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박사 전처 제인 와일드 비망록 펴내

08/10(화) 21:42

우주의 비밀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 평가를 받는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57). 근육수축병인 루게릭병으로 왼손 손가락 두개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 천재. 그러면 천재 장애인의 아내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호킹의 전처 제인 와일드(55)가 호킹과 이혼후 9년간의 침묵을 깨고 호킹과 함께 했던 25년간의 삶을 고백한 ‘별을 움직이는 음악: 스티븐과의 삶’이라는 비망록을 냈다.

비망록에서 제인은 호킹을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육체와 유아적 욕구를 가진 전지전능한 황제”라고 묘사했다. ‘황제’라는 표현에 호킹을 현대의 우상이자 영감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들의 반발을 염두에 둔 듯 제인은 이렇게 말했다. “25년간의 결혼생활은 다른 사람(호킹)의 온갖 욕구에 구속된, 때로는 순교자의 색채가 배어있는, 놀라울 정도로 꿈이 없었던 시간이었다.” 남편을 간호하는 것이 생활의 전부였고 자신의 인생은 거의 없는 일방적 희생이었다는 것. 제인은 “호킹과의 결혼생활은 매우 힘들었지만 좋은 때도 있었다. 나는 그의 용기에서 영감을 얻었고 훌륭한 자녀(결혼전부터 병을 앓아 온 호킹은 결혼 10년 뒤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도 셋이나 두었다. 호킹과의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인이 자신의 생활을 조금씩 찾아간 것은 85년 호킹이 폐렴으로 죽을 뻔 한 뒤부터. 폐렴으로 기관지 절제수술을 받은 호킹이 아내대신 전문 간호사의 간호를 받기 시작하면서 제인은 비로소 파트타임으로 어학강의를 나갈 수 있었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생겨 나면서 두사람 사이에는 변화가 일어났다. 호킹이 간호사와 가까워지고, 제인은 현재의 남편인 조나단과 혼외관계를 맺게 된 것. 호킹은 90년 제인과 이혼하고 5년 뒤 10년간 자신의 손발노릇을 해 준 간호사 메이슨과 재혼했다.

제인은 조나단과 혼외관계를 맺게 된 배경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 놓고 있다. “나는 호킹이 성관계 도중 내 품속에서 죽을지도 몰라 두려웠다. 호킹과의 성경험은 너무나 공허하고 무서웠다. 이 때문에 나는 신경이 곤두섰고 육체도 불안정했다. 대외적인 체면과 실제 개인생활과의 괴리를 참을 수 없었다.”

제인은 간호사 메이슨이 자신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고, 자신도 조나단과 외도하면서 상당한 정신적 갈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호킹과 (메이슨의)관계를 가로막고 싶지 않았다. 나도 조나단과 혼외관계를 갖고 있었고 덕분에 나는 (미치지 않고)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나단과의 외도가 내가 오랫동안 성취한 모든 것(호킹과의 결혼생활)을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 이것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제인은 호킹도 자신과 조나단의 혼외관계를 알고는 이를 허락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외도가 문제되지 않았던 것은 남의 일을 놓고 입방아를 찧지 않는 캐임브리지의 진지한 풍토 때문이었다고 한다.

제인은 현재 정체성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기 위해 쓴 비망록이 (극복해야 하는)호킹과의 과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아이러니 때문이다. “나의 말로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제인의 소망은 끝내 호킹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제인은 여전히 호킹을 엄청나게 존경하고 그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어떤 사람과 25년을 같이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그에게 음식 한숟갈, 물 한모금까지 먹이는 데 보냈다고 생각해보라. 그가 다음 호흡을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엄청난 두려움 속에서 한 호흡 한호흡을 같이 들이 쉬는 단계에 이르면 성적인 친근성을 넘어서는 친밀감이 생겨난다. 이같은 친밀감으로부터 자신을 떼어 놓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병든 아이에게 등을 돌리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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