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창호 슬럼프 심상찮다

08/10(화) 16:40

이창호의 부진은 여러사람들의 행복(?). 전반기까지 22승2패를 기록하여 “역시 이창호”라는 찬사를 들었던 최강 이창호가 성하의 계절을 맞아 갑자기 1승5패로 부진, 더위를 심하게 먹고 있다. 덕분에 그의 집단 라이벌이라 할 유창혁 조훈현 최명훈 등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바둑계 판도를 고쳐놓을 태세다.

이창호를 제외한 국내 타이틀 보유 현황을 보면, 유창혁이 배달왕전을 갖고 있고 조훈현이 국수전 패왕전을 보유하고 있다. 여전히 3개 타이틀을 제외한 전부는 이창호의 몫이다. 덤으로 세계대회까지 이창호가 거의 섭렵하고 있는 마당이라 여전히 이창호를 정점으로 한 바둑계의 정상구도엔 변화의 여지가 없는 시절이다.

고작 5패만 기록했지만 이창호의 부진은 상당한 파장을 몰고왔다. 일단 그가 패한 바둑은 충격적인 것이라는 데에 있다. 춘란배 세계대회 결승에서 조훈현에게 1승2패로 패한 것이 그 시발이면서 가장 충격적이라고 하겠다.

그 패배 이전까지 세계대회에서 흑차례로 무려 25연승을 기록중이었는데 조훈현에 의해 그 전통마저 무너졌을뿐 아니라 세계대회에서 처음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는 좋지 못한 경험을 했다. 이창호는 여태껏 세계대회를 11번 우승하는 동안 준우승은 단 한차례도 없었던 우승제조기. 그런 그가 조훈현에게 여러모로 가슴아픈 일격을 맞은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는 배달왕전에서 최명훈에게 패했다. 최명훈은 그와 동갑내기(25세)로 역시 이창호를 목표로 하는 국내 4인자라 할 신예정상이다. 그는 과거 이창호에게 무려 6번을 도전하여 단 한번도 넘지 못했던 불운아. 그러나 매번 이창호와 접전을 벌여온 강적이다. 실력으로는 조훈현이나 유창혁 못지 않다는 평을 듣는 강타자다. 그 최명훈이 이창호를 꺾음으로 해서 최명훈은 첫 타이틀을 따낼 강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창호가 빠진 타이틀전이면 그는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또 유창혁에게 이창호는 또 졌다. 테크론배에서 유창혁에게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되었다. 테크론배는 유창혁이 결승에, 그리고 서봉수와 김만수가 4강에 올라있어 유창혁보다는 오히려 서봉수나 김만수가 올라가주길 기대하는 팬들이 많아 어쩌면 올 하반기 최고의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그뿐이 아니다. 이창호는 왕위전 타이틀전에서 유창혁에게 첫 판을 반집 역전패를 당해 자칫 타이틀 상실의 위기를 겪고있다. 더욱이 피차 어려운 판이될 2국은 지방대국으로 진도에서 치러져 이창호의 위기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는 지방대국에 상당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호의 부진에 대해 바둑가는 여전히 시끄럽다. 이유도 여러가지가 나오지만 아무래도 춘란배에서 진 충격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 다음으로 목표의식 상실이라는 얘기도 크게 들린다. 일인자가 된 뒤 자신과의 경쟁을 5년이상 해온터라 한창 때의 청년으로서 지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어울러 그가 이젠 결혼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좀 이른감은 있지만 세계정상급 기사들을 보노라면 유창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혼이었다는 점을 든다.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승부도 편해진다는 것.

이창호의 부진은 어차피 그가 수습할 일이지만 그가 부진한 틈으로 여러 강호의 고수가 득세하는 걸로 보아 팬들로는 그리 싫지않은 요즘이다.

진재호·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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