태어나 그동안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노사정위가 일시적으로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본질적으로 위축되지는 않을 겁니다. 시대적 필요에서 태어났고 노사정위가 살아야 근로자들의 권익증진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노동계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_3기 노사정위원회를 어떻게 이끌어가실 생각입니까.

“합의한 사항은 철저히 이행하는 성실이행의 원칙이 최우선입니다. 일시적으로 노동계를 달래는 식의 운영은 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역점을 두어야지 탈퇴하고 대립하고 공전하는 악순환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_근로자들은 정리해고 법제화로 피해의식이 큽니다.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도 정리해고문제로 귀결되는데 해결방안이 있습니까.

“구조조정문제인데 저는 앞으로 고용창출에 더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독일에서도 노사정위가 고용창출에 많이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방침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노사정위원회의 목표는 ‘생산적 복지증진’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중산층이나 근로자 서민을 위한 정책개발, 예컨데 세제개혁 등이 중요의제가 될 것입니다.”

김위원장은 교수의 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 핵심적인 단어를 말할 때면 정확한 말을 찾느라 ‘뜸’을 오래 들여 인터뷰 내내 강의를 듣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_학교에서도 노동문제를 많이 연구하셨는데 위원장에 취임해서 직접 현장을 보니까 학교에서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됩니까.

“저는 학교에 있을 때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비관적으로 봤어요. 합리적인 해결방안없이 힘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봤지요. 그러나 위원장에 취임하고 나서 노동계와 재계사람들을 만나보니까 이성과 논리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의 노사관계도 참여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거죠. 앞으로 이같은 틀을 정착시키는데 열과 성을 다할 것입니다.”

_대통령께 업무보고는 하셨습니까.

“곧 할 겁니다. 노사관계로 구속되거나 수배된 사람들에 대한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고 노사정위의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행정부처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을 보고할 겁니다. 무엇보다 수시로 대통령을 만나 보고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할 계획입니다. 강제기구나 집행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의 위상이나 신뢰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의 합의사항이 대통령을 통해 국정에 제대로 반영되어야 하거든요”

김위원장은 이 질문에 대답하면서 자신의 생활신조가 ‘안분수기(安分守己·일상에 충실하고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한다는 뜻)라며 “나는 근로자들과 정서적인 호흡이 맞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등산퇴근'하는 학자출신

노사정위원회법은 위원장의 예우나 보수 등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 따라서 위원장의 위상은 자리에 앉은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7월13일 3기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호진위원장은 고려대에서 반평생을 지낸 학자출신이다.

소속은 행정학과 교수였지만 주로 정치학과 노동문제를 다루었으며 13년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학교 뒷산을 등산해 길음역에 전철을 타고 수유리 집으로 퇴근하는 등 독특한 성격으로 학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김위원장은 “공직에 들어와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등산화를 신었다가 이제는 구두로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위원장 취임이후에도 일주일에 한번은 등산을 할 정도로 등산을 좋아한다. 경북 안동출신으로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했으며 미 하와이주립대에서 정치학박사를 받았다. 고대 노동문제연구소장과 한국정치학회장,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을 지냈다. 부인 이우령씨와 3남.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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