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어떡하라고"

08/05(목) 13:40

“그러지 않아도 줄지 않는 음주운전을 이젠 어떻게 단속하라는 겁니까”

법원이 경찰의 음주 단속 계산법인 위드마크(Widmark)에 제동을 걸고 나와 경찰이 당혹해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 4부(재판장 송기홍 부장판사)는 7월30일 만취 상태에서 제지하는 경찰을 차체에 매달고 도주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모(19)군에 대한 항소심에서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부분은 무죄”라며 원심을 깨고 상해및 도주죄만 적용해 장기 1년6월에 단기 1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문제는 음주 역추산 방식인 워드마크의 신뢰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위드마크 방식은 피실험자가 다른 음식물 없이 술만 단번에 마신 실험 결과를 통계 수치화한 것으로 일반적인 음주 습관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위드마크 공식은 술 종류나 평소 주량 등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은데다 상황별 오차도 심해 형사재판 증거로 불충분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음주역추산 방식 “신뢰할 수 없다”

이같은 법원 판결에 대해 경찰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찰 일선에선 ‘그렇다면 음주운전자가 달아나도 그대로 방치하란 말이냐’는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현행 음주 단속은 ‘음주감지기’로 1차 음주 여부를 가린뒤 여기서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난 운전자에 한해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가 숫자로 나타나는 ‘음주측정기’로 측정, 사법처리 여부를 가리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이같은 단순 음주 운전이 아닌 교통사고나 음주 뺑소니처럼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으나 달아나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후 측정을 한 경우다. 이때 경찰은 통상적으로 사고 당시의 음주 상태를 역추적하는 위드마크 계산법을 적용하다. 위드마크 계산법이란 1930년대 독일에서 개발된 혈중알코올 농도 측정 방식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감소하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진 공식이다.

이 공식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감소하는 유형을 최저치, 최고치, 평균치 등 3종류로 분류한다. 최저치는 10분마다 평균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018%씩, 즉 1시간(60분)에 0.011%씩 떨어진다고 본다. 평균치는 10분당 0.0025%, 시간당 0.015%씩, 최고치는 10분당 0.0036%, 시간당 0.022%씩 알코올 농도가 감소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은 ‘애매한 경우 피의자에게 가장 유리한 쪽을 적용하라’는 형사소송법 정신에 따라 최소치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가 4시간 뒤에 붙잡혀 음주 측정한 결과 알코올 농도가 0.07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럴 경우 경찰은 측정 당시의 0.07%에 위드마크 기준치중 최소치인 시간당 0.011%의 4배(4시간)인 0.044%를 더해 사고 당시 A씨의 혈중 음주치를 0.114%라고 간주한다. 물론 여기에 막걸리냐, 맥주냐, 양주냐 하는 술의 종류와 당사자의 체중 건강 상태 등 다른 요인이 가감하기도 한다.

“시간끌면 무대책” 경찰 당혹

경찰은 법원의 이번 판결로 상당수 음주 운전자들이 ‘무작정 시간끌기’에 들어갔을 경우 마땅한 처벌을 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마포경찰서 교통계 B경장은 “위드마크 방식이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음주 운전자들은 측정을 거부한 채 시간만 끌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음주 측정 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한 상태에서 위드마크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음주 단속은 더욱 위축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사실 현행 호흡 채취식 음주 측정 방식에 대한 논란은 수년전부터 계속돼 왔다. 서울지검 서부지청 조대환 부장검사가 월간 ‘법조’ 99년 7월호 기고문에서 “호흡 측정치를 근거로 음주운전자를 처벌하는 것은 증거 재판 및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으로 단속의 편의를 위해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는 정확한 채혈 방식으로 음주 측정 방법이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호흡을 통한 알코올 농도 측정방식의 신뢰성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며 “오히려 주사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더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도로를 차단하고 무차별로 음주측정을 하는 현행 방식도 인권침해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결국 경찰로서는 음주운전측정방식이나 단속방법의 위법성 시비를 막고 그 틈을 탄 음주운전의 증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음주운전측정방식및 단속방법을 하루 빨리 개발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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