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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 어디로 가나] 억지춘향에 벙어리 냉가슴

‘3만8,499원과 70만2,400원’

최근 삼성생명의 주식시장 상장이 공론화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신세계’ 주식을 보유한 회사원 S씨는 요즘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한다. 삼성측은 삼성생명을 상장시킬 경우 주가가 70만2,400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금융감독원의 의뢰를 받아 삼성생명의 가치를 산정한 금융연구원은 삼성측 주장의 5.48%에 불과한 3만8,499원이라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재벌그룹과 연구기관중 누구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런 엄청난 차이가 나는 걸까.

“상장이익 계약자에게” 입장 번복

겉으로는 삼성그룹과 금융연구원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삼성생명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금융계의 지존’인 금감위가 버티고 있다. “삼성생명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앉아서 얻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을 의식한 금감위가 “상장에 따른 이득을 계약자에게 분배해야 한다”며 당초 입장을 번복하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측과 금융연구원의 2,000%에 달하는 계산차이는 간단한 원칙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삼성측이 주장하는 70만2,400원은 2조7,363억원에 달하는 상장이익이 100% 주주들에게 분배되는 경우이며, 금융연구원이 주장하는(따라서 금감위가 생각하는) 3만8,499원은 2조7,363억원중 4.8%만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비록 금감위에 눌려 말을 하지는 않지만, 비상장 주식회사가 상장할 경우 그 상장이득을 계약자나 소비자에게 분배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인 ‘주식회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만약 금감위가 상장이익의 대부분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방안을 강행할 경우 이미 한국의 생명보험회사에 투자한 외국자본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제일생명 예 들며 삼성처리에 반론

금감위의 삼성생명 처리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부분은 지난 6월16일 생보업계 4위업체인 제일생명을 인수한 독일의 알리안츠. 조양그룹에 따르면 독일 알리안츠는 조양그룹 계열사인 제일생명을 전체 자산(3조8,000억원)의 15%에 해당하는 5,400억원에 인수했으며, 이를 주당가치로 환산할 경우 58만원에 달한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독일 알리안츠가 금감위가 주장하는 대로 제일생명을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 상장이익의 95%를 계약자에게 내놓는 것을 알았다면 주당 58만원에 인수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 알리안츠가 제일생명의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한다면, 금감위는 제일생명에 대해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상장이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돌려주라는 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이 경우 알리안츠와의 법정소송이 불가피하며 결과는 ‘대한생명’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위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장과 관련, 지금까지의 무리한 요구를 계속할 경우 재판정에서 망신을 당하는 제2, 제3의 대한생명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입반적 시각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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