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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실련 상집위원장 김일수 고려대교수

상아탑에 묻혀있는 대학교수들 중에 김일수교수(53)만큼 일반인들에게 잘알려진 인사도 드물다. 더군다나 숫자가 많지 않은 법대교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교수는 유명인사에 속한다. 기자가 고려대 특수법무대학원장실을 찾아갔을 때 김교수는 두툼한 소송기록을 검토하고 있었다. 누군가 억울하다며 보낸 기록이었다. 김교수는“이름이 알려져서인지 억울하다는 사람들의 사연이 심심치 않게 오곤 합니다”며 웃었다.

김교수는 최근 내부분규로 홍역을 앓아온 경실련 상집위원장으로 개혁작업의 책임까지 맡아 전환기 시민단체의 새모습을 그리는데 골몰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경실련이 비틀거리는데 대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혁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김성남변호사가 구체적인 초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경실련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내부문제로 힘을 허비하고 있어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경실련은 전문적인 활동가들과 참여교수들간의 오해 때문에 분란이 빚어졌지만 빠르면 9월중으로, 늦어도 창립 10주년인 11월전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새롭게 체제를 정립해서 시민들의 정서를 모아 국정에 반영하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민운동, 대안을 제시하는 단체,‘풀뿌리 로비스트’로 자리를 잡을 겁니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십시요.”

-유종성 전사무총장의 진퇴를 둘러싸고 빚어진 내부갈등의 후유증을 치유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생각으로 유전총장의 방향이나 방침은 잘못된 것이 없었어요. 유 전총장은 기업체의 협찬을 대폭 줄이는 대신 회원들의 회비참여는 높여 부채를 갚는 등 재정건전화와 독립성을 높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상근자들에 대한 리더십이 부족하고 초창기부터 경실련에 참여해온 학자들과 마찰이 있었던 것인데…, 다시 말해 경실련의 세대교체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문제의 초점이었던 유 전총장이 사퇴했기 때문에 사태는 잘 해결이 될 것입니다”

-사회참여를 많이 하셨지만 사무총장(직대)까지 맡은 것은 처음아닙니까.

“사무총장이 쉽지 않더라고요. 확실히 학자가 할 일이 있고 전문적인 시민운동가(활동가)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습디다. 당장 이달치 상근자 월급과 운영비부터 마련해야 하는데 그동안 경실련의 내부분란으로 이미지가 손상된데다 모금행사도 제대로 못해 돈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아 걱정입니다.”

-최근 시민단체들이 활동이 눈에 띄게 왕성해졌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느끼신 점은 없습니까.

“제가 조금 더 젊었을 때부터 시민단체 활동을 했으면 제 학문의 방향도 변했을 겁니다. 배우는 것이 너무 많고 우리사회에서 시민단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문제점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경실련의 경우 경제문제를 다루면서도 외환위기를 제대로 경고하지도 못한 점은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무조건 정부의 잘못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시민들앞에 사과했어야 옳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은 제대로 된 견제나 비판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오만해지는 것이지요.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각광받을 때는 자만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신문기고나 시민단체참여 등 대외활동을 정력적으로 하고 계신데 혹시 정치나 공직에 뜻은 없습니까.

“제가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법대학장과 특수법무대학원장을 하면서 남는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고 있어 아직까지 교수의 업무에 크게 지장을 받지는 않습니다. 지난번 대선 때 등 여러차례 제의는 있었지만 거절했어요. 경실련 개혁문제가 마무리되면 연구활동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사회봉사도 그 정도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되고요.”

이야기가 점심시간을 넘겨 인터뷰는 인근 자장면집에서 계속됐다.

-사법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셨는데 학계로 나선 이유가 있습니까.

(한참 주저하다가)“저도 잘몰랐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님이 해방후 격변기 때 좌익운동을 하셨나봐요. 신원조회에 걸려서 임용이 좌절됐는데, 섭섭하다거나 하는 감정은 없습니다. 3년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많이 배웠고 지금 사는 집도 마련했습니다. 제 적성에는 학자가 맞는 것같습니다.”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위원회 위원도 맡고 계신데 법조개혁은 잘되고 있습니까.

“법조계도 변하는 것은 사실인데 국민들의 기대보다는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법조에 있는 분들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의 공개는 위원장으로 창구가 일원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세한 말은 못하겠고 다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제대로 된 개혁안이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김명원·사진부 기자 songyh@hk.co.kr

원칙에 철저한 법학자

김일수교수는 풍기는 인상부터 전형적인 학자스타일이다. 게다가 독실한 크리스찬인 김교수는 “10년간 사형폐지운동을 벌였지만 지금까지 단 한명의 사형수도 살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정도로 생명존중주의자이다. 낙태반대운동도 하고 있다. 경실련 창립때부터 참여해 시민입법감시단장과 경실련 상집위 부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2월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임기 1년을 마치고 이형모 시민의 신문 사장에게 위원장자리를 넘겨주었으나 유종성 전사무총장 사건으로 경실련이 극심한 내부분규를 겪으면서 이형모씨가 사퇴하자 조직수습의 적임자로 꼽혀 7월 위원장으로 재선출됐다. 학자이면서도 조정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러나 김교수는 “정치적 수완이 없기 때문에 원칙을 철저히 지킬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이듬해인 70년 사시 12회에 7등으로 합격했으나 임용에서 탈락해 오제도 변호사밑에서 1년간 일하다 개업해 유학가기전까지 모두 3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사시 12회는 검찰에만 한부환 법무부 검찰국장, 이종찬 대검 중수부장, 김각영 대검 공안부장, 김승규 수원지검장 등 법조계에서 인재가 많기로 소문난 기수. 김교수는 “현직경력도 없어 그저 성실하게 일했더니 나중에는 수임실적이 짭짤했다”고 말했다. 안암제일교회 장로인 김교수는 큰딸을 제자인 법무관에게 출가시켰으며 90세된 노모를 모시고 부인(51)과 고대 법대 4학년인 둘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외아들은 군복무중.

▲46년 강원 강릉 출생 ▲69년 고려대 법대졸업 ▲독일 뮌헨대 법학박사 ▲83년 고려대 법대교수 임용 ▲고려대 법대학장 ▲현재 특수법무대학원장, 경실련 상집위원장 겸 사무총장직대, 대통령직속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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