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일본역사에서 배우는 경영전략

08/11(수) 15:15

위성복 조흥은행장

한때 미국을 능가할 듯한 기세로 고속성장을 계속해온 일본. 지금은 주춤하지만 여전히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다. 우리나라와 단순비교할 때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자회사는 무려 3,700여개로 이들 중 가장 작다는 이토추상사(680여개)와 우리나라의 30대 그룹의 전체 계열사수가 비슷할 정도이다.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일본이 이처럼 세계의 강국으로 등장하게 된 분기점을 러·일전쟁에서 찾는다.

‘언덕위의 구름’은 러·일전쟁을 배경으로 같은 고향출신 세 청년들의 성장과 야망, 우정과 정열을 그려낸 역사소설이다. 전설적인 무적의 러시아 기병을 격파해 세계 전쟁사의 한 획을 그은 일본 육군 기병의 창설자 아키야마 요시후루. 그의 동생은 해군의 명참모로 러시아 함대를 궤멸시킨 천재적 전략가인 아키야마 사네유키. 사네유키의 친구로서 근대 ‘하이쿠(일본의 전통적인 단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인 마사오카 시키.

이 소설에는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수십명이 등장한다. 인물 하나하나가 뚜렷한 개성적인 윤곽으로 다가오고, 그들이 엮어내는 드라마를 통해 메이지 정부가 이끄는 일본의 시대상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당시 메이지정부의 국가 전략은 현대의 경영전략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아 이 책은 일본 기업인들의 필독서로 선정된 바 있다.

‘언덕위의 구름’에서는 무엇보다 비전의 제시와 그에 대한 강력한 추구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1854년 미국에 의해 강제로 개국한 일본의 최대 국가과제는 ‘강국으로의 진입’이었다. 물론 그것은 군사강국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의 달성을 위한 노력은 실로 눈부실 정도로 빨랐고 탐욕스러울 정도로 왕성했다. 1871년에 구미사절단이 해외순방길에 오르는데 공무원 50여명과 유학생 50여명이 장장 22개월에 걸쳐 세계 주요 강국의 최고 통치자를 만나고, 사회의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철저한 견문을 쌓는다. 그로부터 2년뒤 구미각국에 파견된 유학생이 400여명에 달했고 일본에 와 있던 외국인 고문과 교수가 300여명이나 될 정도로 일본의 노력은 철저했다.(참고로 우리나라는 1882년에야 개국했고, 이때 일본은 이미 아시아의 강국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 책은 또 요즘 유행하는 ‘신지식인’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한다. ‘자신이 맡은 일에서 창의력과 발상전환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가는 사람’을 신지식인이라고 한다면 사네유키야말로 아주 적합하다. 당시 세계 최강의 러시아해군을 상대로 싸워야 했던 일본은 모든 면에서 도무지 적수가 안되었다. 개전결의를 하던 날 이토 히로부미는 눈이 붓도록 울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러나 사네유키는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유되던 해전에서 러시아를 궤멸시켜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는 늘 “동서고금의 전술전략을 철저하게 연구해야 한다. 그런 뒤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 답습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 책은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중간 중간에 한국의 합병을 정당화시키는 내용이 있는게 눈에 거슬리지만 국가관, 리더십, 자기개발, 전략 등이 농축돼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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