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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을 찾아라] 황금빛 전설, 현실로 다가올까

‘50조원의 금괴가 실려있는 보물선을 찾아라.’

엄청난 금괴와 귀한 보석을 가득 실은 보물선은 소설에서나 자주 등장하는 상상속의 이야기. 바로 이런 꿈같은 환상이 우리 한반도 근해에서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난 6월6일 거제 앞바다에서는 의미 있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곳은 ‘일본군 야마시타 대장의 보물선’이 가라 앉아 있다고 전해 내려왔던 장소. 지난해 해저 2,000㎙에 침몰된 타이타닉 선체 사진을 찍었던 캐나다 캔다이브사 직원들과 국내 발굴팀이 합동으로 침몰된 보물선을 찾고 있었다. 발굴팀은 초음파를 발사한뒤 그 반사 파장을 인공위성으로 추적해 모니터로 알려주는 첨단 장비 소나(SONAR)를 동원했다.

발굴팀은 일본 군함이 침몰된 경남 거제시 능포동 양지암치 동남쪽 7㎞ 해상 해저 40m 지점에서 소나의 초음파에 양성 반응을 나타내는 붉은 반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발굴팀은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미국 인공위성 4대와 차례로 접속한 결과 침몰한 군함속에서 금괴로 추정되는 징후를 4번 모두 감지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발굴팀은 환호성을 올렸다. 비록 금괴 유무를 육안으로 직접 확인할 순 없었지만 일본 군함이 해저에 침몰해 있다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탐사를 담당한 캔다이브사측은 “이 물체가 금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보물 발굴작업을 주관한 신동식(54)씨와 시행사인 ㈜죠인트산업(대표 홍준영)측은 “이 배는 45년 8월7일 장생포항에서 출발했다 미군기 폭격을 받고 침몰한 3,600톤급 군함 해방39호가 확실하다. 그 속에는 약 150톤의 금괴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한반도 연근해에 수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선은 대부분이 일제 강점기말 미군기의 폭격을 받고 침몰한 일본 군함들이다. 이 배에는 2차대전 종전 직전 패전을 예감한 일본 고위층이 전후 복구비 마련을 위해 한반도와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마구 노획한 금괴와 문화재, 보석, 희귀광물 상당량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이 배들은 2차대전 당시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일본군 제1방면 사령관인 야마시타 도모유키(山下奉文)의 주관으로 약탈과 보관·운반이 이뤄져 세계적으로 ‘야마시타 보물’이라 불린다. 보물선을 추적하고 있는 이들에 따르면 한반도 근해에만 200척 안팎의 일본 군함이 침몰돼 있다고 한다. 이 군함속에는 싯가로 약 50조원에 달하는 총 4,800여톤의 금괴가 실려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대판 보물선은 존재하는 것일까.

우선 보물의 존재를 확신하고 이를 추적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 보면 그 진위를 어림잡을 수 있다.

‘야마시타 보물선’에 대한 이야기는 호주에서 운영하는 인터넷에 야마시타 보물 사이트(www.yamashitagold.com)가 있을 만큼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지 오래다. 그리고 최근 필리핀과 중국 호주 등지에서 실제로 200~300톤 규모의 금괴가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야마시타는 42년 일본의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노획한 금과 보물을 병원선으로 위장해 일본으로 반입하거나 필리핀 일대에 지하터널을 파 묻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야마시타의 통역관이었던 신세우(88년 76세로 작고)씨의 아들 신동식(54·동양양생원대표)씨가 그간 일생을 바쳐 보물선을 추적해왔다. 신씨는 “야마시타가 미국 포로수용소 전범재판에서 자신을 끝까지 돌봐준 통역관인 선친에게 교수형 당하기 직전 전국 주요지점에 박힌 혈침 364개소와 거제 군산 등지에 침몰한 보물선의 위치를 알려주었다”고 주장하며 보물선의 존재를 처음 제기, ‘야마시타 보물선 열풍’을 일으켰다.

