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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강원도 양양 어성전

한반도에 남대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큰 강은 모두 7개. 강원도에만 철원, 평강(북한), 강릉, 양양 등에 4개의 남대천이 흐른다. ‘마을 남쪽의 큰 물’이란 의미의 남대천은 이름 그대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강변 마을을 살리는 젖줄이다. 특히 거친 비탈을 타고 내려오는 강원도의 남대천은 맑은 물과 기암, 울창한 숲을 거느리며 빼어난 풍광을 연출한다.

오대산 연봉의 끝자락 응복산(1359㎙)에서 시작해 정확하게 북쪽으로 흘러 양양읍에서 바다와 만나는 양양 남대천. 봄에는 은어, 가을에는 연어가 무진장으로 찾아드는 ‘위대한 모천’이다. 설악권과 강릉권 등 이웃한 유명 관광지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소란스럽지않은 자연주의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곳이다. 배낭을 맨 트레킹은 물론 편안한 드라이브 여행에도 제격이다.

양양읍에서 양양교 옛다리를 지나 우회전하면서 여행은 시작된다. 남대천의 하류는 넓고 편안하다. 큰 비가 올 때는 많은 물이 도도히 흐르지만 평상시에는 군데군데 모래밭이 드러나고 그 모래밭에 낚시꾼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는다. 후천과 만나는 합수머리를 지나면 강폭이 좁아지면서 비경이 시작된다.

포장도로는 상류의 중간지점인 어성전마을까지 나있다. 왕복 2차선으로 최근 새롭게 포장했다. 길은 꼬불꼬불 8개의 다리를 넘어 남대천을 끼고 오른다. 수리, 도리, 장리 등 예쁜 이름만큼이나 아담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이어지고 약 22㎞를 달리면 어성전리가 나온다. 물고기가 얼마나 많았으면 마을의 이름를 ‘물고기가 밭과 성을 이룬다’고 지었을까. 얼마전까지 산골짜기 마을이었지만 도로가 나고 버스가 왕복하는 지금은 더이상 오지가 아니다.

강은 어느 새 계곡으로 좁혀져 있다. 마을에는 민박을 치는 집이 여러 곳 있고 어성전교 옆의 주안식당(0396-672-1513)에는 10여명이 잘 수 있는 큰 방도 있다. 하룻밤을 자는 것이 좋다. 계곡 물소리에 잠을 설치고 툇마루에 걸터 앉으면, 마을로 쏟아지는 통통하게 살찐 별들에 눈이 부실 정도다. 짙은 소나무 향기와 풀냄새에 숨쉬기가 벅차다. 순간적으로 ‘자연과 나는 하나다’라는 일종의 법열이 스쳐간다.

어성전마을에서 최상류 마을인 법수치리까지는 약 10㎞. 바닥이 약간 긁히는 것을 각오한다면 자동차로도 오를 수 있지만 걷는 것이 좋다. 남대천 상류의 진짜 속살이 이 곳에 모두 모여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걷는다면 왕복 5시간,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법수치리에서 막국수도 한 그릇 맛볼려면 넉넉하게 하루의 일정을 잡는 게 좋다. 법수치리는 30여 가구가 사는 마을. 달랑 3명의 학생이 다니는 현성초등학교 법수치분교가 있다. 외나무다리로 이웃과 건너다니고 저녁이면 굴뚝에서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정겨운 시골마을이다. 쇠나드리, 개잔이물내치기, 굴아우, 애기골 등 동네 곳곳을 일컫는 재미있는 지명에서 촌냄새가 물씬 풍긴다.

권오현 생활과학부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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