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전 우리와 종족상으로 가까운 퉁구스 민족들은 어떤 옷을 입고 살았을까?

30일까지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퉁구스 민족 의상전’은 이런 질문에 친절히 답한다.

퉁구스(Tunghus)란 원래 중국인들이 ‘퉁구(東胡·동호:동쪽 오랑캐라는 말)’라고 불렀던 민족으로 영어식 복수(s)를 붙여 일컫는 표현. 역사시간에 들어봤던 흉노 선비 몽골 여진 만주족 등이 이 범주에 든다. 한국인도 맥족(貊族) 계열로 여기 속한다. 혈연관계로 보면 우리와 이들과는 가깝게는 사촌, 멀게는 팔촌쯤 된다.

“동북아시아 민족 복식문화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남자는 바지·저고리, 여자는 치마·저고리 위에 긴 두루마기를 입었다는 점입니다. 소매는 반소매로 해서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했고 허리띠에 온갖 세간살이를 매고 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신라 왕족의 요대도 그런 것이었지요. 치마는 양 옆을 타서 말타기에 좋도록 했습니다. 유목·기마민족의 특징이지요. 신발은 환경이 추운 관계로 긴 장화를 많이 신습니다. 모자에는 화려한 장식을 많이 하고 머리카락은 따내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의상전의 고증 자문을 맡은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임영미 교수는 퉁구스 민족 의상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한다.

전시된 의상들은 화려한 색채와 동적인 디자인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서양 패션에서 느끼는 이국적인 흥취와는 또다른 의미에서 그렇다. 그러면서도 뭔가 친근하다.

퉁구스 민족은 한족이 웅거한 중원을 끊임없이 넘보면서 한때 동아시아와 세계를 주름잡은 대제국들을 건설했다.

말갈족은 중원을 점거해 요나라(916-1125)를 세웠고 몽골족은 동유럽까지 진출한 대제국 원나라(1271-1368)을 건설했다. 금나라(1115-1234)와 중국의 마지막 왕국인 청나라(1616-1911)도 같은 민족인 여진족과 만주족이 세웠다.

이런 나라들의 의상은 하나같이 허리띠를 매도록 하면서 허리 부분과 치마의 주름을 강조해 허리 보호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청나라 황제의 조복은 소매를 말 발굽 모양으로 해 손을 보호하도록 했다. 모두 기마 민족의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상협회(이사장 이용주)가 재현제작을 맡았다. 특히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의 의상은 각종 문헌과 고분 출토 벽화, 조각품 등을 참조해 복원했다. 몽골 전통의상은 현지에서 옷감을 가져다 제작하기도 했다.

한복디자이너 이용주 이사장은 “몽골 의상만 해도 원나라때 서양문물을 많이 받아들여 양장식 패턴으로 돼 있다”며 “퉁구스 민족 의상은 현대 패션에서도 활용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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