신씨는 선친의 유언외에 ‘일본 해군 함력표’라는 나름대로의 근거 자료도 보유하고 있다. 이 함력표에는 2차대전 당시 침몰한 일본 군함의 톤수와 출항일과 침몰 날짜, 침몰 위치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신씨는 후배를 통해 일본 자위대에서 구해낸 자료라고 밝혔다. 신씨는 이 자료와 선친이 유언했던 장소가 거의 대부분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미 미국과 일본 필리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비밀리에 수차례 보물선 탐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밝혀지진 않았지만 실제 상당량의 보물을 해저와 인공 터널에서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보물선 발굴이 지난해에냐 본격화한 것은 바로 국제적 분쟁 문제가 걸려 있었기 때문. ‘영해내의 것은 매장일로부터 50년, 약탈한 것은 70년 이상이 경과해야 된다’는 유네스코 문화재 관리국 유권해석에 따라 해방된 1948년부터 50년째가 되는 지난해까지 50년을 기다려야 했다.

보물선의 존재가 최근 들어 매스컴을 타면서 보물 탐사에 나서는 벤처기업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이달 13일부터 캐나다 캔다이버사와 본격적인 보물 인양 작업에 들어가는 ㈜죠인트산업은 현재 공모주까지 모집하고 있다. 또 보물선 인양작업과 관련한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goldship.co.kr)를 개설, 보물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등 대대적인 보물선 바람몰이에 나섰다.

국내 에서는 유일한 보물선 전문 탐사회사인 조인트산업은 기존의 주먹구구식에서 탈피, 미국 일본에서 수집한 신빙성 있는 증빙자료와 첨단 장비를 구비, 과학적인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거제에 이어 부산 목포와 동해안의 모처 등지에 잇달아 발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해안에 가라앉아 있는 군함은 거제, 부산, 여수, 목포, 거문도, 인천 등 남서해안을 비롯해 묵호에서 부산에 이르는 동해안까지 넓게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한반도는 말할 것도 없고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약탈한 금괴가 실려있는 배를 병원선으로 위장해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비밀 공수하는 수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중 거제는 이달부터 발굴에 들어가고 전북 군산앞바다에서도 다음달부터 2차로 발굴 작업이 재개될 예정이다. 보통 배 한척을 인양하는데 최소 20억~30억원의 막대한 경비가 소요된다.

영해에 가라앉아 있는 문화재 보물 등 매장물을 발굴하려면 우선 매장물 발굴 신청과 공유수면 점용허가 신청서를 해당 지방해양수산청에 제출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보물이 발견됐을 경우 발굴자가 매장물의 80%를 소유하고 20%만 정부에 기증하면 된다. 따라서 보물을 발견할 경우 그야말로 ‘벼락부자’가 되는 것이다. 실례로 이달부터 본격 발굴에 들어가는 3척에 신씨 등의 주장대로 모두 300여톤의 금괴가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무려 3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설사 보물이 존재한다 하더라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발견된 단일 금괴의 무게가 75㎏ 이상일 경우 국제 분쟁의 소지가 있다. 국내에서는 이 규모의 금괴를 만든 적이 없어 이것이 ‘약탈품목’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약탈 물건은 70년 이상돼야 원 소유 국가의 소유권이 말소된다’는 관례에 따라 이 크기의 금괴를 만들었던 싱가포르와 국제 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발굴된 보물의 양도 관계 당국이 소상히 감시·감독하기가 어려워 정부 기증 문제도 논란의 여지도 있다.

일확천금이 현실로 이어질 경우 국민들의 정서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수년전에도 금괴가 묻혀 있다고 소문이난 부산의 중죽도에 한바탕 보물찾기 소동이 빚어 진 예를 보더라도 한탕주의와 상대적 박탈감에 만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소문만 무성할 뿐 금괴를 찾아낸 예는 확인된 바 없다. 지역 주민들중에는 보물선 인양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보물선 얘기에 현혹돼 가산을 탕진한 사람이 적지 않은데다 이같은 정보를 입수한 사람이 극비리에 작업을 벌였으나 실패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당시의 장비와 지금의 장비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발굴을 추진하는 측의 반박이다. 침몰 군함의 위치가 확인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는 것이다.

첨단기술을 가진 외국 기술진에 의해 보물존재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은 받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이상 금괴는 발굴자들의 바람속에 있을 뿐이다.

단지 하나 분명한 것은 반세기 동안 계속돼온 물음표에 종지부를 찍을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송영웅·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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