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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어느 조합장의 쾌거

최근 상반된 두가지 소식을 접했습니다. 경북 영일수협이 자체적으로 개척한 러시아 어장에서의 조업이 성공적이라는 소식과 부산의 어선 감척비리사건입니다.

러시아 어장 개척은 영일수협이 스스로 일궈낸 쾌거입니다. 영일수협 소속 오징어채낚기 어선들은 한·일어업협정으로 빚어진 좌절을 딛고 희망의 닻을 올렸습니다. 수협측이 러시아를 오가며 오징어 조업허가를 얻어냈습니다. 조업기간은 11월30일까지이며 어획량 2,081톤에 톤당 140달러와 총 금액의 3% 상당의 입어 수수료를 지불하는 조건입니다.

지난달 첫 출어한 영일수협 소속 어선 36척은 블라디보스톡크 근해에서 조업중입니다. 냉동고 고장으로 일찍 귀항한 한 어선은 10여일 조업으로 16톤(2,000상자)을 잡아 2,400만원의 어획고를 올렸습니다. 조업중인 어선들은 척당 평균 8,000상자를 잡았다고 합니다. 러시아어장에서 잡힌 오징어는 상품성도 뛰어나 어민들은 흡족해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풍부한 어장형성으로 이들 어선들이 잡은 오징어를 싣고 올 별도의 냉동운반선 1척이 긴급투입됐습니다.

반면 최근 부산경찰청 수사에서 드러난 어선감척 비리는 관계당국에 대한 불신과 실의에 빠져있는 어민들에게 다시한번 좌절을 안겨주었습니다. 부산에서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소속 어선 33척 등 모두 55척에 대해 154억원의 감척 보상비를 지급했으나 수사결과 27척이 대상이 될 수 없는 어선이었습니다. 정작 어장을 잃고 갈 곳이 없어져 감척할 수 밖에 없는 피해어민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일부 담당 공무원과 수협 일부 간부, 수산회사 관계자들이 뇌물을 주고 받으며 저지른 일입니다.

공무원 등 관계기관의 담당자들이 어민들에게 또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을 때 김삼만(59) 영일수협조합장은 보상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잘 해주리라 믿고 수협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습니다. 조합원 대부분이 오징어채낚기 선주들이어서 어장의 축소는 엄청난 타격이었지요.

김조합장이 내린 결론은 줄어든 오징어 어장을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대화퇴어장 윗쪽이 러시아 수역이기에 3개월여에 걸쳐 러시아를 오가며 협상했습니다. 러시아측은 처음 어선들을 러시아 선적으로 해 합작하자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김조합장은 러시아측의 그같은 요구가 외국선박과 기술을 도입하려는 의도임을 간파, 일단 자신의 어선 한척을 제공하기로 하고 우리어선들이 태극기를 달고 조업할 수 있도록 요구해 구두계약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측은 또 36척의 어선마다 감독관 한명과 통역관 한명을 승선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 경우 척당 비용만 월 1,200만원이 소요돼 채산성이 없습니다. 싫으면 그만두자고 버티는등 끈질긴 협상 결과 36척 모두를 감독관 한명과 통역관 한명이 콘트롤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김조합장은 조업기간과 쿼터량은 필요에 따라 연장하거나 늘리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일본과의 어업협정 협상에서 보여준 것과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그것도 일개인이 이뤄냈으니 당국이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마땅합니다.

그런 김조합장에게 요즘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대화퇴어장에서 조업하던 일부 어선들이 러시아수역을 침범, 조업을 하는 일이 잦아져 러시아측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태가 악화하면 러시아측은 영일수협의 개척 어선마다 감독관 승선을 요구할 것이고 그 경우 채산성이 없어지면서 어렵게 얻은 어장마저 잃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김조합장은 월선조업 단속까지 공권력이 없는 일개 조합장이 해야 하느냐며 당국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농협 축협 인삼협의 통폐합을 놓고 축협중앙회장이 할복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합니다. 개혁정책들이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못하고 대우그룹과 삼성차처리 문제 등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더해주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진정으로 조합원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낸 조합장의 호소를 관계당국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정재룡 주간한국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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