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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을 통해 본 환란쟁점

◆외환위기 책임에 관련된 무죄부분

1.강경식의 기아사태 처리와 관련된 직권남용 여부

피고인이 종금사들로 하여금 기아의 화의신청에 부동의하도록 지시하여 한솔종금이 이미 표시한 동의의사를 철회하고 부동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 비추어 피고인의 지시는 기아사태를 조속하게 처리하고자 채권은행단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대책을 논의하여 그 결정사항을 채권단에게 정부의 의견으로 전달하였던 것으로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2.강경식의 외환시장개입 중단지시와 관련된 직권남용 여부

피고인이 97년 10월28일 한국은행에 외환시장개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은 단지 당분간 환율운용을 한국은행에 맡기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불일치는 피고인의 지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지시내용이 잘못 전달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재정경제원 장관은 규정에 근거해 한국은행의 외환시장개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개입중단 등의 지시를 할 수 있는바 한은 총재의 외환시장개입 권한이 방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외환위기보고와 관련된 직무유기 여부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97년 10월29일 외환위기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나 보고 당시의 객관적 경제상황 및 그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피고인들의 인식 등을 종합하여보면 피고인들이 외환시장 거래중단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는 이상, 보고하지 않았다 하여 보고의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것이라 할 수 없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11월8일경에 이미 IMF구제금융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시 재경원은 강경식의 지시에 의해 자산담보부 증권, 백업 퍼실러티 방안 등을 검토하였고 피고인들은 11월13일에서야 IMF행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검찰의 주장은 이유없다. 결국 당시 피고인들이 조속히 IMF행을 결정하지 못한 점을 탓할 수 있을지 몰라도 피고인들이 IMF구제금융 요청을 회피하기 위해 당시의 외환위기 실상을 축소, 은폐 보고했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

4.강경식의 IMF발표계획 인계의무와 관련된 직무유기 여부

피고인이 97년 11월19일 IMF구제금융 요청사실을 기자회견 형식으로 공식발표하기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후 경질된 탓에 후임자인 임창열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던 사실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 상황에 의하면 해임후 피고인이 후임자가 누군인지 나중에 알았고 후임자가 적어도 IMF구제금융 신청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고 판단돼 고의로 인계를 회피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5.강경식의 주리원백화점 부당대출 압력부분

피고인의 고교동창으로 주리원백화점 운영하는 이석호가 97년 11월 초순경 은행대출 청탁해 12월12일경 은행으로부터 대출이 결정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의 퇴직후 평소 친분이 있던 은행의 전무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한 결과 대출이 이루어진 것이지 피고인이 은행장에게 지시, 대출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당대출압력에 관련한 유죄부분

강경식의 진도그룹 부당대출압력 부분 및 김인호의 해태그룹 부당대출압력 부분은 피고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유죄로 인정된다. 강경식의 경우는 개인적 친분에 의해, 김인호의 경우는 주위의 청탁 내지 대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등을 고려, 엄밀한 검토없이 채권은행장들에게 협조융자를 지시하였고 이는 은행장들에게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였음이 명백하다. 그러나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을 양형참작사유로 감안, 선고유예로 판결했다.

손석민·사회부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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