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비디오] 정치적 음모로 희생된 '진실'

'린드버그 유괴 사건' 옥선희·비디오 칼럼니스트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인간 승리를 이루는 미담의 주인공이나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들이 올가미에서 빠져 나오려 애쓸수록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감상은 각별하다. 특히 후자의 영화들은 관객에게 주인공이 무죄라는 사실을 먼저 알리고 영화가 전개되곤 하므로 진실을 알고있는 관객으로서는 안타까움, 분노가 픽션보다 더 강해지기 마련이다. 왜 착한 사람을 괴롭히는 인간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영화 속으로 뛰어들어 도와주고 싶지만, 막상 현실에서 위험에 처한 인물을 만나게 되면 기꺼이 도와줄 수 있을까. 엄청난 돈을 잃고도 보복이 두려워, 혹은 경찰 출두가 귀찮아 침묵하는 비겁자는 정의 실현이나 죄의 단죄를 영화로 대신하는 게 아닐까.

‘살아가는 나날들’ ‘용사들을 위하여’ ‘로즈’와 같은 비교적 진지한 영화들을 발표해온 마크 라이델 감독은 ‘린드버그 유괴 사건 Crime of the Century’(18세 관람가 등급, 폭스 출시)에서 무고한 이가 희생되었다고 분명하게 주장한다. 따라서 범인으로 처형된 주인공의 평화로운 일상, 특히 욕심 없는 착한 아내와의 행복한 시간을 전반부에 묘사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하여 미국의 영웅이 된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의 한살 된 아들이 유괴되었다가 처참하게 살해된 사건을 극으로 옮긴 것이다.

1932년 3월1일 뉴저지주의 호프웰에서 발생한 린드버그 아들 납치사건은 1년이 지나도록 범인이 잡히지 않아 수사 당국을 곤혹스럽게 했고, 전국민은 언론이 호들갑을 떤 이 빅 뉴스에 질릴대로 질려 있었다. 그때 브루노 리처드 하우프만(스테판 리아)이 린드버그가 범인에게 인질 대금으로 지불했던 돈을 사용하다 붙들린다. 그 돈은 1년전 바꾸어야할 구 화폐였던 것.

하우프만이 11년전 불법 이민한 독일인이라는 점, 린드버그 집에서 발견된 나무 사다리를 만들 수 있는 목수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집 창고에서 인질 대금이 발견되었다는 점이 범인으로 몰린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의 집에서 발견한 돈은 친구가 맡긴 것이었고, 그 친구는 독일에서 사망해 사실을 증언해줄 수 없었다. 호프만은 주지사에게 “나는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조작에 몰린 것”이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호프만의 무죄를 믿고 있던 주지사도 재선을 고려하라는 수사관과 검사의 설득으로 주저앉고 만다.

범죄를 고백하면 아내(이사벨라 로셀리니)와 어린 아들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9만달러를 주겠다는 언론의 유혹과 무기징역으로의 감형 제안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 죄를 만들라는 말인가”라며 전기의자에 앉아 처형된 하우프만. 편견과 여론 조작, 정치적인 거래로 희생양을 만드는 대중과 언론, 정치인을 감독은 냉정하게 고발한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6월 제2830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6월 제2830호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