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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차 손해볼것 없는 '양안긴장'

대만해협에 드리운 전운이 심상치 않다. 8월들어 중국전투기가 사상 최초로 해협 중앙 경계선을 침범했고 대만과 인접한 중국의 푸젠(福建)성과 광둥(廣東)성에서는 지상군이 증강되고 있다. 바다속에서는 잠수함이 해협으로 집결하고 바다위에서도 함정들의 기동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하늘, 땅, 바다에서 동시 진행되는 중국군의 움직임은 여차하면 해협을 봉쇄할 태세다.

대만도 “도발은 단호히 응징하겠다”며 전투기와 함대를 대응 출격시켜 맞서고 있다. 폭 150~180㎞의 대만해협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대치 수위는 표면적으로 보면 ‘전쟁전야’를 방불케 한다. 리덩후이(李登輝) 대만총통의 ‘양국론’발언을 촉발된 ‘째려보기’가 ‘멱살잡이’직전의 수준으로 들어간 양상이다.

그러나 실제 무력충돌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양안관계 전문가들은 속도가 생명인 현대전에서 “이제 공격할테니 준비하세요”라고 여유를 준 뒤 개전하는 사례는 없다는 당연한 상식을 근거로 들고 있다. 또 중국은 전쟁을 결행할 수 없는 정치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링난(嶺南)대학의 위에런 교수는 이중 후자를 더욱 강조한다.

전쟁가능성은 없어

위에런 교수는 대만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다섯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무력위협이 지나칠 경우 중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감을 심화해 오히려 독립열기를 부추길 수 있다. 둘째, 양안위기가 국제문제로 비화해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좁힐 수 있다. 세째, 자칫 미국과 직접적인 군사대립을 초래해 안보이익이 희생될 수 있다. 네째, 국민들의 대외배척감정이 통제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다. 다섯째, 중국은 마지막 순간 군사위협에서 평화로 선회할 경우 국제적 체면을 유지할 구실이 필요하다.

위에런 교수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 현재의 대만해협 위기는 정교한 위기관리 시스템 하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수순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이같은 논거는 무엇보다 현재 중국 지도부가 전쟁을 결행하기 보다는 회피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는데 있다. 그의 이야기에는 두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담겨 있다. ‘국가적(또는 지도부의) 체면’과 국가 장기목표인 ‘경제발전’이다. 모순되는 이 두가지 사항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현재 양안위기에 대처하는 중국 지도부의 고민이다.

계산된 위기관리 수순

이번 사태를 야기한 리총통의 독립지향적인 양국론 발언은 명백히 중국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베이징 정부가 전중국을 대표하는 유일정부라는 ‘하나의 중국’정책에 정면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좌시한다면 중국 지도부는 대내외적으로 무력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중국이 “임전태세 강화”를 외치며 무력위협에 나서는 것은 논리적 귀결이다.

양안관계의 적절한 긴장이 가져오는 내부적 안정효과도 적지 않다. 국유기업 개혁과정에서 양산된 실직 노동자 문제와 최근 사회적 불안정 요소가 되고 있는 파룬궁(法輪功) 문제 등을 일단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군내부 까지 퍼져 있는 파룬궁 문제는 양안위기를 이용해 군을 결속시킴으로써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무작정 긴장을 고조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경제의 동력은 연안지방에 있다. 이중 대만과 인접한 푸젠성, 홍콩을 끼고 있는 광둥성은 경제발전의 기관차나 다름없다. 전운이 짙어 질수록 이들 지역에 대한 해외, 특히 대만기업의 투자가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중국이 긴장의 와중에서도 대만기업인(臺商·타이상)들의 대륙투자 보호와 개선조치를 약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만정부가 방어전략에서 최근 공세적 방어로 전환, “중국이 침략하면 홍콩을 공격하겠다”는 말을 흘리는 것도 중국의 속셈을 정확히 읽었기 때문이다.

점입가경의 양안정부 수싸움

중국 지도부가 긴장조성을 적정수준에서 통제해야 하는 이유는 역사적 경험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현재 지도부는 거의 대부분 문화대혁명의 수난자들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발동한 문혁은 끝내 통제불능으로 치달아 10년간 중국을 암흑시대로 만들어 버렸던 교훈을 현 지도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딜레마를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95~96년 양안위기의 해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양안위기는 리총통의 9월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이듬해 3월 총통선거가 마무리될 때까지 7개월간 지속됐다. 당시 리총통의 방미는 중국지도부에게는 최근의 양국론 발언보다 더욱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 들여졌다.

중국은 그러나 대만 총통선거 결과, 독립을 내세운 제1야당(민진당) 후보가 완패하고 현상유지파인 리총통이 압승하면서 발을 뺄 구실을 찾았다. “중국의 무력위협이 소수 독립파를 굴복시켰다”는 대내외적 발표를 내놓고 슬그머니 분위기를 전환한 것이다. 리총통이 비록 독립지향적인 행위를 하긴 했지만 명시적으로 독립을 외치는 야당보다는 낫다는 내심의 표현이다.

리총통이 양국론을 언급한 것은 6월11일. 총통선거는 내년 3월. 위기촉발에서 선거까지 기간은 9개월 남짓이다. 95~96년 모델을 따르자면, 중국은 이 기간 위협수위를 조금씩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독립보다는 안정을 바라는 대만의 보수·부동층이 국민당의 현상유지 노선으로 기울어지도록 조종하는 셈이다.

중국의 이같은 의도는 어느정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바닥권을 맴돌던 국민당 리엔짠(連戰) 후보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게 리총통(또는 국민당)은 ‘밉지만 버릴 수 없는’ 적대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양안긴장을 ‘북풍유도’나 ‘패를 보여주며 치는 카드게임’이라고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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